그림 음악 인문학 332

한국화가 김현경‥적묵(積墨)의 빛살 생명성의 소통

“도는 텅 비어있다. 그러나 아무리 퍼내어 써도 고갈되지 않는다. 그윽하도다! 만물의 으뜸 같도다.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고 얽힘을 푸는도다. 그 빛이 튀쳐남이 없게 하고 그 티끌을 고르게 하네. 맑고 또 맑아라!1)” 댓잎에 스미는 먼 길을 온 빛살의 여정만큼 먼먼 그 곳엔 생명의 발아(發芽) 그 처음이 있을까. 얼마나 오래토록 시간의 거울을 닦으면 까칠한 듯 보드라운 잎 새 위 티끌하나 없는 맑디맑은 이슬방울을 받아낼 수 있나. 푸른 밤바다 일렁이는 물살 같은 대숲으로 만개한 꽃잎들이 몸을 던진다. 숲은 슬픔과 관용이 뒤섞인 황홀한 향기를 진동하며 노래 부른다. ‘살풀이 춤’ 허공 가르는 흰 수건처럼 죽엽(竹葉) 감싼 하얀 꽃잎들이 유성(流星)의 밤하늘을 날아오르는데…. 경기도 양주시 소재, ‘안상철미..

[INSIGHT FINE ART]서양화가 박선랑, 사랑이 싹트기를 슬프지 않기를

사랑이 싹트기를 슬프지 않기를 “말해보렴, 아가트, 가끔씩 네 마음이 컴컴한 대양 같은 추잡한 도시로부터 멀리, 푸르고 맑고 깊은 처녀성 같고, 광채가 찬란한 다른 대양으로 날아가버리니? 네 마음이 가끔씩 날아가버리니, 아가트? 1)” 강가 물안개. 아른거리는 잔영(殘影)으로 부드럽게 아침햇살 스며든다. 그리움은 벌써 가 닿아 말을 건네는데. 치마를 입은 여인. 한 손은 주머니, 한 손만 내놓고 있는 무언(無言)의 미묘한 여운사이로 팔랑거리는 나비 떼…. ◇우연의 끌림 꽃처럼 피어나길 그동안 동판화로 호평 받아 온 박선랑 작가는 최근 드라이포인트(dry point)판화기법으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화면은 은일한 교감메시지로 승화시키는 어떤 헤아릴 수 없는 연속의 끌림으로 읽혀진다. 간결하고도 풍..

[전시현장:인터뷰]한국화가 안영나‥한국화의 재해석 그 발자취의 흔적

한국화의 재해석 그 발자취의 흔적 “간 데마다 봄바람 다섯 필 말 달리는데 到處春風五馬前. 앙상한 두어 그루 인연을 의탁했네 婆娑數樹托因緣. 저렇듯 맑은 마음 무어라 어울리리 爲他一段淸如許. 돈사랑 가당찮소 매화만이 제격인 걸 但愛梅花不愛錢.1)” 한국화의 화화적정신성에 40여년 넘게 천착해 온 안영나 화백 서른두 번째 ‘Flower No Flower-기쁨의 노래’개인전이 서울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2층(제4전시실)에서 애호가들의 찬사 속 성황리 전시 중이다. 1월25일 오픈, 30일까지 열리고 있는 전시장엔 ‘안영나의 시대별작업발자취’를 엄선한 35여점의 호장(豪壯)한 ‘꽃’연작이 다양한 은유의 기운생동으로 관람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시장엔 안영나 작가가 “미국화가 추상표현주의 액션페인팅 잭슨폴록(Pa..

[INSIGHT FINE ART]서양화가 이현,이현 미술가,이현 작가,이현 화백,LEE HYUN,꿈을 꾼 후에(Après un rêve),나무 위의 남작(IL Barone Rampante),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

꿈결의 색채 마음의 모습 “개는 하루 종일 돌아오지 않았다.…코지모 형은 매일매일 물푸레나무 위에서 초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 풀밭에서, 오래전부터 마음속에서 자신을 괴롭혀 오던 어떤 것, 그러니까 거리, 결핍감, 저세상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기다림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기라도 하듯. 1)” 발돋움하는 여명의 맑은 기운은 초록대자연과 친밀한 교감으로 빛났다. 낮은 곳으로의 겸양이 드러내는 조화로움의 삶은 치유의 따스함으로 일순 안정감으로 다가왔다. 양떼의 공동체적 삶에 대한 교감과 이해는 침묵이 저토록 숭고한 정경을 잉태할 수 있을까를 상기 시키고 화폭엔 꿈결이 지나간 미혹(迷惑)의 여운이 전율로 묻어난다. 이현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림그릴 땐 외부와 접촉을 거의 하지 않는다. 로마에서 ..

[권동철의 갤러리]갤러리 바움,Gallery BAUM,방혜자 화백 추모전,방혜자 수상집-마음의 침묵,BANG HAI JA,화가 방혜자,방혜자 작가,方惠子,인사미술제,1월4~15일 2023,IAW2023

“우리 마음의 불꽃은 우주만상과 만남으로 빛을 발하게 됩니다. 이러한 빛은 우리의 마음을 사랑으로 가득 차게 해주며 사랑은 이 세상에 밝은 빛을 퍼져나가게 해주고 있습니다. 마음의 불꽃을 안고, 매순간 생명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아름다운 삶의 꽃을 피워 열매를 맺어야 될 것입니다.1)” 서울종로구 지하철3호선 안국역인접 운현궁SK허브 지하1층 소재, ‘갤러리 바움’에서 ‘방혜자 BANG HAI JA 화백 추모전’이 1월4일 오픈, 15일까지 애호가들의 뜨거운 관심 속 성황리 전시 중이다. 이번 전시는 ‘인사미술제(IAW2023:INSA ART WEEK2023)’일환으로 방혜자 작가 원화와 판화들이 전시되고 있다. ‘인사미술제’는 인사전통문화보존회 및 IAW2023이 주최했고 종로문화재단, (사)한국화랑..

[INSIGHT FINE ART]서양화가 이영박‥단절과 고립 희망의 인간학[LEE YOUNG PARK,이영박 미술가,이영박 화백,이영박 작가,비트겐슈타인과 정신분석, 존M.히턴(John M. Heaton)]

“지혜는 아무도 사러오지 않는 쓸쓸한 시장에서, 농부가 빵을 바라며 헛되이 쟁기질하는 시든 벌판에서 팔린다.1)” 한 때 창(窓)너머 초록풀잎들이 싱그럽고 미풍에 하늘거리던 초원과 야생화 향기로 넘쳐났을 저 언덕아래…. 그러나 화면은 야산억새가 쓰러지고 거침없는 칼바람이 휑한 창을 통해 불어 닥치는 황량한 공간이다. 비바람을 막아주며 아늑한 잠자리를 선사했던 마구간문짝은 어디론가 날라 갔다. 흙벽을 지탱해 주던 나무들은 하나 둘 바닥으로 곤두박질쳐 있어 언제 와르르 무너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긴박감을 암시한다. 염소를 잡아주던 고삐는 곳곳이 헤져 허술하게 목 뒤로 늘어진 채 유명무실한 중심(中心)이 되어버렸다. 윤기 흐르던 털은 푸석하고 벗어나고픈 갈망처럼 한쪽 눈은 휙 돌아가 단절과 고립의 적막감에 전..

[INSIGHT FINE ART]서양화가 이영박‥단절과 고립 희망의 인간학[LEE YOUNG PARK,이영박 미술가,이영박 화백,이영박 작가,비트겐슈타인과 정신분석, 존M.히턴(John M. Heaton)]

“지혜는 아무도 사러오지 않는 쓸쓸한 시장에서, 농부가 빵을 바라며 헛되이 쟁기질하는 시든 벌판에서 팔린다.1)” 한 때 창(窓)너머 초록풀잎들이 싱그럽고 미풍에 하늘거리던 초원과 야생화 향기로 넘쳐났을 저 언덕아래…. 그러나 화면은 야산억새가 쓰러지고 거침없는 칼바람이 휑한 창을 통해 불어 닥치는 황량한 공간이다. 비바람을 막아주며 아늑한 잠자리를 선사했던 마구간문짝은 어디론가 날라 갔다. 흙벽을 지탱해 주던 나무들은 하나 둘 바닥으로 곤두박질쳐 있어 언제 와르르 무너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긴박감을 암시한다. 염소를 잡아주던 고삐는 곳곳이 헤져 허술하게 목 뒤로 늘어진 채 유명무실한 중심(中心)이 되어버렸다. 윤기 흐르던 털은 푸석하고 벗어나고픈 갈망처럼 한쪽 눈은 휙 돌아가 단절과 고립의 적막감에 전..

[권동철의 갤러리]서양화가 이현,이현 작가,이현 미술가,LEE HYUN, 李晛,이현 화백[11월29~12월31일 2022, 지구와사람 갤러리 홀, ‘색채유희’개인전]

“나와 우주는 하나다” “사랑하는 이만이 그 뛰는 심장을 알 수 있다. 오직 사랑하는 이만이 그 맥박을, 그 피를, 그 생명의 따뜻함을 알 수 있다.1)” 전시장엔 따뜻하고 안온한 뉘앙스의 평화로운 풍경이 관객을 맞았다. 자연과 합일되는 양떼, 꽃, 바다 그리고 달빛 내리는 고요한 집들의 길목을 순하게 안내하는 불빛 등이 서정 가득한 존재의 심상(心象)과 어우러지고 있었다. 인간애를 저변으로 풀어낸 20여 작품들은 세심한 전시구성의 손길을 거치며 위로와 격려의 스토리텔링으로 다가왔다. 화면엔 이방인으로서 오랫동안 이탈리아 로마에서 작업 해온 이현 화백 특유의 남유럽느낌과 한국인의 영혼에서 발아되는 오방색(五方色)하모니가 표출되고 있었다. 삶과 죽음의, 떠나는 자와 남은 자의 울림 그 낮은 곳의 초록이 품..

[권동철의 갤러리]서양화가 임혜숙,아델라이데(Adelaïde Op.46),베토벤을 그리는 여류화가,임혜숙 미술가,베토벤 교향곡 9번,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2악장,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 ,베토벤 ..

인생! 회환과 기도의 마음 “베토벤의 위대한 카테고리들 중의 하나는 진지함, 즉 더 이상 유희로 존재하지 않는 것의 카테고리 이다. 이러한 음조는-이것은 형식으로의 초월에 거의 항상 힘입고 있다-베토벤 이전에는 존재한 적이 없었다. 베토벤은 전래된 형식이 여전히 유효하면서도 진지함이 돌출하는 곳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다.1)” 베토벤 교향곡 9번(Symphony 9)은 아홉 번째 교향곡이자 마지막 교향곡이며 베토벤 교향곡의 완성판이다. 프리드리히 실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 1759~1805)의 ‘환희의 송가(An die Freude)’ 시(詩)를 베토벤이 30년 넘게 가슴 속에 품고 있으면서 자신의 마지막 교향곡 4악장가사로 게재한 것에 미묘한 연민..

[권동철의 갤러리]한국화가 허진,허진 작가,허진 미술가,허진 화백,허진 교수,許塡, HURJIN,시각문화학(Visual Culture),운림산방(雲林山房),소치 허련(小痴 許鍊,미산 허형(米山 許瀅),남농 허건(南..

과학과 문명 부유하는 인간 “우리가 존재론적 수준을 이동할 때, 즉 이항대립적 체계가 통제하는 몰적인 수준에서 미세한 요소들이 범람하는 분자적인 수준으로 이행할 때 우리는 코드의 세계에서 기호의 우주로 들어가게 된다.1)” 허진 작가 작품은 자연과 인간이 다른 존재라는 타자시선이 아니라 공생공존의 인식대상으로 접근한다. 그 탐구의 관점을 동시대적 시각에서 독창적 미학으로 풀어내는 연작들이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 ‘유목동물+인간-문명’ 등이다. 그가 “나의 작품은 결국 인간의 문제로 귀결된다.”라고 말 한 것은 인간내면에 존재하는 자연성(naturalness)에 대한 성찰(省察)을 알리는 외침으로 비쳐진다. 그래서 허진은 과학과 문명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라는 거대담론의 틀에서 다양한 형상들의 변증(辨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