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존재하는 것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시대는 흘러가면서 반드시 칼로 새긴 듯한 흔적을 남기고 어떤 시대는 뜬구름이 흘러가듯 평범하고 담담하게 별로 이상할 것 없이 지나가기도 한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것처럼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약간의 맛만 남길 뿐이다.1)” 강물에 닿을 듯 낮게 무리지어 맴도는 하루살이들이 오므려지다 펴지는 풍선처럼 허공을 자유롭게 유동했다. 햇빛사이 슬로 모션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명랑하게 튕겨 오르는, 번짐의 공간이 짓궂게 퍼져갔다. 미숙했던 ‘나’의 분신이 물 위에 어른거릴 때 암울했던 불안이 버림받은 채 당당히 흘러가는 물살위로 스러져갔다. 에릭 사티 ‘짐노페디(Gymnopedie No.1)’ 피아노 선율이 풋-의식으로 배회하는 가냘픈 영혼의 축축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