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나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평가하는 인지능력이 저하된 노인에게도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은 살아있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다. 가장 정교하다는 로봇도 사진도 인형도 최고의 기술로 제작된 영상도 실제 동물만큼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1)”
가족의 일원으로서 반려동물인 고양이, 개, 토끼 등이 등장하는 화면은 화려하고 다채로운 컬러의 색채로 우러난다. 강아지가 먼 길을 가고 난 후 슬픔에 잠긴 지인을 위로하려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컬러풀하게 산뜻한 기분의 느낌을 담았다.
그런가하면 다른 색감이 층층 배어나오게 오랜 공력(功力)을 들여 완성한 ‘뒤러의 토끼’작품도 있다.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는 독일 뉘른베르크출신의 르네상스 대표화가로 한영준 작가는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커피숍에 앉아있던 나에게 길고양이가 다가왔다. 인사를 건네듯 눈을 진득하니 감은 채 내 앞에 쪼그리고 앉는 것이 아닌가! 마치 깊은 신뢰의 오래 된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탕을 정사각형 격자무늬의 돌출하는 색다른 느낌으로 표현하려 했다. 물감을 팠을 때 나오는 색감의 조화를 통해 교감을 공유하고 싶었다.”
이처럼 한영준 미술가는 스무 개 이상 조각칼로 작품부분 부분을 섬세하고 밀도 높은 묘사력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선이 나오거나 점과 면이 또 직선과 곡선이 그런가하면 원으로 파내려가면서 드러나는 색채의 입체감을 돋보이게 한다.
이것은 한영준 작가(HAN YOUNG JOON)가 개발한 독창적 표현으로 회화와 조각을 융합한 ‘끌 말러라이(Kkeulmalerei)’기법에 기초한다. 바로 관객과 소통하는 컨템퍼러리(Contemporary)미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조선시대동물화의 사의(寫意)
한편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풍토(風土)와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한민족이 그린 그림에 동물이 등장한다. 고려시대 독립된 화목(畵目)으로 새와 동물을 소재로 그리는 영모화(翎毛畵)는 조선시대 이성과 감성을 중시했던 성리학 사상을 바탕으로 사의성(寫意性)을 드러내는 것으로 진화한다.
특히 조선후기 서양의 사실주의를 융합하면서도 조선의 회화 특유의 존재성을 드러낸 것은 각광받을 만하다. 고양이는 장수를 상징했다. ‘누런 고양이가 나비를 희롱 한다’는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1745~1806년?)의 황묘농접도(黃猫弄蝶圖), ‘병아리를 훔쳐 도망치는 들 고양이’를 그린 긍재 김득신(兢齋 金得臣,1754~1822)의 야묘도추(野猫盜雛) 등이 있다. 또 액(厄)을 막고 복을 누리고자하는 벽사화(辟邪畵)에도 인간과 친화적인 ‘개’가 등장한다.
[참고문헌]
1)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 심리학, 세르주 치코티(Serge Ciccotti)·니콜라 게갱(Nicolas Guéguen)지음, 이소영 옮김, 책공장더불어 刊, 2012.
[글=권동철, 6월호 2023, 인사이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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