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353

서양화가 김성혜…소통의 공간 지각의 방식[김성혜 작가,회화·패브릭아티스트 김성혜,텍스타일아트,Textile Art,Fabric Artists Kim Sung Hye,타피스트리,Tapestry]

“우리가 강둑에 앉아 있을 때 물의 흐름, 배의 미끄러짐 혹은 새의 비상, 우리 깊은 생의 끊임없는 속삭임은 우리에게 세 가지 다른 것이거나 유일한 것이거나, 우리 마음먹는 대로다.…지속은 단순한 계속이 아니라 매우 특별한 공존, 흐름의 동시성이다.1)”  작품의 소재 ‘실’은 공간과 존재를 잇는 기본척도다. 여리고 민감한 반발력의 뉘앙스는 형상의 탄성을 배가시키고 촉각적이며 역동성의 겹 패턴은 신선한 스토리텔링을 샘솟게 하여 감각세계로 안내한다. 화면은 촉촉한 단비가 내리거나 꽃으로 피어오르며 천변만화의 연속성으로 활력의 추상서정을 증폭시킨다.  “…보는 존재와 보는 것을 즐기는 존재, 보는 것을 아름답게 생각하는 존재를—이처럼 전경(全景)이 보이는 일종의 몽환상태는 깊이와 넓이가 무한의 꿈을 부르는 ..

화가 강찬모‥산은 사람이요 생명이다[논산출신화가,히말라야 화가,히말라야 작가,강찬모 작가,강찬모 화백,Kang Chan Mo,姜讚模,명상,禪,Meditation]

“강물은 흐르고 또 흐르며, 끊임없이 흐르지만, 언제나 거기에 존재하며, 언제 어느 때고 항상 동일한 것이면서도 매 순간마다 새롭다!1)”  석양을 껴안은 첩첩의 설산봉우리가 눈부신 황금빛으로 찬연하다. 유현(幽玄)의 시공간에 불현 듯 신성(神聖)이 중첩되듯 자옥한 안개가 변화무쌍하게 눈앞을 스친다. 고고한 골격의 맥박이 숨을 뱉자 깊은 골을 타고 새뜻한 바람이 낙하했다. 하나 둘 하늘엔 별들이 박히고 어디선가 쿵쿵 간헐적인 급류가 바위를 때렸다. 아득한 풍경위로 낯선 ‘나’의 세월이 지친 걸음인 그때 오오 유장한 강물이여!  “히말라야 설산은 인간이 볼 수 있는 광대한 정신의 영지(靈地)가 아닌가. 존엄과 엄숙의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나에겐 해발고도 3,000~5,000m사이 깊은 히말라야마..

서양화가 선종선‥분절과 통합의 시공간 은유된 일상의 해석학[SUN JONG SUN Painter,선종선 작가,선종선 화백,앙장브망 기법,enjambement]

“감각은 현상학자들이 말하듯 세상에 있음이다. 나는 감각 속에서 되고 동시에 무엇인가가 감각 속에서 일어난다. 하나가 다른 것에 의하여, 하나가 다른 것 속에서 일어난다. 결국은 동일한 신체가 감각을 주고 다시 그 감각을 받는다. 이 신체는 동시에 대상이고 주체이다.1)”  화면은 어떤 찰나가 포착된 스틸 컷 같은 동시간성의 이미지다. 실제의 형체는 즉각적으로 인지하여 경험적인 정서로 안내하지만 그 아래지점에서 생성되는 간극, 바로 찢겨진 공간에 눈길이 꽂힌다.  미증유(未曾有)의 꽃봉오리, 부조리의 흔적이 갈피에 말려진 듯 그곳은 완전히 열려있거나 그렇다고 닫힌 것도 아니다. 주류(主流)도 아니며 정형화된 법칙도 없는 다분히 촉각적 느낌의 기호, 물방울을 투과한 오묘한 빛살, 때마침 그곳을 지나가다 남..

[인터뷰]서양화가 선종선…“삶을 주체적으로 자각하며 실존을 확립하는 것이 나의 예술”[SUN JONG SUN Painter,선종선 작가,선종선 화백,앙장브망(enjambement)]

“디지털속도시대의 현대인들에게 일상너머의 그 무엇과 ‘나’의 정체성이 어떻게 행복한 삶의 결속으로 가고 있는지 그 본질을 바라보는 화두이다. 바탕의 극사실적 묘사를 통해 이곳 ‘차안이라는 현실’과 그 바탕이 찢겨져 드러난 ‘저곳의 피안’이라는 이상향의 대비를 묘사한다. 나의 작품을 통해 뜻깊은 일상과 교감하기를 소망한다.” 경기도용인 선종선 작가 화실 창 너머, 눈 녹은 동산오솔길이 고불고불 친근하게 드러나 보였다. “동일한 화면에 시공간적 상황이 다른, 두 개의 이질적 공간대비는 일상의 통속적인 관념체계에 대한 회의와 반성을 환기시키는 회화적 장치이다. 강물이 바다와 만나면서 섞이는 물처럼, 층(layer)은 수축하고 확장되는 가운데 ‘내’가 세상을 향해 달리고 꿈꾸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의 작업에..

서양화가 류영신‥시원의 기하학 그 시·공의 불가사의[류영신 작가,柳栐慎,Ryu Yoyng Sin, Youngshin Ryu,류영신 화백,권동철]

“수없이 많은 우주들 중에는 생명체에게 가장 적합한 우주가 반드시 존재하며, 우리가 바로 그곳에서 살고 있다.‥그러나 지구의 궤도는 완벽한 원이 아니다. 즉, 가장 이상적인 궤적에 약간의 무작위성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다.‥또한 이것은 우주가 우연한 사건에 의해 무작위로 탄생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1)” 화면의 이미지는 자유로이 움직이고, 호흡하고, 세포의 유사분열(有絲分裂)같은 어떤 상징성의 기운을 내비친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새벽안개 속 꿈틀거리는 듯 생명체, 동굴 속 발광하는 희고 푸른 무엇, 혹은 해안선을 따라 증식하는 어떤 기하(幾何)의 무늬너머에 장엄한 우주의 역사를 읽어가는 커다란 울림이 들려오는 듯하다. 류영신 작가가 2015년 발표했던 ‘Forest-Black Hole(숲–블랙홀)’과..

서양화가 송광익‥해체와 직관의 동시성 공간과 패턴의 건축학[송광익 작가,대구출신화가,宋光翼,Song Kwang Ik,송광익 화백,통인화랑,권동철]

“정신의 탁월성: 신은 정신을 다른 모든 피조물보다 특별히 배려한다는 것, 정신은 세계보다 신을 더 많이 표현하다는 것, 그리고 다른 단순한 실체들은 신보다 세계를 더 많이 표현한다는 것에 대하여.1)” 화면은 신체의 운동성과 연결되어 구축되는 소통기법이라는 점에서 지극히 근본적인 특성을 지닌다. 기운의 팽창과 다스림이라는 메커니즘을 손으로 직접 만들어 구현하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정형화와는 전혀 다른, 꾸밈없는 자연스러움을 동반하고 작품세계에 내재된 여러 의미망에 물음을 던져 ‘그 결’에 다가가는 감각지평을 마련해 준다.  이것은 빠른 시각적 흡수성으로 반응하여 투과되는 빛의 음영, 색의 농도 나아가 일순 어떤 무결(無缺)의 수행성과 조응시킨다. 궁극으로 종이와 그 변화의 공감각에 대한 물음을 우리에..

[사계절 장생도-봄(800호)]서양화가 오유화‥생생한 춘절의 판타지 한국적 토착성의 현대미[2024 MIAF(목우아트페어),규랑 오유화,Oh You Hwa,오유화 화백,오유화 작가,권동철]

“한국 산하의 아름다움, 그것이 바로 우리문화의 아름다움이고 특성이다!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눈앞에 펼쳐진 모습이구나. 그렇구나, 쌓이고 쌓인 조상들의 긴 옛이야기와도 같은 것이구나.1)”  오유화 작가 ‘사계절 장생도’는 100호 캔버스 32개를 이어 붙이는 3200호 크기의 ‘초대작(超 大作)’프로젝트다. 일생의 예술혼을 쏟아 부을 6년여 작업소요기간 중, 2023~2024년에 걸쳐 800호 ‘봄’을 최근 마무리했다.  지난 12월11~24일까지 서울 인사동길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에서 열린 ‘2024 MIAF(목우아트페어)’에 출품한 ‘봄’은 미술애호가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관객몰이를 했다. “억겁시간 풍상을 이겨내고 제 모습을 간직하는 바위, 청청한 물줄기를 그리며 마음 닦는..

[전시장 IN]서양화가 제이영‥숯의 마티에르 생성과 소멸의 곡률[모제이 갤러리[제이영 작가, J Young painter, Jay Young painter, J Young Artist]

전시장에 들어서면 숯, 검은 옷, 대(大) 붓, 무언가를 담았다가 쏟아 부은 눕혀진 바케쓰, 시골담장을 떠올리게 하는 기호로 서술한 작품과 만난다. 작가가 가장 본질적 사유를 캔버스 앞에 풀어놓으며 반복해 그어나가고, 붓을 휘저으면서 표출했던 어떤 회로, 흔적, 기억의 표상들이 무한의 곡률(曲律)로 펼쳐진다.  서울한남동 소재, 모제이 갤러리(Mo J Gallery)‘를 찾았다. 점, 선, 면으로 풀어가는 응축의 기하학 ‘Like-150mm Moment:반복의 영속’ 제이영 개인전은 9월4일 오픈, 12월8일까지 열린다.  “인간이 자연을 떠나서 살 수 없듯 시대는 변하여도 나의 고향예천에서의 기억은 생생하다. 흙, 나무, 돌, 화로의 숯, 보글보글 끓던 청국장 냄새, 미니멀적 담장 그리고 오브제(obj..

서양화가 박동윤‥이치와 수양 고요의 한국미[박동윤 작가,Park Dong Yoon,박동윤 화백,Park Dong-yoon painter,권동철]

“만약 당신이 나무에 못을 박는다면, 나무는 당신이 어디를 치느냐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그때 우리는 나무가 등방성(Isotrope)이 아니라고 말한다. 텍스트 역시 등방성이 아니다. 그 가두리며 틈새는 예측불허의 것이다.…구조적 분석(기호학) 역시 텍스트의 가장 미세한 저항이나 그 결의 불규칙한 모양을 인정해야 한다.1)”  화면은 고요하지만 내적으로 어떤 뉘앙스가 일렁인다. 심연으로 들어 온 한 줄기 빛살에 청록의 해초가 하늘거리듯 미묘한 컬러의 율동이 호흡의 시그널을 보내온다. 캔버스 위 3㎝이상 튀어나온 ‘날’은 두껍고 얇은, 희고 검은 등 색한지 겹침을 통해 구축된다. 작가는 여러 겹으로 두터운 물성을 만들고 다시 얇은 한지를 붙여 일정하게 솟아오른 군집형태를 만드는 노동에 집중한다.  ‘날’..

[인터뷰]서양화가 박동윤‥“내 예술의 실존적 주체는 나의작품이다”[朴東潤,Park Dong Yoon,Park Dong-yoon painter,박동윤 작가,박동윤 화백]

“나는 이 시대 발광하는 시각적분열성을 잠잠하게 가라앉히는 회화의 존재에 대해 고뇌한다. 내 작품의 고요한 눈길은 한국인의 근원적자연관과 함께하고, 무의식적으로 그곳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내재한다고 믿는다. 하여 궁극의 자연계에 작은 조각하나 던져 넣은 파동(波動)…. 그것이 내 작업의 호흡이길 늘 기원한다.”  충남공주를 가로지르는 금강둑길, 만추의 노란은행잎들이 허공을 수놓으며 장관을 이뤘다. 그곳 인근 야트막한 산자락 아래 박동윤 작가 작업실을 찾았다. “내 작업에서 밀도 있고 깊이 있는 회화성에 도달하는 방법론은 한지의 반투명성이라는 특별함의 활용이다. 또 가소성과 보존성을 위한 신중한 재료의 운용을 통하여 한지입체부조 ‘날(blade)’을 표상하는 것이다.”  박동윤(朴東潤, Park Dong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