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348

화가 조향숙‥본성의 소리 근원의 파동[조향숙 작가, Jo Hyang Sook]

“阿難아, 이 가깝고 먼데 있는 모든 물성이 비록 차별하나, 다 같이 너의 청정한 견정(見精)으로 보는 것이니, 여러 종류가 스스로 차별이 있을지언정, 견(見)하는 성(性)은 다르지 아니하나니, 이 견정의 묘명(妙明)한 것이 진실로 너의 견(見)하는 성(性)이니라. 阿難是諸近遠諸有物性雖復 差殊同汝見精清淨所矚則諸物 類自有差別見性無殊此精妙明 誠汝見性.1)” 동자(童子)가 본성이라는 소를 찾기 위해 산중을 이리저리 헤매는 장면부터 최후에 선의 최고경지를 나타내고 있는 그림, 심우도(尋牛圖). 중국송나라 보명과 곽암의 심우도가 우리나라에 들어 온 것으로 전해지는 이 선화(禪畫)는 시작도 끝도 없는 무한세계에 참된 자기를 자각하며 마음 닦는 과정을 열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조향숙 작가는 천년의 시간을..

[권동철의 화가탐방]한국화가 김현경,Kim Hyun Kyung,Palazzo De Probizer,프랑코 피노티,Franco Finotti,마리오 코살리,Mario Cossali,Kim Schneider,김현경 작가[7.13~9.15.2024.]

Visioni che ci trasportano in una cultura Nella mostra di pittura dell'artista coreana Hyun Kyung Kim ci troviamo di fronte ad una serie compatta di lavori pittorici che letteralmente ci trasportano in una cultura particolare, quella coreana, che sa immergersi nella natura, qui rappresentata dalla pianta del bambù intesa come icona del passato, del presente e del futuro. Icona capace insomma di ..

[인터뷰]서양화가 한영준‥“조각 같은 회화의 오묘한 느낌이 내 작업의 독창성”[derkleinejoon,BTS,방탄소년단,한영준 작가,Han Young Joon,Johannes Gruetzke,끌 말러라이,Kkeulmalerei]

“BTS(방탄소년단)가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는 아주 강렬하고 뚜렷하다. ‘Love Your Self!’ 이 슬로건이 청소년들에겐 마치 자기들의 감정을 대변하고 희망과 위로였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특히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말에 나는 그들의 가치관에 푹 빠져 버렸다.”  독일쾰른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 잠시 귀국한 한영준 작가를 서울종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의 ‘끌 말러라이(Kkeul Malerei)’라는 독창적 기법과 BTS 인물작업의 연결성이 궁금했다 “층층이 12겹 색감들을 계획적으로 쌓은 후 인물의 명암, 배경무늬와 색의 조합들까지 전체계획을 짜고 준비했다. 다양한 크기의 조각칼을 사용하며 인물느낌을 살리기 위해 다른 색감들과 조화에 집중했다. 섬세하게 손의 힘..

서양화가 한영준‥희망과 위로 팬덤 사회학[derkleinejoon,BTS,방탄소년단,한영준 작가,끌 말러라이,Kkeulmalerei]

“한 점의 그림은 그것을 바라볼 때 아무리 바라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 어떤 것을 재현한다. 그 원천으로 투영되는 소망을 충족해 주는 무언가가 그림 안에 들어 있다면 이 무엇이 소망을 끊임없이 키워낸다.1)”  새 밀레니엄으로 들어서던 2000년대 초, K-pop은 한류중심으로 부각된다. 그리고 남성7인조 BTS(방탄소년단)이 2013년 데뷔한다. 빌보드1위를 하고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중음악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에서 한국인최초 단독무대공연을 하는 등 세계적 음악그룹으로 방점을 찍는다. 그들의 팬클럽 이름은 아미(ARMY)다.  “한 사회의 보편적 공식가치를 부각시킬 정도의 공연이라면‥우리는 그 공연이 공동체의 도덕적 가치를 생생한 표현으로 재확인해주는 의례라고 볼 수 있다. 공연에서 표현된 특성이..

서양화가 정현숙‥역사에 빛을 더하는 삶의 염원[정현숙 작가,정현숙 미술가,Jeong Hyun Sook]

“현존재의 ‘연관’에 대한 물음은, 현존재의 발현 또는 발생을 묻는 존재론적 문제이다. 그리고 이 ‘발생의 구조’와 그 실존적, 시간적 가능조건을 밝히는 일은 ‘역사성의 존재론적 이해(ein ontologischen Verständnis der Geschichtlichkeit)’를 획득하는 일이기도 하다.1)”  종일 비가 내리다 그친 새벽녘. 커튼을 젖히고 다시 잠을 청하려던 그때 유리창 너머에 비친 훤칠하게 생긴 보름달이 성큼성큼 한 걸음에 가슴팍으로 다가오는, 신성(神聖)…. 교교함과 그 역동의 기운 앞, 짤막한 탄성의 찰나. 남색(藍色)하늘에 무심히 두둥실 흘러가는 오 순백의 달항아리!  ◇고격의 시공간 생명의 영원성화면은 신사임당 초충도(草蟲圖)에서 차용한 나비가 마치 오늘날에도 날갯짓하는 듯 ..

[전시장 IN]화가 윤종득‥선의 준법 산의 축약[백악미술관,윤종득 작가,윤종득 화백]

작품 앞에서면 산길에 첫 발을 들여놓은 느낌이다. 장엄한 바위와 능선의 기운생동(氣韻生動)에 압도당하고 동시에 가늠할 수 없는 어떤 희열이 샘물처럼 솟아오른다.  윤종득 화백이 수십 여 년 동안 축적한 기운을 온전히 쏟아 부은, 혼신의 필법으로 그려낸 역작 ‘신몽유도원도(新夢遊桃源圖)’가 태고의 골격 그대로 초연히 서 있다. 가로 8m60㎝, 세로 122㎝ 초대작이다.    화면은 모든 잎들이 낙하한 목체(木體)만이 앙상하게 드러난 겨울 산처럼 그러나 들여다보면 복잡다단한 고리의 결합과 확장으로 탄탄한 축약의 아우라를 품고 있다. 인간군상, 갑골상형 같은 전서(篆書)의 문자, 자연의 형상 등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생(生)의 속뜻을 일깨운다.  그곳엔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1786~1856)의..

화가 이정연‥낙원의 동산 일월의 기운생동[이정연 작가,李貞演,Rhee Jeong Yoen,신창세기,Re Genesis]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1)” 흘러가는 물이 밤하늘 달빛과 나부끼다 낙하하는 나뭇잎을 품는다. 저 허공을 가로지르는 새 무리들을 껴안은 여백공간은 기독교세계관이 응축된, 삼라만상이 현묘(玄妙)와 허(虛)로서 관련되는 기운생동의 세계관을 내놓는다.  성령의 암시인가. 자개의 발색이 은하처럼 반짝인다. 선물처럼 뿌려지는 실비가 풍요의 에너지로 영혼을 적시는 이곳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땅이다. 단말마(斷末摩)의 수난을 겪은 예수의 십자가보혈, 어떤 숫자와 기호, 참회의 기도문 같은 문장과 색채가 화면 곳곳 개별성과 또 가교로서 어우러진다.    칠보기법(七寶技法)을 응용한 오묘하고 모호한 조형성의 부각은 성스러움을 극대화하고 컨템퍼러리(contemporary) 미감으로 끌어당긴다. “봄날 아침도 ..

서양화가 서경자‥마음의 길 영혼의 안식[서경자 작가,Suh Kyoung Ja]

사막은 무색. 아무런 색깔도 없는 건 아니지만 단순한 몇 가지 색깔. 사막은 무취. 그냥 모래 마르는 냄새 풀잎 마르는 냄새. 사막은 무한. 하늘이 그렇고 모래밭이 그렇고. 사막은 투명. 하늘이 또한 그렇고 사람 마음이 다시 그렇다. 사막의 향기를 드립니다.1)” 금빛노을이 모래 속을 파고들었다. 사막은 온통 번트엄버(Burnt Umber)컬러로 젖어들고 한낮의 열기는 수그러들었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새로운 바람은 밤새 평지를 이루다 때론 모래 산을 만들며 낯선 풍경 속으로 이방인을 초대했다. 진솔하게 자신의 흔적을 모래밭에 새긴 바람의 자국위로 새벽의 축축한 기운이 번진다. 숨죽이듯 스러져 있는 떨기나무 그루터기에 대롱대롱 달린 작디작은 영롱한 물방울이 아침의 위대함에 반짝였다. 떠오르는 여명(黎明)은..

[전시장 IN]서양화가 이태현‥역동의 우주 대자연의 진리[Lee Tae Hyun,통인화랑,이태현 미술가,이태현 화백,이태현 작가,화가 이태현]

“만 번을 울린 북도 그 빈속은 상하지 않고, 만 번을 구른 수레도 그 중앙 빈 곳은 상하지 않는다. 그래서 허(虛)를 진(眞)이라고 한다. 萬鳴之鼓其中空不傷, 萬轉之輪其中空亦不傷, 故其虛爲眞矣.1)” 동양사상의 인간과 자연관이 융화된 미학적 토대를 55년여 천착해 오고 있는 이태현(李泰鉉,Lee Tae Hyun,1940~) ‘生滅點華(생멸점화)’전시회가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통인화랑 3층 전시장엔 불교 화엄사상을 떠올리게 하는 우주융합현상의 ‘Space’연작을, 5층은 역학(易學)의 원리를 근간으로 괘(卦)의 기호학을 추상화로 풀어낸 작품들을 보여준다. “상상력과 구성력의 풍부함에서 오는 모나지 않은 멋, 끝이 날카롭거나 차갑지 않고 순박한 데서 느끼는 구수한 큰 맛, 단순한 색채에서 오는 적..

[전시장 IN]단색화가 신기옥‥통찰의 힘 필연의 귀환[Shin Ki Ock-Dansaekhwa: Korean Monochrome Painter, 갤러리 비선재,신기옥 화백,신기옥 작가]

“태양의 불이 흩어져버리는 한, 그것은 우리의 생명의 불에 작용하지 못한다. 그 응집은 우선 처음에 자신의 물질화를 낳고, 다음에 순수한 실체에 그 역동적 가치를 준다. 근원적 정령들은 원소에 의해서 ‘끌어당겨지는’ 것이다. 더욱 조그만 은유를 쓴다면, 그러한 ‘인력(attraction)’이 ‘우정’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우리는 이와 같은 화학(化學)이 있은 후에 심리학에 도달하는 것이다.1)”  물안개 걷히자 어느새 풀잎들이 아우성치듯 연록 숲으로 물들여 놓았다. 길이 열리자 애잔히 머뭇하던 봄볕이 물의 품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물과 빛이 섞이는 공간엔 거품이 부풀다 이내 사라졌다.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2번(Op.102.Andante)이 무심한 시간을 품은 채 강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