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 탁월성: 신은 정신을 다른 모든 피조물보다 특별히 배려한다는 것, 정신은 세계보다 신을 더 많이 표현하다는 것, 그리고 다른 단순한 실체들은 신보다 세계를 더 많이 표현한다는 것에 대하여.1)” 화면은 신체의 운동성과 연결되어 구축되는 소통기법이라는 점에서 지극히 근본적인 특성을 지닌다. 기운의 팽창과 다스림이라는 메커니즘을 손으로 직접 만들어 구현하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정형화와는 전혀 다른, 꾸밈없는 자연스러움을 동반하고 작품세계에 내재된 여러 의미망에 물음을 던져 ‘그 결’에 다가가는 감각지평을 마련해 준다. 이것은 빠른 시각적 흡수성으로 반응하여 투과되는 빛의 음영, 색의 농도 나아가 일순 어떤 무결(無缺)의 수행성과 조응시킨다. 궁극으로 종이와 그 변화의 공감각에 대한 물음을 우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