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348

서양화가 송광익‥해체와 직관의 동시성 공간과 패턴의 건축학[송광익 작가,대구출신화가,宋光翼,Song Kwang Ik,송광익 화백,통인화랑,권동철]

“정신의 탁월성: 신은 정신을 다른 모든 피조물보다 특별히 배려한다는 것, 정신은 세계보다 신을 더 많이 표현하다는 것, 그리고 다른 단순한 실체들은 신보다 세계를 더 많이 표현한다는 것에 대하여.1)” 화면은 신체의 운동성과 연결되어 구축되는 소통기법이라는 점에서 지극히 근본적인 특성을 지닌다. 기운의 팽창과 다스림이라는 메커니즘을 손으로 직접 만들어 구현하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정형화와는 전혀 다른, 꾸밈없는 자연스러움을 동반하고 작품세계에 내재된 여러 의미망에 물음을 던져 ‘그 결’에 다가가는 감각지평을 마련해 준다.  이것은 빠른 시각적 흡수성으로 반응하여 투과되는 빛의 음영, 색의 농도 나아가 일순 어떤 무결(無缺)의 수행성과 조응시킨다. 궁극으로 종이와 그 변화의 공감각에 대한 물음을 우리에..

[사계절 장생도-봄(800호)]서양화가 오유화‥생생한 춘절의 판타지 한국적 토착성의 현대미[2024 MIAF(목우아트페어),규랑 오유화,Oh You Hwa,오유화 화백,오유화 작가,권동철]

“한국 산하의 아름다움, 그것이 바로 우리문화의 아름다움이고 특성이다!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눈앞에 펼쳐진 모습이구나. 그렇구나, 쌓이고 쌓인 조상들의 긴 옛이야기와도 같은 것이구나.1)”  오유화 작가 ‘사계절 장생도’는 100호 캔버스 32개를 이어 붙이는 3200호 크기의 ‘초대작(超 大作)’프로젝트다. 일생의 예술혼을 쏟아 부을 6년여 작업소요기간 중, 2023~2024년에 걸쳐 800호 ‘봄’을 최근 마무리했다.  지난 12월11~24일까지 서울 인사동길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에서 열린 ‘2024 MIAF(목우아트페어)’에 출품한 ‘봄’은 미술애호가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관객몰이를 했다. “억겁시간 풍상을 이겨내고 제 모습을 간직하는 바위, 청청한 물줄기를 그리며 마음 닦는..

[전시장 IN]서양화가 제이영‥숯의 마티에르 생성과 소멸의 곡률[모제이 갤러리[제이영 작가, J Young painter, Jay Young painter, J Young Artist]

전시장에 들어서면 숯, 검은 옷, 대(大) 붓, 무언가를 담았다가 쏟아 부은 눕혀진 바케쓰, 시골담장을 떠올리게 하는 기호로 서술한 작품과 만난다. 작가가 가장 본질적 사유를 캔버스 앞에 풀어놓으며 반복해 그어나가고, 붓을 휘저으면서 표출했던 어떤 회로, 흔적, 기억의 표상들이 무한의 곡률(曲律)로 펼쳐진다.  서울한남동 소재, 모제이 갤러리(Mo J Gallery)‘를 찾았다. 점, 선, 면으로 풀어가는 응축의 기하학 ‘Like-150mm Moment:반복의 영속’ 제이영 개인전은 9월4일 오픈, 12월8일까지 열린다.  “인간이 자연을 떠나서 살 수 없듯 시대는 변하여도 나의 고향예천에서의 기억은 생생하다. 흙, 나무, 돌, 화로의 숯, 보글보글 끓던 청국장 냄새, 미니멀적 담장 그리고 오브제(obj..

서양화가 박동윤‥이치와 수양 고요의 한국미[박동윤 작가,Park Dong Yoon,박동윤 화백,Park Dong-yoon painter,권동철]

“만약 당신이 나무에 못을 박는다면, 나무는 당신이 어디를 치느냐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그때 우리는 나무가 등방성(Isotrope)이 아니라고 말한다. 텍스트 역시 등방성이 아니다. 그 가두리며 틈새는 예측불허의 것이다.…구조적 분석(기호학) 역시 텍스트의 가장 미세한 저항이나 그 결의 불규칙한 모양을 인정해야 한다.1)”  화면은 고요하지만 내적으로 어떤 뉘앙스가 일렁인다. 심연으로 들어 온 한 줄기 빛살에 청록의 해초가 하늘거리듯 미묘한 컬러의 율동이 호흡의 시그널을 보내온다. 캔버스 위 3㎝이상 튀어나온 ‘날’은 두껍고 얇은, 희고 검은 등 색한지 겹침을 통해 구축된다. 작가는 여러 겹으로 두터운 물성을 만들고 다시 얇은 한지를 붙여 일정하게 솟아오른 군집형태를 만드는 노동에 집중한다.  ‘날’..

[인터뷰]서양화가 박동윤‥“내 예술의 실존적 주체는 나의작품이다”[朴東潤,Park Dong Yoon,Park Dong-yoon painter,박동윤 작가,박동윤 화백]

“나는 이 시대 발광하는 시각적분열성을 잠잠하게 가라앉히는 회화의 존재에 대해 고뇌한다. 내 작품의 고요한 눈길은 한국인의 근원적자연관과 함께하고, 무의식적으로 그곳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내재한다고 믿는다. 하여 궁극의 자연계에 작은 조각하나 던져 넣은 파동(波動)…. 그것이 내 작업의 호흡이길 늘 기원한다.”  충남공주를 가로지르는 금강둑길, 만추의 노란은행잎들이 허공을 수놓으며 장관을 이뤘다. 그곳 인근 야트막한 산자락 아래 박동윤 작가 작업실을 찾았다. “내 작업에서 밀도 있고 깊이 있는 회화성에 도달하는 방법론은 한지의 반투명성이라는 특별함의 활용이다. 또 가소성과 보존성을 위한 신중한 재료의 운용을 통하여 한지입체부조 ‘날(blade)’을 표상하는 것이다.”  박동윤(朴東潤, Park Dong Y..

[인터뷰]화가 안석준‥“‘가장 한국적이다’라는 평이 나올 때까지 정진 하겠다”[펜 담채화,Pen Line & Watercolor,Ahn Seok Joon Painter,安碩俊,안석준 화백,안석준 작가]

“1988년 백악미술관 첫 개인전을 수묵화풍경작품으로 가졌었다. 펜 담채화(Pen Line & Watercolor)는 2004년 유럽여행을 하면서 그리기 시작하였다. 처음엔 유럽풍경을 수묵화로 표현해 보았으나 만족한 느낌을 얻지 못했다.  고민을 거듭하다 잉크를 찍어 쓰는 펜촉으로 윤곽선을 자세히 그리고 수채물감으로 채색하는 펜 담채화기법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후 2012년부터 수묵화와 펜 담채화를 병행해 오고 있다. 이 둘은 전혀 다른 기법이지만 느끼는 감성은 일맥상통한다.” 작업실에서 만난 화백의 일성이다.  안석준(安碩俊, Ahn Seok Joon, 1953~)작가는 홍익대학교 서양화전공 및 동 대학원 동양화전공 석사 졸업했다. 강릉아트센터, 소허당(서울), 노암갤러리,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등에서..

화가 안석준‥유현한 필치 순리의 한국미[펜 담채화,Pen Line & Watercolor,安碩俊,Ahn Seok Joon,안석준 화백,안석준 작가]

“조선시대 중 실경산수화가 지속적으로 제작되고, 주문·감상·수장된 것은 이것이 유학적인 사상과 문화, 가치를 담아낸 그림이기 때문이다. 천지인(天地人)의 조화를 추구한 사상이자 삶 속에 깊숙이 스며든 문화로서의 유학(儒學)은 궁중과 지식인 선비계층이 선호한 실경산수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1)”  가야산이 품은 해인사(海印寺)가는 길목 구정리. 웅장한 오케스트라연주처럼 오색단풍으로 물들어가는 500년 된 느티나무 아래서 생의 무거운 짐을 풀어놓고 이야기를 건넨다. 밑에서 부터 점점 물들어가는 11월 오후 짙어가는 활엽이, 아득하기만 하여 덧없이 흘러가는 거라고….   물속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강물에 세속의 업(業)을 씻어 흘려보낸다. 물길을 건너 정토(淨土)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장엄의 암벽과 마주하며..

서양화가 고영훈‥정적에 떠오르는 저 허공의 불가해[제주출신화가 고영훈,高榮勳,Ko Young Hoon Painter,고영훈 작가,고영훈 화백,달항아리,극사실화가 고영훈,제42회 베니스비엔날레]

“만약 세계가 진실로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한 덩어리의 모습(一合相)일 것인데….1)” 저 무량한 우주질서를 끌어안은 허공중 극사실화 ‘몽중호(夢中壺)’가 떠 있다. 무문(無紋)이 빚는 넉넉한 젖빛양감 둥그스름한 선이 천연스러움으로 방실거린다. 겹겹 인연법의 얼룩이 아렴풋한, 미묘하게 어긋나 있는 모순의 밸런스. 그 결속의 호흡에 흐르는 오오 시간의 무게여!    ◇한국인의 마음 그 존재론적 시각문화화면은 가장 한국적 조형미를 꽃 피웠던 조선후기 ‘백자 달항아리(白瓷壺)’가 작업의 모티브이다. 마치 하나의 장면처럼 저 광대무변에 띄워 다의적 해설의 맛을 열어놓아 장자의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새 붕(鵬)이로 변하여 남쪽바다 천지(天池)로 날아간다는 기막힌 스토리와 오버랩 된다.  “붕이 남쪽바다로 움직여..

한국화가 김현경‥강물에 나부끼는 대숲의 정취[김현경 작가,Korean Painter Kim Hyun Kyung]

“서와 화(畫)는 도가 한 가지이다.1)” 후련하게 쭉쭉 뻗은 큰 높이의 고죽(枯竹) 숲이 강나루 물빛과 노닌다. 바람에 흔들리다 스며들고 잠깐씩 싱그러움의 자태가 우아하게 물살에 스치곤 했다. 형상이 가라앉으며 시적운율이 배어나오는 화폭은 은일(隱逸)한 공간감으로 시간의 경외(敬畏)를 일깨워 명상적 심미성을 돋운다.  “내 작업에서 대나무는 시작이자 뿌리이다. 물론 매화, 강물, 비, 달, 비춤(shine) 등 다른 소재들도 표현된다. 대나무가 상징하는 전통적 의미도 좋지만 시원시원한 비주얼이 나는 참 좋다.2)”  ◇자연과 인생 의도성과 우연성강물에 비춰지는 대숲 사이, 햇살이 재빠르게 대지로 박힐 때 지웠다 칠하기를 반복한 겹겹자국 위 시간과 기억의 흔적이 동행으로 드리워진다. 그 음영(陰影)의 깊..

[전시장 IN] 서양화가 제이영‥한국미의 심층 필세의 생명의식 [엠엠아트센터 전시리뷰]J Young,제이영 작가.

“예리하고 가지런하고 건강하고 둥근 것은 필(筆)의 네 가지 덕이다.1)” 여명의 시각. 전시장에 들어서자 쉰 새벽 깨우는 범종(梵鐘)의 울림이 묘한 긴장감으로 다가와 공명되었다. 연극의 1막(幕)이 오르며 서서히 밝아오듯, 높은 천장에서 비춰지는 옅은 불빛아래 승전을 알리는 혹은 만장(輓章)이 바람의 소리에, 펄럭였다.  천위로 그어진 먹빛, 천진한 유희의 자국에 종소리가 박히고 하나 둘 기억의 파편들이 모래알처럼 쌓이며 어떤 기호학으로 드러났다. 이윽고 단비 내린다. 모래밭에 새겨지는 발자국으로 마음의 심층이 물처럼 배어나오고 심호흡의 맥박에 또렷해지는 저 획(劃)의 기운 속으로 오색찬란한 새 아침이 열리고 있었다.  ◇기운생동의 음양에너지선(線)의 행로를 따라가다 노란수선화 만발한 낙원에서 서법(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