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철 343

화가 윤종득‥선의 기운 자연의 위엄

“달을 기다리나니 매화는 학이런가. 오동을 의지하나니 사람도 봉황이네. 온 밤 내내 추위는 그치지 않아 집 둘레의 쌓인 눈 산봉우리 되었네. 待月梅何鶴. 依梧人亦鳳. 通宵寒不盡 遶屋雪爲峰.1)” 대숲서 발현한 대지의 혼이 국화 향을 애처로이 읊는다. 아득하고 느릿한 대금산조가 산울림을 유희하다 수묵안개를 만나는 청량한 설산(雪山)이다. 하얀 빛에 반사되는 선(線)의 운율이 능선을 감돌다 암벽과 골짜기에 쌓인 낙엽에 둥지를 튼다. 뭉쳐있던 눈꽃송이들이 수줍게 낙하하는 명암의 쌍폭포. 호랑이 한 마리가 벌컥벌컥 물을 마시며 허연 입김으로 파란(波瀾)을 내뿜는 겨울밤…. ◇홍몽, 절대공간의 변주 때 묻지 않은 상태의 내면 이른바 천지자연이 막 창조된 아직 어떤 명칭이 없는 원기(元氣)로서의 절대공간 카오스(c..

[전시]사진작가 이현권 ‘한강_고요’개인전, 9월8~10월4일, 큐아트스페이스[이현권 작가,사진가 이현권,LEE HYUN KWON]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사진가 이현권 9번째 ‘한강_고요’개인전이 9월8일부터 10월4일까지 경기파주탄현 헤이리마을길, 큐아트스페이스(Q-art space)에서 열린다. 작가는 서울한강을 10년 넘게 찍어오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구도와 색감으로 현대의 한강을 예술적으로 재조명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번 한강 전시는 2021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했던 ‘한강 10년’개인전의 연장선에 있는 작업으로, 그간 찍었던 한강 작업 중 ‘고요’한 무게의 사진들을 한 자리에 모아 전시 공간에 펼친다. 이현권 작가가 선택한 ‘고요’는 단순한 풍경의 느낌이 아닌 그의 심리적 역동성 내에서의 고요함이 내포된 작품이다. 관객들은 이 작품들을 통해 객관적인 한강이 아닌 작가의 예술적 필터를 거친 한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작가..

전시 소식 2023.09.07

[후지츠카와 난학(藤塚と蘭學)]추사 김정희와 후지츠카 치카시, 민족과 시대를 초월한 숭고한 만남[Chusa(Wandang) Kim Jeong-hui,秋史(阮堂) 金正喜,Hujitsuka Chikashi,藤塚鄰]

“청·조선의 거대한 문화 교류를 일본의 학자가 천명(闡明)해 낸 것은 하늘의 오묘한 조화입니다.1)” 후지츠카 치카시(Hujitsuka Chikashi,藤塚鄰,1879~1948,이하 후지즈카)는 동경제대 중국철학과를 졸업했고 중국청조학계와 추사 김정희(Kim Jeong-hui,秋史 金正喜,1786~1856)의 학연을 추적하여 1936년 ‘조선에서 청 문화의 이입과 김완당’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청조고증학·경서(經書)문헌연구에 일생 전념한 인물이다. 후지츠카 아키나오(Hujitsuka Akinao,藤塚明直,1912~2006)는 부친이 경성제대 교수로 재직할 때 한국에 와 5년간 머물렀고 도쿄대학 중국철학과 졸업했다. 1942년 ‘황청경해(皇淸經解)의 편찬과 그 영향에 관한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

미술비평가 이일-확장과 환원의 역학[Lee Yil,李逸,스페이스21,SPACE21]

“일찌기 발작크는 ‘生은 곧 형태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生은 결코 觀念으로서의 그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克服하고 창조하는 生이다. 그리하여 生은 항상 새로운 형태를 창조한다. 예술도 또한 그것이 자체 내에 生命을 잉태 한 것이라면 觀念의 테두리를 뛰어 넘는다. 그것은 觀念을 극복하며 脫·観念의 세계, 즉 구체적이요 직접적인 知覺對象으로서의 세계를 지향한다. 그리고 그 世界는 인간과의 관계에 있어 항상 열려져 있고 또 새롭게 발견되는 世界이어야 하는 것이다.1)” 미술비평가 이일(Lee Yil,李逸,1932~1997)은 1960~90년대까지 한국미술계에 미술비평(미술평론)이라는 개념을 인식시키고 한국현대미술의 방향성에 초석을 다진 선구자적 미술가이다. 이번 ‘비평가 이일과 1970년대 AG그룹’전(..

한국화가 김현경‥적묵(積墨)의 빛살 생명성의 소통

“도는 텅 비어있다. 그러나 아무리 퍼내어 써도 고갈되지 않는다. 그윽하도다! 만물의 으뜸 같도다.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고 얽힘을 푸는도다. 그 빛이 튀쳐남이 없게 하고 그 티끌을 고르게 하네. 맑고 또 맑아라!1)” 댓잎에 스미는 먼 길을 온 빛살의 여정만큼 먼먼 그 곳엔 생명의 발아(發芽) 그 처음이 있을까. 얼마나 오래토록 시간의 거울을 닦으면 까칠한 듯 보드라운 잎 새 위 티끌하나 없는 맑디맑은 이슬방울을 받아낼 수 있나. 푸른 밤바다 일렁이는 물살 같은 대숲으로 만개한 꽃잎들이 몸을 던진다. 숲은 슬픔과 관용이 뒤섞인 황홀한 향기를 진동하며 노래 부른다. ‘살풀이 춤’ 허공 가르는 흰 수건처럼 죽엽(竹葉) 감싼 하얀 꽃잎들이 유성(流星)의 밤하늘을 날아오르는데…. 경기도 양주시 소재, ‘안상철미..

[아트부산 2023]서양화가 류영신‥‘Forest’연작출품, 5월4~7일 벡스코[ART BUSAN 2023]

‘Forest’연작을 통하여 끊임없이 우주자연과 인간의 근원적인 동행흔적을 추상화폭에 펼치는 류영신 작가가 5월4일부터 7일까지 부산해운대구 벡스코(BEXCO) 제1전시장에서 열리는 국내 대표 프리미엄 아트페어 ‘아트부산2023(ART BUSAN 2023)’에 출품한다. 류영신(RYU YOUNG SIN)작가 출품작품 ‘Forest-Black hole’, ‘Forest-Divine’시리즈는 원초성의 숲과 호수, 산 그림자, 메아리 등의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놓듯 관람자로 하여금 우주존재자로서의 일원인 ‘나’를 발견하고 공존하는 열린 시선을 선사한다. [아산갤러리(Asan Gallery), 부스넘버 B-14] [권동철=4월29일 2023, 인사이트코리아]

전시 소식 2023.04.29

[INSIGHT FINE ART:인터뷰]서양화가 박선랑, “노동 뒤에 얻는 희열감이 작업의 힘”

“노동 뒤에 얻는 희열감이 작업의 힘” “드라이포인트가 이전의 흑백동판화보다 더 밝고 무겁지 않아 트랜디함을 반영하는데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라를 입히니 내 마음이 유연해지고 편해졌다.” 20여년 지속해 오던 동판화작업에서 최근 드라이포인트(dry point)로 진화, 색채를 가미하는 회화성작품을 선보이는 박선랑 작가를 서울인사동에서 만났다. 판화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스케치처럼 머릿속에서 그렸던 것을 판화로 찍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다. 머리가 온전히 비워진다고 할까. 완전한 노동 뒤에 얻어지는 우연까지 희열감은 엄청 크다. 그것이 매력이다. 몸을 쓰며하는 작업이 내 체질에 맞는 것 같다.” 박선랑 미술가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서양화전공 졸업했다. 2000년 인사갤러리에서 첫 ..

[INSIGHT FINE ART]서양화가 박선랑, 사랑이 싹트기를 슬프지 않기를

사랑이 싹트기를 슬프지 않기를 “말해보렴, 아가트, 가끔씩 네 마음이 컴컴한 대양 같은 추잡한 도시로부터 멀리, 푸르고 맑고 깊은 처녀성 같고, 광채가 찬란한 다른 대양으로 날아가버리니? 네 마음이 가끔씩 날아가버리니, 아가트? 1)” 강가 물안개. 아른거리는 잔영(殘影)으로 부드럽게 아침햇살 스며든다. 그리움은 벌써 가 닿아 말을 건네는데. 치마를 입은 여인. 한 손은 주머니, 한 손만 내놓고 있는 무언(無言)의 미묘한 여운사이로 팔랑거리는 나비 떼…. ◇우연의 끌림 꽃처럼 피어나길 그동안 동판화로 호평 받아 온 박선랑 작가는 최근 드라이포인트(dry point)판화기법으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화면은 은일한 교감메시지로 승화시키는 어떤 헤아릴 수 없는 연속의 끌림으로 읽혀진다. 간결하고도 풍..

[전시현장:인터뷰]한국화가 안영나‥한국화의 재해석 그 발자취의 흔적

한국화의 재해석 그 발자취의 흔적 “간 데마다 봄바람 다섯 필 말 달리는데 到處春風五馬前. 앙상한 두어 그루 인연을 의탁했네 婆娑數樹托因緣. 저렇듯 맑은 마음 무어라 어울리리 爲他一段淸如許. 돈사랑 가당찮소 매화만이 제격인 걸 但愛梅花不愛錢.1)” 한국화의 화화적정신성에 40여년 넘게 천착해 온 안영나 화백 서른두 번째 ‘Flower No Flower-기쁨의 노래’개인전이 서울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2층(제4전시실)에서 애호가들의 찬사 속 성황리 전시 중이다. 1월25일 오픈, 30일까지 열리고 있는 전시장엔 ‘안영나의 시대별작업발자취’를 엄선한 35여점의 호장(豪壯)한 ‘꽃’연작이 다양한 은유의 기운생동으로 관람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시장엔 안영나 작가가 “미국화가 추상표현주의 액션페인팅 잭슨폴록(Pa..

[INSIGHT FINE ART:인터뷰]서양화가 이태현‥정도를 걷는 끝없는 도전이 화가의 길

정도를 걷는 끝없는 도전이 화가의 길 “젊은 시절 안국동에서 ‘이봉상회화연구소’를 운영했던 박서보(朴栖甫,1931~)선생에게서 그림을 배웠다. 그 시절은 고생이라는 말이 평범할 정도로 가난했던 시절이었지만 오직 미술로 승부를 걸었던 선생의 정신을 가슴깊이 새겼었다. 그것이 화가로서의 정도(正度)였다. 나는 지금도 그때의 다짐을 떠올리며 끝없는 도전정신으로 붓을 든다.” 평면에 담긴 공간의 깊이에 삼라만상 근원을 찾아가는 ‘이태현-原點(원점)에서’개인전이 지난 10월30일까지 서울인사동 통인화랑(TONG-IN Gallery)에서 미술애호가들의 호평 속에 열렸다. 팔순을 넘긴 고령의 이태현 화백에선 담박한 심성의 온기와 지적탐구의 순수성이 깊게 다가왔다. “나의 작업엔 천·지·인 섭리를 평면공간에서 해명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