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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현장:인터뷰]한국화가 안영나‥한국화의 재해석 그 발자취의 흔적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3. 1. 29. 13:54

(위)갤러리 라메르(Gallery La Mer) 전시전경 (아래)전시 작품앞에서 안영나 작가. 사진=권동철

 

한국화의 재해석 그 발자취의 흔적

 

“간 데마다 봄바람 다섯 필 말 달리는데 到處春風五馬前. 앙상한 두어 그루 인연을 의탁했네 婆娑數樹托因緣. 저렇듯 맑은 마음 무어라 어울리리 爲他一段淸如許. 돈사랑 가당찮소 매화만이 제격인 걸 但愛梅花不愛錢.1)

 

한국화의 화화적정신성에 40여년 넘게 천착해 온 안영나 화백 서른두 번째 ‘Flower No Flower-기쁨의 노래’개인전이 서울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2층(제4전시실)에서 애호가들의 찬사 속 성황리 전시 중이다.

 

1월25일 오픈, 30일까지 열리고 있는 전시장엔 ‘안영나의 시대별작업발자취’를 엄선한 35여점의 호장(豪壯)한 ‘꽃’연작이 다양한 은유의 기운생동으로 관람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전시장엔 안영나 작가가 “미국화가 추상표현주의 액션페인팅 잭슨폴록(Paul Jackson Pollock, 1912~1944)에서 영감 받았다.”라고 말한 것처럼 자신의 한국화에 먹물과 채색을 짜고 뿌리는 드리핑(dripping)기법 작품들이 한지(Korean paper,hanji) 위에서 역동성을 발휘하고 있었다.

 

특히 대작(大作)을 거뜬하게 품는 전시장 큰 기둥과 그 사이로 들어오는 빛살과 확 트인 조망도 매력적인 공간에 한 몫하고 있었다. 작가가 “우리 삶의 모습을 비추어 보고 한지의 손맛을 필획(筆劃)의 함축으로 표현해 내는데 집중했다.”라고 말한, 하나의 청홍(靑紅)으로 풀어낸 매화동백은 한지와 먹과 채색의 특성을 잘 발휘하고 있었다.

 

시서화(詩書畵) 합일정신을 기반으로 꽃의 의사적(意寫的) 농담(濃淡)을 담백하게 풀어 낸 한국화의 정통성이 그런 이유이다.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이와 함께 그동안 해 왔던 블루에서 보라를 가미한 청보라로 표현한 중용(中庸)의 사상이 내포된 작품은 작가의 심미안(審美眼)을 잘 드러내고 있다. 느낌이 가는 대로 필법(筆法)이 자유자재로 표방된 것이 기본 본질에서 벗어난 바 없이 자기성찰(自己省察)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조선후기 문인화의 현대적 모색

오랜 세월 풍상을 이겨낸 굴곡진 나무 등걸이 거리낌 없이 자신을 내보이며 꽃 피우는 조선후기 추사 김정희(Gim Jeong-hui,Kim Jeong-hui,秋史 金正喜,1786~1856) 제자, 우봉 조희룡(Jo Hui-ryong,又峯 趙熙龍,1789~1866)의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

 

우봉 선생의 자유분방한 추상성이 안영나 작업에서 재발견되었다는 점은 한국화의 현대적 모색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반가웠다. 비바람과 눈이 내리는 것 같은 뿌리기의 드리핑기법과 채색과 먹의 연계를 더욱 승화시킨 작업을 관람하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움을 자아냈다.

 

안영나 화백 작업에 영향을 준 화가가 또 있는데 중국청나라화가 팔대산인(八大山人,1624~1703) 이다. 그의 작품은 어떠한 풍격에 구애됨이 없이 필세(筆勢)가 대담 분방하고 구도와 공간표현이 매우 새로웠던 문인화 본래의 흉중일기(胸中逸氣)를 강하게 표출했다.

 

안영나 작가가 1986년 대학원 논문주제로 팔대산인을 연구할 만큼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미 그때부터 일관된 한국화확장과 모색을 위한 탐구적인 열망을 저변에 인식하고 있다. “팔대산인의 예술이 중국회화에서는 새로운 형식과 방향을 보여준 점에서, 현대 동양화에서는 새로운 조형의 확립이란 명제아래 수묵화(水墨法)의 다양한 시도와 그 전개가 모색되고 있는 점에서 그의 예술을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이다.2)”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한편 안영나 작가에게 전시의미를 물어 보았다. “기쁨의 노래라는 명제에 대해 혹자는 무슨 기쁜 일이 그렇게 많으냐고 묻는다. 그러나 한지라든가 필묵(筆墨)을 놓지 않고 한국화전통을 유지하고 새로운 세대에게 한마디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마음이 컸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진심 기쁘고 싶어서 전시를 하게 되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영나 미술가(Artist Ahn Young Na)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했다. 현재 서원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참고문헌]

1)=추사 김정희 시 ‘매화 소선에 제하여 고양 사군에게 주다 題梅花小扇 贈高陽使君’, 완당전집 제10권, 한국고전번역원 신호열 譯, 1986.

2)八大山人 硏究(팔대산인 연구), 安泳娜(안영나) 서울대학교대학원 동양화과, 1986.

 

[글=권동철, 1월28일 2023,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