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기다리나니 매화는 학이런가. 오동을 의지하나니 사람도 봉황이네. 온 밤 내내 추위는 그치지 않아 집 둘레의 쌓인 눈 산봉우리 되었네. 待月梅何鶴. 依梧人亦鳳. 通宵寒不盡 遶屋雪爲峰.1)” 대숲서 발현한 대지의 혼이 국화 향을 애처로이 읊는다. 아득하고 느릿한 대금산조가 산울림을 유희하다 수묵안개를 만나는 청량한 설산(雪山)이다. 하얀 빛에 반사되는 선(線)의 운율이 능선을 감돌다 암벽과 골짜기에 쌓인 낙엽에 둥지를 튼다. 뭉쳐있던 눈꽃송이들이 수줍게 낙하하는 명암의 쌍폭포. 호랑이 한 마리가 벌컥벌컥 물을 마시며 허연 입김으로 파란(波瀾)을 내뿜는 겨울밤…. ◇홍몽, 절대공간의 변주 때 묻지 않은 상태의 내면 이른바 천지자연이 막 창조된 아직 어떤 명칭이 없는 원기(元氣)로서의 절대공간 카오스(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