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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강찬모‥산은 사람이요 생명이다[논산출신화가,히말라야 화가,히말라야 작가,강찬모 작가,강찬모 화백,Kang Chan Mo,姜讚模,명상,禪,Meditation]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5. 3. 5. 18:24

Meditation(禪,명상)-빛의 사랑, 194×130㎝ 한지에 채색, 2024.

 

 

“강물은 흐르고 또 흐르며, 끊임없이 흐르지만, 언제나 거기에 존재하며, 언제 어느 때고 항상 동일한 것이면서도 매 순간마다 새롭다!1)

 

석양을 껴안은 첩첩의 설산봉우리가 눈부신 황금빛으로 찬연하다. 유현(幽玄)의 시공간에 불현 듯 신성(神聖)이 중첩되듯 자옥한 안개가 변화무쌍하게 눈앞을 스친다. 고고한 골격의 맥박이 숨을 뱉자 깊은 골을 타고 새뜻한 바람이 낙하했다. 하나 둘 하늘엔 별들이 박히고 어디선가 쿵쿵 간헐적인 급류가 바위를 때렸다. 아득한 풍경위로 낯선 ‘나’의 세월이 지친 걸음인 그때 오오 유장한 강물이여!

 

“히말라야 설산은 인간이 볼 수 있는 광대한 정신의 영지(靈地)가 아닌가. 존엄과 엄숙의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나에겐 해발고도 3,000~5,000m사이 깊은 히말라야마을을 순례할 때마다 우리가 찾는 샹그릴라로 보였다.2)

 

Meditation-빛의 사랑, 150×97㎝ 한지에 채색, 2024.

 

 

◇시방(十方), 관조와 선의 몰아일체

화면은 한지와 천연물감을 혼합해 입히는 과정을 통해 설산의 예지로 드러낸다. 고결한 세계의 묘사는 무한불변의 자연계를 더욱 부각시킨다.

 

“산은 사람이다. 향토를 만들고 감정과 개성도 있다. 웅장하거나 혹은 날카로운 봉우리들은 그 나름의 시련을 겪은 모습을 묵언으로 드러낸다. 나는 그러한 설산의 인상을 관조와 선(禪)의 수행성으로 화폭에 담는다.

 

우주궁극의 진리가 하나이듯 인간이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길 역시 그러하다고 믿는다. 매번 같은 산을 그리면서도 성장하고 변화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언젠가 거기에 닿을 것이라는 희망 그 일념을 놓지 못하고 붓을 드는 이유다.3)

 

Meditation-빛의 사랑, 243×100.5㎝ 한지에 채색, 2024.

 

 

다시, 야성의 황홀을 마주 한 순간 절대공간과 시간에 몰아일체가 된다. 잠깐씩 달빛에 비치는 파르스름한 적설(積雪)에 번지는 미묘한 허무감은 또 무슨 인연법인가. 끝없이 이어지는 적막한 생의 선율을 위무하는 저 시방세계(十方世界) 앞에서 무한과 유한의 경계가 무슨 의미가 있으리.

 

단지 초월의 외경에 가슴 깊숙이 품고 살았던 은자(隱者)의 고행이 무엇인가를 자문하게 될 뿐이다. “모든 소리들을 듣고, 전체, 단일성에 귀를 기울일 때면, 그 수천의 소리가 어우러진 위대한 노래는 단 한 개의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었으니, 그것은 바로 완성이라는 의미의 옴이라는 말이었다.4)

 

이것은 양극성에서 벗어난 그윽한 관조에서 바라 본, 유기적으로 연관된 하나의 체계인 전체성이다. 바로 강찬모 화백의 선정(禪定)한 화의가 지닌 불성(佛性)과 다름이 없다. 그리하여 “이 세상은 이미 완전히 행복한 곳이고, 완전히 풍요로운 곳이며, 완전한 깨달음과 완전한 고요함으로 충만한 곳이다.5)

 

[글=권동철 미술전문위원 미술칼럼니스트/인사이트코리아 3월호 2025년]

 

[참고문헌]

1),4)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민음사.

2),3) 강찬모 작가, 히말라야설산-관조와 禪, 2025.

5) 금강경과 마음공부, 법상스님 지음, 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