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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철의 화가탐방]화가 이정연‥1989년 레온 골럽(Leon Golub),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와의 만남[李貞演,Rhee Jeong Yoen,Lee Jeong-yeon(artist),이정연 작가,이정연 미술가,Re-Genesis,신창세기]

“◇프렛 인스티튜트 대학원 판화조교시절1984년 8월 2학기 때 미국 프렛 인스티튜트 대학원에 입학하게 된다. 그곳에서는 회화와 판화를 전공하면서 조교를 했고 나중에 판화강사도 경험하게 된다. 이 시기 대학원시절의 가장 큰 수확은 그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의 인식이다.  미흡하게만 보이던 그곳 학생들 작품의 출발점에서 하나씩 만들어 가는 과정 중간 중간을 바라보며 발전하여 나타나는 작품의 퀄리티(quality)를 보면서 내심 놀라웠다. 그것은 곧 자신만의 고유한 작품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었다.  그 다음부터 나도 영향을 받아 출발점에서 계속 발전시키면서 끈질긴 자신감과 집중을 쏟아 부을 수 있었고 나만의 작업세계를 표현해 낼 수 있었다. 당시 프렛 인스티튜트 대학원에서 나는 3~4년간 판화조교..

화가 안석준‥유현한 필치 순리의 한국미[펜 담채화,Pen Line & Watercolor,安碩俊,Ahn Seok Joon,안석준 화백,안석준 작가]

“조선시대 중 실경산수화가 지속적으로 제작되고, 주문·감상·수장된 것은 이것이 유학적인 사상과 문화, 가치를 담아낸 그림이기 때문이다. 천지인(天地人)의 조화를 추구한 사상이자 삶 속에 깊숙이 스며든 문화로서의 유학(儒學)은 궁중과 지식인 선비계층이 선호한 실경산수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1)”  가야산이 품은 해인사(海印寺)가는 길목 구정리. 웅장한 오케스트라연주처럼 오색단풍으로 물들어가는 500년 된 느티나무 아래서 생의 무거운 짐을 풀어놓고 이야기를 건넨다. 밑에서 부터 점점 물들어가는 11월 오후 짙어가는 활엽이, 아득하기만 하여 덧없이 흘러가는 거라고….   물속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강물에 세속의 업(業)을 씻어 흘려보낸다. 물길을 건너 정토(淨土)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장엄의 암벽과 마주하며..

[권동철의 화가탐방]화가 조향숙‥비워짐과 생성됨[Thoughts on the woodcut of Jo Hyang Sook,임영길 평론⑤,Hyang Sook Painter,조향숙 작가,Yim Young Kil Art Critic]

우리나라에서 목판화는 전통적으로 배나무, 박달나무, 자작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피나무와 같이 단단하며, 옹이가 비교적 적고 결이 고운 나무들을 사용했다. 목판화는 나무의 모성으로 세계를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매체다. 나무는 계절과 기후의 변화에 따라 자라온 시간과 경험의 축적으로서 나이테를 형성한다.  이것은 인간들이 몸담고 사는 세계의 변화에 맞서 형성된 마음과 닮았다. 이러한 나무가 가진 거칠고 균질하지 않은 표면에 작가가 깎고, 새기는 제판 과정에서의 직접적인 신체적 경험을 더해서 자연의 감수성뿐만 아니라 인간사의 질곡과 상처, 그리고 행복한 순간의 자국들까지 잘 표현할 수 있는 매체다.  이렇게 나무는 땅과 햇빛, 그리고 물에 의해서 ‘생’했지만(수생목), 목판화용 칼인 금에게 ‘극’을 당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