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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가 신기옥‥진리의 기품 곧은 이치의 인간학

“필연의 법칙은 과거가 그것을 단순히 다른 형태로 반복하는 현재 속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뒤따르기를 바라고, 모든 것이 언제나 흘러가기를 바란다. 순수 지각으로부터 기억으로 이행하면서 우리는 정신을 향해 결정적으로 물질을 떠났다.1)” 봄비가 유장한 멜로디처럼 대지에 스며든다. 강가저편 도화(桃花)에 매달린 물방울이 춘파(春播)가 대지를 막 뚫고 나오는 찰나에 떨어진다. 어느 골짝 습윤한 기운이 맴도는 억겁풍상 고비(古碑)엔 서릿발 같은 문기(文氣)의 정신이 세월의 허무한 자국을 껴안은 흔적을 드러내고 있었다. “숲은 돌아가는 길에 자리해 빽빽하고, 물은 뭇 산을 뚫고 멀리 흐르네. 꽃이 핀 나무들엔 향기로운 바람 그득하고, 달빛 받은 긴 내는 명주처럼 고은 색으로 환하네. 林當歸路密 水貫衆山遙. 開花萬..

[인터뷰]단색화가 신기옥‥“어머니 노동의 수행성에서 발현 된 선율이 나의 단색화”

“유년시절 어머니가 베틀에서 한 나절 일을 해도 조금밖에 안 되는 명주를 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무념의 호흡이 스며든 씨실과 날실의 반복 그 인고의 세월에 깃든 고된 노동의 수행성이 가장 한국적 영혼의 선율이라 믿는다. 나의 단색화 ‘Line Rhythm’의 본령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선(禪)적 세계의 울림과 다름이 없다.” 신기옥 화백을 경기도 성남시분당구 소재 작업실에서 만났다. 화가의 길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나는 종종 험준한 언덕위로 돌을 굴려 올려야하는 참혹한 형벌의 시지프스(Sisyphus)신화를 떠 올린다. 숙명 같은 인고의 세월에서 탄생되는 것이 작품의 생명력이다. 수없이 반복되는 세로와 가로 선(線)의 축적이 비로써 숨을 토해낼 때 나의 단색화는 혼(魂)을 부여받는다. 내..

[권동철의 화가탐방]서양화가 이태현⑦‥주역(周易) 팔괘(八卦), 음양, 동양의 우주관, 한묵 화백, 2020~2024년[Lee Tae Hyun,이태현 작가,이태현 화백,이태현 미술가]

“이 시기 나의 작품은 주역(周易)의 64괘에서 변형시킨 것이다.1)” “2003년경에서 현재의 이태현 작품들은 혼돈을 벗어나 질서에 도달하는 오랜 역정을 반영하고 있다. 혼돈과 질서의 대비적 국면은 사라지고 화면은 이제 어떤 요지부동의 세계로 진입되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 우주공간을 연상시키던 유동하는 공간과 이 위에 일정한 질서의 의지로서 부표를 설정하였던 바로 직전의 작품들과 연계해서 본다면 유동하는 우주공간이 기호로서 질서화 되고 있는 상황임이 분명하다. 그것은 그가 오랫동안 탐구해왔던 화면의 질서가 다름 아닌 동양인의 우주관, 동양인의 인생관으로 귀의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2)” “토막진 검은 선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화면 전체를 덮어가는 구조는 벽돌장을 빼곡히 쌓아올린 형국이다. 토막의 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