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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IN]단색화가 신기옥‥통찰의 힘 필연의 귀환[갤러리 비선재]

“태양의 불이 흩어져버리는 한, 그것은 우리의 생명의 불에 작용하지 못한다. 그 응집은 우선 처음에 자신의 물질화를 낳고, 다음에 순수한 실체에 그 역동적 가치를 준다. 근원적 정령들은 원소에 의해서 ‘끌어당겨지는’ 것이다. 더욱 조그만 은유를 쓴다면, 그러한 ‘인력(attraction)’이 ‘우정’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우리는 이와 같은 화학(化學)이 있은 후에 심리학에 도달하는 것이다.1)” 물안개 걷히자 어느새 풀잎들이 아우성치듯 연록 숲으로 물들여 놓았다. 길이 열리자 애잔히 머뭇하던 봄볕이 물의 품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물과 빛이 섞이는 공간엔 거품이 부풀다 이내 사라졌다.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2번(Op.102.Andante)이 무심한 시간을 품은 채 강바람 ..

단색화가 신기옥‥진리의 기품 곧은 이치의 인간학

“필연의 법칙은 과거가 그것을 단순히 다른 형태로 반복하는 현재 속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뒤따르기를 바라고, 모든 것이 언제나 흘러가기를 바란다. 순수 지각으로부터 기억으로 이행하면서 우리는 정신을 향해 결정적으로 물질을 떠났다.1)” 봄비가 유장한 멜로디처럼 대지에 스며든다. 강가저편 도화(桃花)에 매달린 물방울이 춘파(春播)가 대지를 막 뚫고 나오는 찰나에 떨어진다. 어느 골짝 습윤한 기운이 맴도는 억겁풍상 고비(古碑)엔 서릿발 같은 문기(文氣)의 정신이 세월의 허무한 자국을 껴안은 흔적을 드러내고 있었다. “숲은 돌아가는 길에 자리해 빽빽하고, 물은 뭇 산을 뚫고 멀리 흐르네. 꽃이 핀 나무들엔 향기로운 바람 그득하고, 달빛 받은 긴 내는 명주처럼 고은 색으로 환하네. 林當歸路密 水貫衆山遙. 開花萬..

[인터뷰]단색화가 신기옥‥“어머니 노동의 수행성에서 발현 된 선율이 나의 단색화”

“유년시절 어머니가 베틀에서 한 나절 일을 해도 조금밖에 안 되는 명주를 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무념의 호흡이 스며든 씨실과 날실의 반복 그 인고의 세월에 깃든 고된 노동의 수행성이 가장 한국적 영혼의 선율이라 믿는다. 나의 단색화 ‘Line Rhythm’의 본령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선(禪)적 세계의 울림과 다름이 없다.” 신기옥 화백을 경기도 성남시분당구 소재 작업실에서 만났다. 화가의 길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나는 종종 험준한 언덕위로 돌을 굴려 올려야하는 참혹한 형벌의 시지프스(Sisyphus)신화를 떠 올린다. 숙명 같은 인고의 세월에서 탄생되는 것이 작품의 생명력이다. 수없이 반복되는 세로와 가로 선(線)의 축적이 비로써 숨을 토해낼 때 나의 단색화는 혼(魂)을 부여받는다.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