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1)” 흘러가는 물이 밤하늘 달빛과 나부끼다 낙하하는 나뭇잎을 품는다. 저 허공을 가로지르는 새 무리들을 껴안은 여백공간은 기독교세계관이 응축된, 삼라만상이 현묘(玄妙)와 허(虛)로서 관련되는 기운생동의 세계관을 내놓는다. 성령의 암시인가. 자개의 발색이 은하처럼 반짝인다. 선물처럼 뿌려지는 실비가 풍요의 에너지로 영혼을 적시는 이곳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땅이다. 단말마(斷末摩)의 수난을 겪은 예수의 십자가보혈, 어떤 숫자와 기호, 참회의 기도문 같은 문장과 색채가 화면 곳곳 개별성과 또 가교로서 어우러진다. 칠보기법(七寶技法)을 응용한 오묘하고 모호한 조형성의 부각은 성스러움을 극대화하고 컨템퍼러리(contemporary) 미감으로 끌어당긴다. “봄날 아침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