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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김성혜…소통의 공간 지각의 방식[김성혜 작가,회화·패브릭아티스트 김성혜,텍스타일아트,Textile Art,Fabric Artists Kim Sung Hye,타피스트리,Tapestry]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5. 4. 6. 19:44

Sonido-No513, 72.7×91.0㎝ Textile on wooden canvas, 2023.

 

 

“우리가 강둑에 앉아 있을 때 물의 흐름, 배의 미끄러짐 혹은 새의 비상, 우리 깊은 생의 끊임없는 속삭임은 우리에게 세 가지 다른 것이거나 유일한 것이거나, 우리 마음먹는 대로다.…지속은 단순한 계속이 아니라 매우 특별한 공존, 흐름의 동시성이다.1)

 

작품의 소재 ‘실’은 공간과 존재를 잇는 기본척도다. 여리고 민감한 반발력의 뉘앙스는 형상의 탄성을 배가시키고 촉각적이며 역동성의 겹 패턴은 신선한 스토리텔링을 샘솟게 하여 감각세계로 안내한다. 화면은 촉촉한 단비가 내리거나 꽃으로 피어오르며 천변만화의 연속성으로 활력의 추상서정을 증폭시킨다.

 

“…보는 존재와 보는 것을 즐기는 존재, 보는 것을 아름답게 생각하는 존재를—이처럼 전경(全景)이 보이는 일종의 몽환상태는 깊이와 넓이가 무한의 꿈을 부르는 것 같은 풍경의 관조와 일치한다.2)

 

Sonido-No519, 116.8×91.0㎝, 2023.

 

 

◇마음과 선의 방향 생의 희로애락

재료의 원천은 식물성 18합 면사를 먹(墨) 물에 침염시켜 다른 색사(色絲)와 조합하는 방법론이다. 작가의 손에서 비롯되는 실톳은 미묘한 색채기운을 내뿜는다. 직선과 곡선, 긍정과 단호함의 유기적 텍스타일은 마치 인체신경망처럼 불후의 생명력으로 전환된다.

 

Sonido-No512, 72.7×91.0㎝, 2023.

 

“흥(興)과 몰입의 쾌감에 빠져 지난한 노동을 극복하는 것에 체질화되어 있다고 할까. 기본 스케치 없이 마음과 선(線)이 가는 방향으로 실을 붙여 간다. 간혹 ‘이제 남은 시간은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일까’하는 의구심도 생기지만 또 그렇게 삶의 연속에서 색다른 욕구가 창출되고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3)

 

하여 “정신적 에너지란 무엇인가? 그것은 창조를 행하는 힘, ‘자신이 가진 것 이상을 줄 수 있는 힘’이다.4)

 

Sonido-No503, 162×112㎝ Textile on wooden canvas, 2023.

 

 

한편 화면의 일루전은 오랫동안 품었던 심연의 무의식 끈을 햇살위로 드러내는 치유의 엄숙한 의식처럼 일렁인다. 유기적 리듬과 청청한 공기의 결은 심미적 정감으로 소통된다. 그러한 자연성 올은 건축공간에 생명성을 부여하고 평온한 심미로 스며든다. 바로 한국현대미술 패브릭아트(Fabric Art)의 고격을 보여주는 김성혜 작가 미의식의 산물이다.

 

“이제 그림의 원근감을 지각하기보다는 그림을 만지듯이 표면의 질감을 느낀다. 이것은 단순히 미술 관람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같은 이미지를 시각 매체에 따라 다르게 본다는 것은 우리가 현실을 지각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5)

 

[참고문헌]

1)베르그손주의(Le Bergsonisme), 질 들뢰즈(Gilles Deleuze)지음, 김재인 옮김, 그린비.

2)대지와 의지의 몽상, 바실라르(G.Bachelard) 지음, 민희식 역, 삼성출판사.

3)회화·패브릭아티스트 김성혜, 나의 타피스트리(Tapestry)회화 미의식

4)정신적 에너지, 앙리 베르그손(Henri Bergson) 지음, 엄태연 옮김, 그린비.

5)현대 시각문화의 이해, 오상희 지음, 미다스북스.

 

[글=권동철, 4월6일 2025. 인사이트코리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