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 119

[권동철의 화가탐방]서양화가 이태현③‥한국청년작가연립전(1967년)-‘명(命)1’,‘명(命)2’[네오다다(Neo-Dada),이승조,Lee Tae Hyun,이태현 작가,이태현 화백,이태현 미술가]

“파리 앵포르멜 열풍이 불고 몇 년 지났을 때였다. 앵포르멜은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이후의 사조였고, 나도 실제로 6.25한국전쟁을 봤기 때문에 앵포르멜에 빠져 들어갔다. 대학에서 기본실기를 충실히 하고 방과 후 추상표현주의 등 실험을 많이 했었다. 나는 1963년 홍익대 미대를 졸업 한 후 군에 입대했다. 66년에 제대를 하고 보니 앵포르멜이 쇠퇴기에 들어갔다. 나는 ‘무동인’, ‘한국청년작가연립전’으로 들어갔다. 당시 군대에서 제대 한지 오래지 않았기 때문에 ‘군과 나’, ‘나와 사회’에 대한 네오다다(Neo-Dada) 예술과 사회에 대한 고뇌를 하고 있었다. 그 때 무동인 2회전(展)이 열린 중앙공보관(1967년, 6월)에서 발표한 작품이 ‘명(命)1’, ‘명(命)2’이다. 그해 1..

[권동철의 화가탐방]서양화가 이태현②‥무(無)동인:1962년 국립도서관화랑[Lee Tae Hyun,이태현 작가,이태현 화백,이태현 미술가,김영남,김영자,김상령,문복철,석란희,최붕현,황일지,설영조]

“1960~62년까지 초기구상작품은 나의 홍익대 3~4학년 재학시절이다. 이 시기 초기 구상작품은 조형의 기본을 터득하기 위해서 굉장히 열심히 노력했던 때의 결실이다. 오직 조형적인 형태, 색채 등의 요소를 가지고 인물을 터득하는데 일심이었다.1)” ◇무동인(無同人) “이태현(李泰鉉)씨가 작가로서 등단한 것은 62년에 창립된 바 있는 무동인(無同人)에서이다. 당시 무동인(無同人)은 아직도 재학 중인 젊은 화학생(畵學生)들로 구성되었으며, 대체로 60년대 초반의 뜨거운 추상운동(抽象運動)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출발한 그룹이다. 이태현씨의 작가적 형성도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무동인(無同人)은 대부분이 재학생이었던 관계로 창립전(展)을 치르고 난 후, 졸업과 더불..

[권동철의 화가탐방] 서양화가 이태현①‥뜨거운 추상:1950년대 후반~60년대 중반 [Lee Tae Hyun,이태현 작가,이태현 화백,이태현 미술가]

“한국현대미술사에 있어서 이태현이 속한 세대는 다소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화단에서 ‘청년작가 연립전’세대로 통용되는 이들은 4.19혁명의 주체세력이었다는 점에서 ‘4.19세대’로 일컬어지기도 하며, 해방이후에 처음으로 한글을 익힌 세대라는 점에서 최초의 한글세대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들은 일제강점시대에 일본어 교육을 받았던 선배세대와는 달리 민족적정체성의 혼란을 비교적 덜 겪은 세대이다. 자신들보다 10년 정도 연상인 앵포르멜 세대가 일본의 미술잡지를 통해 서구의 미술동향을 간접적으로 접했던 것과는 달리, 이들은 구미(歐美)의 미술 잡지나 혹은 프랑스 등지의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비평가들의 육성을 통해 해외의 미술사조에 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1)” ◇격정적 브러시워크 침울한 색조 “이태..

[인터뷰]서양화가 제이영‥“유년의 문방사우 놀이가 내 예술의 뿌리”

“어릴 적 혼자 붓끝으로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글씨를 쓰면서 놀았다. 먹과 벼루, 종이는 늘 내 가까이 있는 일종의 장난감이었다. 나의 작품은 자연에서 얻어지는 것들로 이루어진다. 돌, 나무 그리고 시간의 흐름이 스며드는 자유로운 페인팅의 유희에 빠져든 산물이다. 유년의 그 장난질이 내 예술의 바탕이 된 듯하다. 이제 나이에 걸 맞는 작품을 하고 싶다.” 서울한남동 ‘모제이 갤러리(Mo J Gallery)’에서 제이 영 작가를 만났다.  제이영(J Young, 본명:정재영, 1965~)작가는 경북예천출신으로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부교수(2003~2009)를 역임했고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 장려연구원(2006~2007)을 지냈다. 1990년 미술그룹 ‘황금사과’를 창립하여 활동하였고 1994년 첫 개..

[복원(Restoration)시리즈:part 1 작업노트]사진작가 이현권‥경계의 공간, 사진가 이현권, Photographer Lee Hyun Kwon[국립정신병원, 현 국립정신보건센터]

낡은 기억과 경계의 공간 이곳은 내가 정신과 의사로 첫 발을 디뎠던 전공의 시절의 사진이다. 당시 국립정신병원(현, 국립정신보건센터)은 1961년 개원 이래로 한국 정신과의 역사를 담고 있었다. 지금은 허물어지고 현대적인 병원의 형태로 있지만, 당시는 과거 정신과가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박물관’과 같았다. 공간은 마치 도심의 섬처럼 과거와 현재,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지었다. 이처럼 나에게 일상은 다른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였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이곳의 환자들도 그러하였다. 병원과 도심 사이의 공간은 주로 개방병동 환자들의 공간이었다. 이들은 이 경계를 나갈 수 있는 분들이었지만 이 ‘경계의 공간’에서 삶의 대부분을 지내셨다. 반복적인 일상은 수십 년 전의 일상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

서양화가 장현경‥순수의 기억 색동미학 여정[장현경 작가, Chang Hyun Kyung, 장현경 미술가]

순수의 기억 색동미학 여정 한국전통의 색동을 독자적 미의식으로 해석해 나가는 장현경 작가 ‘Living memories’시리즈는 삶의 동경과 희망에 대한 길상(吉祥)의 음양오행설을 기저로 하는 상징성을 드러낸다. “고궁의 단청과 명절 색동저고리의 추억 그리고 가족에 대한 기억은 내 작업의 근원”이라고 작가가 말한 것처럼 유년의 추억과 그리움을 풀어간다. 장현경 작가는 울릉도와 독도 등 전국의 자연을 탐방하면서 느낀 감흥, 겸재 정선(1676∼1759)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에서 영감을 얻은 ‘신인왕제색도’연작 등을 제작함으로써 시대를 뛰어넘는 숭엄한 시간의 역사에 작가의 직관을 융합해 펼쳐 보인다. 작업은 석고를 바르고 마대를 붙인 후 다시 석고를 바르고 찍는 방식으로 밀도를 높이는 등 서양화재료를 수묵..

전시 소식 2023.11.07

[1년 one year]사진작가 이현권‥“1년은 반복됩니다!”[사진가 이현권,이현권 작가]

1년 one year △글=사진작가 이현권 내가 서 있는 곳. 이곳 작업의 시작은 먼저 계획된 무엇인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반복된 나의 삶의 궤적 중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모여진 곳. 수년간 나는 같은 곳을 보고 있었지만 내가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곳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그냥 지나쳤지만 관심이 집중되었던 이 장소를 아무 계획 없이 사진을 찍기 시작한 순간도 내가 왜 이곳을 바라보는지, 내가 이곳에 나의 시선과 관심, 또는 모아지는 감정의 우물과 같은 이곳에 대해 몰랐습니다. 이곳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곳입니다. 옆에 고속도로, 위에 국도가 있어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시선들에 보아지지만 전혀 기억할 수 없는 장소, 즉 이곳은 어떻게 보면..

화가 윤종득‥선의 기운 자연의 위엄

“달을 기다리나니 매화는 학이런가. 오동을 의지하나니 사람도 봉황이네. 온 밤 내내 추위는 그치지 않아 집 둘레의 쌓인 눈 산봉우리 되었네. 待月梅何鶴. 依梧人亦鳳. 通宵寒不盡 遶屋雪爲峰.1)” 대숲서 발현한 대지의 혼이 국화 향을 애처로이 읊는다. 아득하고 느릿한 대금산조가 산울림을 유희하다 수묵안개를 만나는 청량한 설산(雪山)이다. 하얀 빛에 반사되는 선(線)의 운율이 능선을 감돌다 암벽과 골짜기에 쌓인 낙엽에 둥지를 튼다. 뭉쳐있던 눈꽃송이들이 수줍게 낙하하는 명암의 쌍폭포. 호랑이 한 마리가 벌컥벌컥 물을 마시며 허연 입김으로 파란(波瀾)을 내뿜는 겨울밤…. ◇홍몽, 절대공간의 변주 때 묻지 않은 상태의 내면 이른바 천지자연이 막 창조된 아직 어떤 명칭이 없는 원기(元氣)로서의 절대공간 카오스(c..

[인터뷰]화가 윤종득, “대립과 화합의 통섭을 표현하려 했다”[윤종득 작가,윤종득 화백]

“가장 압축된 조형의 형태를 통해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보고 느끼게 하려 노력했다. 작품의 바위와 무수히 작고 많은 공간들에서 관람자가 자신의 언어를 만나고 공감과 동화의 힐링이 되기를 소망한다.” 서울동대문구 소재, 전각준법(篆刻皴法)의 산하 윤종득 작업실을 찾았다. 작업은 병풍처럼 펼쳐진 배경과 굵은 선을 이용해서 하나의 뼈대를 구축한다. 그 속엔 한글자모음과 한자 등의 문자를 비롯한 인간과 자연의 형태가 녹아들어 삼라만상 어울림을 지향한다. 선(線)을 통해 경계를 지우고 대립과 화합을 통섭하는 동양학이 깊게 배어있는 것이다. 윤종득 화백은 “화면에 가까워질수록 희로애락이 내포되어 있다. 선의 변화를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과 자연의 형상들을 축약시켰다. 나의 성정과 잘 맞아떨어져 작업 내내 ..

[인터뷰]사진작가 이현권…“교차하는 마음의 흐름을 포착하려 했다.”[사진가 이현권]

“정신과 전공의 시절이던 2007~2009년 동안 1961년 개원한 국립정신병원(현, 국립정신보건센터)에서 촬영한 흑백사진이 ‘복원(Restoration)’연작이다. 지금은 현대적 건물이지만 당시엔 과거 정신과가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박물관’과 같았다. 그곳에서 일상은 종종 다른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는데 환자들도 병원과 도심 사이 경계의 공간에서 삶의 대부분을 지내셨다. 나와 환자 그리고 공간에 맴도는 여운의 흔적 등이 교차(交叉)하는 마음의 흐름을 포착하고 싶었다.” 한여름 빛살이 초록풀잎에 부드럽게 내려앉으며 강인한 생명력을 선사하는 오후의 명동성당에서 이현권 작가를 만났다. ‘복원’필름 절반정도가 손실되는 아픔을 겪었고 10여년이 흐른 뒤 아주 우연히 사진과 필름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