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기억과 경계의 공간
이곳은 내가 정신과 의사로 첫 발을 디뎠던 전공의 시절의 사진이다. 당시 국립정신병원(현, 국립정신보건센터)은 1961년 개원 이래로 한국 정신과의 역사를 담고 있었다. 지금은 허물어지고 현대적인 병원의 형태로 있지만, 당시는 과거 정신과가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박물관’과 같았다.
공간은 마치 도심의 섬처럼 과거와 현재,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지었다. 이처럼 나에게 일상은 다른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였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이곳의 환자들도 그러하였다. 병원과 도심 사이의 공간은 주로 개방병동 환자들의 공간이었다. 이들은 이 경계를 나갈 수 있는 분들이었지만 이 ‘경계의 공간’에서 삶의 대부분을 지내셨다. 반복적인 일상은 수십 년 전의 일상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전공의 시절 이 사진을 찍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필름의 절반정도가 손실되었다. 이후 나는 이 사진을 덮어두고 한강으로 나갔고, 또 인간의 마음의 흐름을 담은 연작들을 찍었으며 발표하였다. 이렇게 10여년의 시간이 지난 후 갑자기 낡은 사진으로 남아있는 먼지 가득한 사진들, 그리고 버려진 듯 한 필름들을 발견하였다. 마치 힘들게 지내 잊어졌던 나의 기억들이 흐릿하게 저편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 사진들의 복원(restoration)은 고통으로 던져졌던 나의 부분에 다가가는 것이며, 이는 내가 사진 작업과 동시에 진행했던 정신분석과 유사함을 알게 되었다. 정신분석을 통해 닫혀 있던 나의 기억이 서서히 열린 것처럼 이 ‘복원’ 작업은 내가 경험한 낡은 기억들을 다시 되살리는 것이 아닐까? 또 이후 나의 두 작업의 흐름(한강과 심리적인 주제)은 이 사진이 시작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글=사진가 이현권, 복원_part 1 에 대하여,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