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 119

‘호랑이작가’양수연‥의인화 및 해학적인 해석에 의한 친근한 이미지의 호랑이[도예작가 양수연,도예가양수연,양수연 작가]

한국화단에 불고 있는 민화 열풍이 심상치 않다. 한국미술협회에 민화 분과가 신설된 이래 민화 인구 및 전시의 폭발적인 증가추세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제야 한국 고유의 전통 회화인 민화가 재평가되는 시절이 도래한 모양이다. 민화에 대한 화단의 관심은 기존의 채색화 분야는 물론이려니와 유채, 아크릴, 수채 그리고 조각에 이르기까지 그 확산 속도가 피부로 감지될 정도이다. 이를 실증하듯 도자기 분야에서도 일부 작가들에 의해 민화의 이미지를 작업에 도입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본다.  양수연 작가의 경우가 그렇다. 전통적인 도자기와 현대도자기를 병행해 온 그가 도조에 시선을 돌리면서 민화 이미지를 작업에 도입, 납득할 만한 성과를 가져오고 있다. 근래 한국미술계에서는 장르 간의 경계가 허물어짐에 따라 이전과 비교할..

[권동철의 화가탐방]화가 조향숙④‥불교미술과 조상(造像)[뢰차(Roe Cha),불교미술,서급(西汲)조향숙,조향숙 작가,Jo Hyang Sook,논객 석도륜(昔度輪)]

“스승 석도륜은 뢰차(Roe Cha) 회원들에게 풀 섶 돌무더기에 자라나는 풀같이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최고라고 말씀했다. 명예를 탐하는 곳에는 기웃거리지 말고 너희 자신들이 최고라는 것을 깨달으라고 가르쳤다.1)”  기독교 미술이라고 하기 보다는 성화(聖畫)라고 하듯이, 불교미술이기 보다는 ‘조상(造像)’이라야 옳다. 독일의 유물적인 명구로서 불화를 ‘불교문화재’로 부르면서 그 누구도 이의를 느끼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홑으로, ‘불교문화재’ 그것으로 끝내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그 이상인 것이다. 서양에서 제 4세기 경 로마의 효교가인 락텐듀스가 라틴어의 릴리전(宗敎)을 정의하기를 ‘종교란 신(神)과 사람(人)과의 인격적 관계이다’라고 했듯이, 서양의 종교는 반드시..

[전시장 IN]화가 윤종득‥선의 준법 산의 축약[백악미술관,윤종득 작가,윤종득 화백]

작품 앞에서면 산길에 첫 발을 들여놓은 느낌이다. 장엄한 바위와 능선의 기운생동(氣韻生動)에 압도당하고 동시에 가늠할 수 없는 어떤 희열이 샘물처럼 솟아오른다.  윤종득 화백이 수십 여 년 동안 축적한 기운을 온전히 쏟아 부은, 혼신의 필법으로 그려낸 역작 ‘신몽유도원도(新夢遊桃源圖)’가 태고의 골격 그대로 초연히 서 있다. 가로 8m60㎝, 세로 122㎝ 초대작이다.    화면은 모든 잎들이 낙하한 목체(木體)만이 앙상하게 드러난 겨울 산처럼 그러나 들여다보면 복잡다단한 고리의 결합과 확장으로 탄탄한 축약의 아우라를 품고 있다. 인간군상, 갑골상형 같은 전서(篆書)의 문자, 자연의 형상 등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생(生)의 속뜻을 일깨운다.  그곳엔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1786~1856)의..

[전시]서양화가 이은경‥‘내 안의 빛-여정’초대전, 5월23~6월3일, 갤러리 두 [이은경 작가,LEE EUN KYUNG,Gallery DOO]

빛을 찾아가는 여정을 화폭에 펼치는 이은경 작가의 열세 번째 ‘내 안의 빛-여정’개인전이 5월23일부터 6월3일까지 서울강남구 청담동, 갤러리 두(Gallery DOO)에서 열린다.   2년여 동안 은수자(隱修者)처럼 침묵으로 보낸 시간을 화폭에 담은 신작 45여점을 선보인다. 한지, 톱밥 등 여러 재료를 겹겹으로 올리고 반복적으로 칠하여 표현하는 과정은 수행과 닮았다.  이은경(LEE EUN KYUNG)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종교적 영성을 체험하고 충만한 마음으로 붓을 들었다. 내 안의 깊은 영혼을 비추는 순수하고 영원한 빛으로 작품을 보는 분들과 공감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글=권동철, 5월14일 2024, 인사이트코리아]

전시 소식 2024.05.14

[권동철의 화가탐방]화가 조향숙③‥대중과 함께하는 불화[불교미술,논객 석도륜(昔度輪),서급(西汲)조향숙,조향숙 작가,Jo Hyang Sook]

“석도륜 선생은 나에게 ‘전통불교의 도상을 예술작품으로 해석해서 표현하라’고 가르쳤다.1)” 근자, 국어학에 대한 울연(鬱然)하였던 학식축적(學殖蓄積)을 정기(精忌)한 범용한 학인들의 오해로 한문이란 이름의 국학고전이 무자비스레 도륙(屠戮)되어지고 인멸(湮滅)되어지려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한심스러움은 독서 없는 사람들에 의한 한자계(漢字係) 언문(言文)의 혼란기술(混乱記述)이다.  한자비근(漢字批斤)의 미망(迷妄)은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허물이지만 대학(大學)에 있어서 한자 추방을 틈타서 한자장인의 오류(誤謬)는 실로 어찌해볼 도리 없는 노릇이다.  고전, 고대학(古代學)속에 비로소 있게 되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런 말 굳이 붙이는 까닭은 비록 그림 한 장 제대로 독화(讀畫)하며 그리다 말고 사라져가..

[전시]화가 윤종득‥‘산하준법도’개인전, 5월16~22일, 백악미술관 전관[윤종득 작가,윤종득 화백,전각기법]

‘한 치 안에 우주를 담는다.’는 전각(篆刻)의 기법을 회화로 접목해내는 윤종득 작가 ‘산하준법도(山下皴法圖)’개인전이 5월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종로구 인사동, 백악미술관 1~3층 전관에서 열린다.   화면은 자연의 순수한 상태를 칼로서 돌에 새긴 것이 아니라 그 느낌을 문자와 준법(皴法)으로 붓을 통해 그려 놓은 것이다. 300호 6점, 100~200호 10점 등 총64점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엔 안평대군이 무릉도원을 꿈꾸었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와의 교감을 통해 2년여 동안 산하(山下) 윤종득(尹鍾得)만의 독자적 구상과 필법에 천착하며 완성해 낸 가로8m60㎝, 세로155㎝ 초대작 ‘신몽유도원도(新夢遊桃源圖)’를 선보인다.  태양이 사물을 비추어 생명을 탄생시키는 원기(元氣)로서의 카오스인..

전시 소식 2024.05.07

[권동철의 화가탐방]화가 조향숙②‥유(遊)의 세계[전각(篆刻) 석도륜,논객 석도륜(昔度輪),서급(西汲) 조향숙,조향숙 작가,Jo Hyang Sook]

“나의 명호(名號) ‘서급(西汲)’으로 지어주신 분이 석도륜 선생이다. 1986년 첫 개인전을 앞두고였다. 스승께서  “시방정토(十方淨土) 세계로 속히 다다르라”고 말씀하시면서 낙관(落款)을 제작해 주셨는데 현재까지 그 낙관을 쓰고 있다.1) ”  하늘에는 바람의 속사정 흙속에는 물과 돌의 속사정 사람의 가슴속에는 사람마다의 신구의(身口意), 속사정이 있는 법. 1960년대에 면상인(面相認)하였던 여성제자 하나가 8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적극종사(積極從師)한다함은 또한 무엇을 뜻함인가.  물론 나에게는 대단한 고전도 없고 황금이나 석유도 없음은 말할 것도 없다. 고전적 지성도 역사적 자유도 못 지닌 채 있음이라고는 변증법적 통속의 미훈혼돈원시적(微醺混沌原始的) 주취(酒趣)로 거의 피곡장취(辟穀長酔)인 ..

[권동철의 화가탐방]화가 조향숙①‥석도륜 선생과의 만남과 지도[서급당 조향숙,西級堂 趙香淑,논객 석도륜, 昔度輪, 조향숙 작가, Jo Hyang Sook]

석도륜 선생은 1970년 불암사 수련회 때 학생들에게 한국사찰현판과 주련, 한국전통불교미술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그 당시 감명을 받았던 조향숙은 대학원논문(韓國佛畵硏究) 지도교수로 만남을 이어갔다. 조향숙은 1969년부터 사제의 인연이 되어 사물을 보는 시각, 예술가로서의 태도 등 많은 영향을 받았다. 대학원 졸업 후에도 매주 화요일, 금요일 정기적인 모임으로 불경을 비롯해서 사서삼경 강의와 서예 및 불화지도를 받았다. 2011년 6월16일 석도륜 선생이 타계할 때까지 사제의 인연이 이어졌다. 이 글을 석도륜 선생님이 육필원고로 써 주셨는데 조향숙 첫 개인전 도록에 수록하게 되었다. 개인전을 위해 친히 써 주신 글이다.1)” 미술공부와 고전 [글=석도륜] “미술(美術)에 관한 공부는 우선 고전(古典..

[전시장 IN]서양화가 이태현‥역동의 우주 대자연의 진리[Lee Tae Hyun,통인화랑,이태현 미술가,이태현 화백,이태현 작가,화가 이태현]

“만 번을 울린 북도 그 빈속은 상하지 않고, 만 번을 구른 수레도 그 중앙 빈 곳은 상하지 않는다. 그래서 허(虛)를 진(眞)이라고 한다. 萬鳴之鼓其中空不傷, 萬轉之輪其中空亦不傷, 故其虛爲眞矣.1)” 동양사상의 인간과 자연관이 융화된 미학적 토대를 55년여 천착해 오고 있는 이태현(李泰鉉,Lee Tae Hyun,1940~) ‘生滅點華(생멸점화)’전시회가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통인화랑 3층 전시장엔 불교 화엄사상을 떠올리게 하는 우주융합현상의 ‘Space’연작을, 5층은 역학(易學)의 원리를 근간으로 괘(卦)의 기호학을 추상화로 풀어낸 작품들을 보여준다. “상상력과 구성력의 풍부함에서 오는 모나지 않은 멋, 끝이 날카롭거나 차갑지 않고 순박한 데서 느끼는 구수한 큰 맛, 단순한 색채에서 오는 적..

[인터뷰]서양화가 서경자‥“사막의 움직임을 명상으로 건져 올리시길”[서경자 작가,Meditation(명상),Suh Kyoung Ja]

“사막에 있으면 고요한 미묘함이라고 할까. 산(山)이 만들어 졌다가 바람에 흔적 없이 날아가고, 해가 비치는 방향에 따라 구름의 그림자가 일었다 사라지는 변화도 보인다. 척박한 그곳에서의 삶은 힘들어도 변화자체를 마음 채우는 현상으로 관조하면 색다른 명상(冥想)과 조우할 수 있다. 나의 사막작업은 그렇게 왔다.” 경기도성남소재 여류중견화가 서경자 아틀리에를 찾았다. 작가는 그동안 나뭇잎과 원(圓), 어떤 기운의 파장 등 자연계 생명성의 순환을 통하여 조선후기문인화의 사의(寫意) 정신성이 짙게 묻어나는 작업을 해 왔다. 그러다 수년전 중앙아시아 사막여행에서 얻은 선(禪,Zen)적 영감을 화폭에 펼치며 존재의 본질을 일깨우는 ‘명상’시리즈를 확장, 발표하고 있다. 서경자 작가는 전남목포출신으로 홍익대 및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