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철의 화가탐방

[권동철의 화가탐방] 서양화가 이태현①‥뜨거운 추상:1950년대 후반~60년대 중반 [Lee Tae Hyun,이태현 작가,이태현 화백,이태현 미술가]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4. 1. 29. 16:57

좌상, 90,5×72,5㎝, Oil on Canvas, 1960-1961.

 

 

“한국현대미술사에 있어서 이태현이 속한 세대는 다소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화단에서 ‘청년작가 연립전’세대로 통용되는 이들은 4.19혁명의 주체세력이었다는 점에서 ‘4.19세대’로 일컬어지기도 하며, 해방이후에 처음으로 한글을 익힌 세대라는 점에서 최초의 한글세대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들은 일제강점시대에 일본어 교육을 받았던 선배세대와는 달리 민족적정체성의 혼란을 비교적 덜 겪은 세대이다. 자신들보다 10년 정도 연상인 앵포르멜 세대가 일본의 미술잡지를 통해 서구의 미술동향을 간접적으로 접했던 것과는 달리, 이들은 구미(歐美)의 미술 잡지나 혹은 프랑스 등지의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비평가들의 육성을 통해 해외의 미술사조에 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1)

 

누드좌상99, 99×76㎝, Oil on Canvas, 1960-1961.

 

 

◇격정적 브러시워크 침울한 색조

“이태현이 수학하던 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반은 우리 미술에 있어 가장 높은 변혁의 물마루가 덮쳐오던 시기에 해당된다. 57년경에 출범한 여러 재야적 성격의 그룹과 이들을 묶는 현대작가초대전이 아카데미즘의 국전에 맞서 세력화되어가고 있었다.

 

미술계의 급변하는 분위기는 그대로 미술교육의 현장에도 강하게 불어 닥치고 있었다. 당시 미술대학은 시대적 분위기를 가장 민감하게 수용한 일종의 전초기지와 같은 곳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7년 58년을 통해 불기 시작한 뜨거운 추상표현의 물결은 미술대학 3.4학년 교실에도 사정없이 불어 닥치고 있었다.

 

추상, 76×99㎝, Oil on Canvas, 1962A, 1962.

 

 

이태현의 수학기도 이 뜨거운 추상의 홍수가운데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수학기의 체험은 한 작가의 형성에 주요한 인자로 작용할 때가 적지 않다. 수학기의 몇몇 작품들을 보면 그 역시 뜨거운 추상의 세례를 깊게 받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격정적인 브러시워크와 침울한 색조는 한 시대의 미의식에 공감된 방법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단색 위주의 색조의 결제는 그의 후기의 작품에도 그대로 연장되는 독자성의 발아로 진단되어진다.2)

 

추상, 88×117㎝, Oil on Canvas, 1962B, 1962.

 

“나의 1960~62년대는 홍익대 미대 3~4학년 시절이었다. 초기구상작품은 조형의 기본을 터득하기 위해서 굉장히 열심히 노력했다. 중간에 같이 그리던 동기생 석란희도 나를 그려주었다. 오직 조형적인 형태와 색채요소를 가지고 인물을 터득하는데 일심이었다. 그리고 1963년 나는 입대했다.3)

 

[참고문헌]

1)윤진섭 미술평론가, 일루전과 실재에 대한 관계 증명, 2000.11.

2)오광수 미술평론가, 생성과 질서-이태현의 조형과 그 편력, 2006.

3)이태현 화백 작업실에서 인터뷰, 대담=권동철,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