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 고갯길 위 옥탑 작업실의 첫인상은 치열함이다. 탁자에 늘어선 정물, 손때 묻은 화구, 벽에 걸린 조명 도구, 여기 저기 화가의 흔적이 가득하다. 섬세하고 정갈한 작품들이 밝게 맞이한다. 화가 이창남은 유화, 수채, 연필, 목탄 등 전통적인 재료로 사물(object)을 그린다. 그의 작업은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오래된 실내의 벽이나 마루바닥, 그리고 화가의 정물들 …. 이러한 낯설지 않은 사물들이 나에겐 중요한 소재들 중 하나다.” 이창남은 눈앞에 펼쳐진 것을 화면에 그린다. 자세히 보면 사물과 배경은 끈적하게 어우러져 아말감(amalgam)처럼 녹아 있고 변화의 흔적들이 많다. 이창남은 사물을 그린다. 그에게 명료한 명제가 있다. “어떤 것보다 내 앞의 것을 그린다. 관념을 그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