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발자취(年代記) 145

[조각가 박석원]경남창원(진해)출신 조각가,한국미니멀 추상조각선구자 박석원,A South Korea Sculptor PARK SUK WON,朴石元,한국현대추상조각 선구자 박석원 [1980년 작가노트]

[1980년]조각가 박석원‥형성 그 사유의 환원[작가노트] 물질이라든지 매스나 공간이라는 일상적인 매체들이 나의 표현이나 작업에 있어서 또 하나의 절대가치로 파악되고 있는 점은 이들이 지닌 전달개념과 실존개념의 유기적인 연관성으로부터 일어나는 인식의 변이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기인된다. 이는 결과론 같지만 매체의 절대개념은 나의 세계 속에 응집하고 있는 허상이나 반복형식이 의식 바탕과의 결합을 통하여 나타나는, 즉 형성으로 생각이 환원되어지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러한 문제 요소로부터 일어나는 물리적 또는 시간 현상으로 실상의 핵심을 맞추어 온 셈이지만 근자에 이르러 두드러지는 것은 하나의 물질을 바깥으로부터 일정한 형식의 거칠은 매듭을 줌으로 해서 곡면의 단위감각으로부터 대치를 시켰고 내면으로..

[1978년]A South Korea Sculptor PARK SUK WON,조각가 박석원,朴石元,PARK SUK WON,박석원 작가,한국현대추상조각 선구자 박석원)[박석원 작가의 글]

‘손’의 의미성 나는 희고 맑은 색을 좋아한다. 그냥 그 담담하고 고운 느낌이 좋은 것이다. 결 없이 자라난 통나무나 무색조의 돌덩어리들, 이를테면 껍데기나 알맹이에 표정이라든지 별다른 의미가 성립되지 않는 재료나 형태를 말한다. 그것들은 항상 나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그 몸체의 구석구석에 밀착되어 오기를 주문처럼 기대하는 것이다. 해맑은 피부 속을 잔잔하게 흘러 움직거리며 때로는 무한한 힘과 주문처럼 기대하는 것이다. 해맑은 피부 속을 잔잔하게 흘러 움직거리며 때로는 무한한 힘과 능력으로 요동하는 미묘한 물결과도 흡사한 내면에의 전이가 좋은 것이다. 그 물결의 모습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소리에 묻혀서 표정을 제거하고 불필요한 형식들을 생략하면서 마치 환상과도 같은 수많은 흐름의 흔적을 생성시켜 나가는 ..

[초토(焦土)]A South Korea Sculptor PARK SUK WON,조각가 박석원,朴石元,PARK SUK WON,한국현대추상조각 선구자 박석원,박석원 작가,한국현대추상조각 선구자 박석원,이일 미술평론[1960~1969년]

[1960~1969년]조각가 박석원‥한국현대조각 새로운 지평제시 박석원은 아마도 국전(國展)사상 적어도 조각분야에서의 최연소 추천작가가 아닌가 싶다. 미술대학(홍대) 졸업 이듬해(1965년)에 국전에서 특선한 후 1972년에 나이 겨우 30살에 추천작가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도 두 차례에 걸친 국회의장상(1968년,1969년)을 수상했고 1974년에도 예술원회장상을 수상한다. 기왕이면 대통령상은 왜 아닌가할 수도 있겠으나 국전의 속성상 역설적으로 그 상을 수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박석원의 일찍부터 나타난 강한 개성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박석원의 그와 같은 개성적인 작업, 더 나아가서는 애초부터 매우 전위적인 작업이 그 진가를 인정받게 되는 것은 1968년에 결성..

[KIM MYONG HI]김명희 작가,화가 김명희,폐교작업실,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 Seoul,통인화랑

[1974~2020년, 전시로 본 통인화랑 역사-(16)]김명희ⓐ,ⓑ‥폐교작업실의 인상 강원도 춘천의 내평리 김명희 작가의 폐교작업실을 찾았을 때는 뜨거운 햇살의 여름이었다. 가는 길을 내비게이션이 읽지 못할 정도로 벽촌이었다. 폐교 한 동(棟), 네 칸의 교실이 작업실과 주거 공간 등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폐교작업실에 들어섰을 때 야생적인 숲과 폐교의 있던 그대로의 나무와 연못이 전혀 손을 안본 자연 상태 그대로였었다. 실은 내가 폐교를 찾아가기 이전, 김차섭 김명희 부부의 뉴욕소호 작업실에서 본 미완의 작품이 있었다. 그 후 내가 폐교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나무와 웅덩이와 숲들이 뉴욕에서 봤던 그 작품과 너무나 똑같아 깜짝 놀란 기억이 또렷하다. 그 작품이 ‘통인화랑’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Ref..

[KWON KI DONG]서양화가 권기동,권기동 작가,權奇東,시물라크르(Simulacre),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 Seoul,통인화랑,TONG-IN Gallery[김정락 미술평론]

[1974~2020년, 전시로 본 통인화랑 역사-(26)]권기동‥다양성과 혼성성 공간사회학적 시선 시물라크르(Simulacre)의 가장 대표적인 것들로서 놀이동산과 미술관, 예식장을 들 수 있다. 이것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양성과 혼성성을 잘 표현하는 대상이다. 가상현실은 이제 도시 속에 파고들어와 공간사회학적 지표로서 기능한다. 놀이동산의 시물라크르는 다른 설명 없이 슈렉이란 영화를 한편 보는 것으로 이해가 빠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공간은 그야말로 확대된 형태의 디즈니랜드이다. 그림 같은 성 안에서 입장료만 지불하면 공주와 왕자로 대접받을 수 있으며, 약간의 추가비용으로 캐리비언의 해적이 될 수도 있다. 이 순간만큼 사람들은 밀린 대출이나 크고 작은 가정사 등을 잊어버릴 수 있다. 공주 되기는 예식..

[KIM CHONG HAK]김종학 화백,金宗學,서양화가 김종학,김종학 작가,설악화가 김종학,윤명로 평론,통인화랑,통인옥션갤러리,Tong-In Gallery,TONG-IN AUCTION GALLERY

그림은 그림일 뿐이야 내가 종학을 처음 만난 것은 고독, 불안, 절망 같은 언어들이 휴머니즘이라고 읊조리던 시절이었다. 때 묻은 고무신짝에 막걸리를 돌리며 낙산위에 걸린 초승달 보고 우리는 세잔과 보들레르를 사랑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우리는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주한 프랑스 대사관의 세라믹 벽화를 공동으로 제작한다. 우리는 공교로이 초대전이나 국전뿐 아니라 삶의 궤적 가운데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금도 변함이 없다. 종학이는 나무를 참으로 잘 아는 친구다. 66년 도쿄국제판화 비엔날레에서 나무판에 새긴 ‘역사’라는 목판화로 상을 받더니 슬금슬금 조상들의 숨결이 배어있는 목기를 찾아 골동가게를 드나들기 시작한다. 일정한 수입도 없으면서 그림 팔아 돈이 좀 생기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골동가게를 헤집고 ..

[PARK YOUNG GEUN]서양화가 박영근,화가 박영근,박영근 작가, 통인화랑, TONG-IN Auction Gallery Seoul

[1974~2020년, 전시로 본 통인화랑 역사-(24)]박영근‥이미지의 연속성 회화의 리듬 박영근 작가는 문자를 그림 아래 배치하는데, 글은 이미지와 크게 상관이 없는 내용들이다. 텍스트는 그림처럼 강력한 기호로 작용하지만, 오히려 ‘그려진’ 글자들이 하나의 이미지로서 그림 안에 통합된다. 기호의 집합체로서 그의 작품 속 사과와 인물들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 이미지의 연속으로 풀어지면서 해석되어진다. 이런 이미지 연관성의 시각적 함축을 내포한 그의 작품은 관객들에게도 마치 자신만의 사과를 발견하고, 무언가를 깨닫기를 촉구하는 듯하다. 기호 속 이미지들의 연속성, 회화의 리듬으로 재현되다 파편처럼 보였던 그림의 일부는 작가의 일상과 사고 과정의 증거로, 시간적 흔적들의 층위를 다룬다는 점에서 매우 기록적..

[SUNG PAIK JOO]서양화가 성백주,성백주 작가,成百冑,성백주 화백,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통인화랑,TONG-IN Gallery

[1974~2020년, 전시로 본 통인화랑 역사-⑥]성백주ⓑ‥감성의 울림으로 그려내다 성백주 작가는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사의 이면에서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온 한국미술계의 산 증인이다. 그는 1927년 경북 상주에서 출생했으며 동란의 흔적이 마저 가시지 않았던 50년대 중반을 지나 64년까지 교사로 재직하며 젊은 날을 교육자로 헌신했다. 동아대학교, 부산여자대학, 국립마산대학 등에서 후학 양성에 많은 시간을 지속적으로 할애해 초기한국미술의 근간을 형성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이 전시는 그의 삶의 한 부분이며 가장 행복하게 만든 시간 속의 여행이다. 작가의 삶 속에 녹아 있는 그의 농익은 조형언어로 풀어낸 감성의 울림이다. 그는 그림 그리는 대상의 명제에 집착하면 그 대상의 개념적 해석에 끌려가면서 자기 양..

[平步 徐喜煥]평보 서희환,수(守)·파(破)·리(離),서예가 서희환,평보체

[한국근현대서예가1세대들-⑫]평보 서희환‥자연의 질서 개방적 서예인식 ‘수(守)·파(破)·리(離)’, 예술적 자아완성의 방법론 평보 서희환(平步 徐喜煥, 1934-1995)은 전남 함평 출신으로 1955년 광주 사범학교를 졸업했다. 20세기를 대표할만한 선각적인 서예가 소전 손재형(1903-1981)의 문하에 입문했다. 평보는 1968년 17회 국전에서 국문전서체로 쓴 ‘조국강산’을 출품하여 대통령상을 수상한다. 국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운영위원, 동아미술제 심사위원, 대학미전 운영위원, 수도여자사범대학(세종대) 교수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했다. 평보가 새롭게 주목한 것은 훈민정음 해례본이었다. 해례본체의 기계적이고 무감성적인 자형(字形)에 갑골문과 한대(漢代)의 예서, 육조체 등 각종 금석문에 구현된..

[KIM KEUN TAI]단색화가 김근태,金根泰,화가 김근태,김근태 작가,Dansaekhwa-Korean monochrome painter KIM KEUN TAI,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통인화랑]

▲ 전시 작품 앞에서 김근태 작가 [1974~2020년, 전시로 본 통인화랑 역사-⑦]김근태‥모양 없는 모양의 담론 작업실에 인접해 있는 북한산 암벽은 나를 부르는 장소이다. 언제부터 저 커다란 암벽이 나를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그 암벽은 알 수 없는 세계로 초대한다. 이름 모를 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그 시간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세계 앞에 숨이 턱 막히곤 한다. 소동파의 ‘여산진면목’이란 글귀를 떠올리다보면 나의 본래 진면목이 무엇인지 상념에 빠져들게 된다. 그 커다란 벽에 부딪혀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딱한 처지에 놓이는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바람소리와 구름 한 점에 그 알 수 없는 처지를 벗어나게 한다. 글귀에 빠져들고 모양에 속는 어리석은 모습이 그 벽 앞에서 형태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