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발자취(年代記) 141

[KWON KI DONG]서양화가 권기동,권기동 작가,權奇東,시물라크르(Simulacre),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 Seoul,통인화랑,TONG-IN Gallery[김정락 미술평론]

[1974~2020년, 전시로 본 통인화랑 역사-(26)]권기동‥다양성과 혼성성 공간사회학적 시선 시물라크르(Simulacre)의 가장 대표적인 것들로서 놀이동산과 미술관, 예식장을 들 수 있다. 이것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양성과 혼성성을 잘 표현하는 대상이다. 가상현실은 이제 도시 속에 파고들어와 공간사회학적 지표로서 기능한다. 놀이동산의 시물라크르는 다른 설명 없이 슈렉이란 영화를 한편 보는 것으로 이해가 빠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공간은 그야말로 확대된 형태의 디즈니랜드이다. 그림 같은 성 안에서 입장료만 지불하면 공주와 왕자로 대접받을 수 있으며, 약간의 추가비용으로 캐리비언의 해적이 될 수도 있다. 이 순간만큼 사람들은 밀린 대출이나 크고 작은 가정사 등을 잊어버릴 수 있다. 공주 되기는 예식..

[KIM CHONG HAK]김종학 화백,金宗學,서양화가 김종학,김종학 작가,설악화가 김종학,윤명로 평론,통인화랑,통인옥션갤러리,Tong-In Gallery,TONG-IN AUCTION GALLERY

그림은 그림일 뿐이야 내가 종학을 처음 만난 것은 고독, 불안, 절망 같은 언어들이 휴머니즘이라고 읊조리던 시절이었다. 때 묻은 고무신짝에 막걸리를 돌리며 낙산위에 걸린 초승달 보고 우리는 세잔과 보들레르를 사랑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우리는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주한 프랑스 대사관의 세라믹 벽화를 공동으로 제작한다. 우리는 공교로이 초대전이나 국전뿐 아니라 삶의 궤적 가운데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금도 변함이 없다. 종학이는 나무를 참으로 잘 아는 친구다. 66년 도쿄국제판화 비엔날레에서 나무판에 새긴 ‘역사’라는 목판화로 상을 받더니 슬금슬금 조상들의 숨결이 배어있는 목기를 찾아 골동가게를 드나들기 시작한다. 일정한 수입도 없으면서 그림 팔아 돈이 좀 생기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골동가게를 헤집고 ..

[PARK YOUNG GEUN]서양화가 박영근,화가 박영근,박영근 작가, 통인화랑, TONG-IN Auction Gallery Seoul

[1974~2020년, 전시로 본 통인화랑 역사-(24)]박영근‥이미지의 연속성 회화의 리듬 박영근 작가는 문자를 그림 아래 배치하는데, 글은 이미지와 크게 상관이 없는 내용들이다. 텍스트는 그림처럼 강력한 기호로 작용하지만, 오히려 ‘그려진’ 글자들이 하나의 이미지로서 그림 안에 통합된다. 기호의 집합체로서 그의 작품 속 사과와 인물들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 이미지의 연속으로 풀어지면서 해석되어진다. 이런 이미지 연관성의 시각적 함축을 내포한 그의 작품은 관객들에게도 마치 자신만의 사과를 발견하고, 무언가를 깨닫기를 촉구하는 듯하다. 기호 속 이미지들의 연속성, 회화의 리듬으로 재현되다 파편처럼 보였던 그림의 일부는 작가의 일상과 사고 과정의 증거로, 시간적 흔적들의 층위를 다룬다는 점에서 매우 기록적..

[SUNG PAIK JOO]서양화가 성백주,성백주 작가,成百冑,성백주 화백,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통인화랑,TONG-IN Gallery

[1974~2020년, 전시로 본 통인화랑 역사-⑥]성백주ⓑ‥감성의 울림으로 그려내다 성백주 작가는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사의 이면에서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온 한국미술계의 산 증인이다. 그는 1927년 경북 상주에서 출생했으며 동란의 흔적이 마저 가시지 않았던 50년대 중반을 지나 64년까지 교사로 재직하며 젊은 날을 교육자로 헌신했다. 동아대학교, 부산여자대학, 국립마산대학 등에서 후학 양성에 많은 시간을 지속적으로 할애해 초기한국미술의 근간을 형성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이 전시는 그의 삶의 한 부분이며 가장 행복하게 만든 시간 속의 여행이다. 작가의 삶 속에 녹아 있는 그의 농익은 조형언어로 풀어낸 감성의 울림이다. 그는 그림 그리는 대상의 명제에 집착하면 그 대상의 개념적 해석에 끌려가면서 자기 양..

[平步 徐喜煥]평보 서희환,수(守)·파(破)·리(離),서예가 서희환,평보체

[한국근현대서예가1세대들-⑫]평보 서희환‥자연의 질서 개방적 서예인식 ‘수(守)·파(破)·리(離)’, 예술적 자아완성의 방법론 평보 서희환(平步 徐喜煥, 1934-1995)은 전남 함평 출신으로 1955년 광주 사범학교를 졸업했다. 20세기를 대표할만한 선각적인 서예가 소전 손재형(1903-1981)의 문하에 입문했다. 평보는 1968년 17회 국전에서 국문전서체로 쓴 ‘조국강산’을 출품하여 대통령상을 수상한다. 국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운영위원, 동아미술제 심사위원, 대학미전 운영위원, 수도여자사범대학(세종대) 교수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했다. 평보가 새롭게 주목한 것은 훈민정음 해례본이었다. 해례본체의 기계적이고 무감성적인 자형(字形)에 갑골문과 한대(漢代)의 예서, 육조체 등 각종 금석문에 구현된..

[KIM KEUN TAI]단색화가 김근태,金根泰,화가 김근태,김근태 작가,Dansaekhwa-Korean monochrome painter KIM KEUN TAI,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통인화랑]

▲ 전시 작품 앞에서 김근태 작가 [1974~2020년, 전시로 본 통인화랑 역사-⑦]김근태‥모양 없는 모양의 담론 작업실에 인접해 있는 북한산 암벽은 나를 부르는 장소이다. 언제부터 저 커다란 암벽이 나를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그 암벽은 알 수 없는 세계로 초대한다. 이름 모를 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그 시간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세계 앞에 숨이 턱 막히곤 한다. 소동파의 ‘여산진면목’이란 글귀를 떠올리다보면 나의 본래 진면목이 무엇인지 상념에 빠져들게 된다. 그 커다란 벽에 부딪혀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딱한 처지에 놓이는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바람소리와 구름 한 점에 그 알 수 없는 처지를 벗어나게 한다. 글귀에 빠져들고 모양에 속는 어리석은 모습이 그 벽 앞에서 형태 없는..

[JEONG HEON JO]화가 정헌조,정헌조 작가,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 Seoul[통인화랑]

[1974~2020년, 전시로 본 통인화랑 역사-(22)]정헌조‥사유와 명상의 공간 내 그림의 여백은 비워져 있지만 채워진, 그려진 이미지와 서로 조응하는 다른 모습의 그려진 이미지이다. 나의 드로잉에는 흑연으로 그려진 이미지와, 부조처럼 화면위로 튀어나온 요철(embossment)이 있다. 이 요철은 빛에 의해서 그러데이션(gradation) 음영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 음영과 흑연으로 그려진 이미지 사이에는 여백이 있다. 이 여백은 마치 동양화에서처럼 비어있지만 이야기의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대상을 그리고 남겨진 동양화의 여백과는 다르게 나의 드로잉의 여백은 화면 바깥으로 흐르지 않는다. 화면의 중심에 놓여있는 여백은 그려진 이미지와 더불어 사유와 명상의 공간이 된다. 이 여백은 한 줄 한 줄..

[如初 金膺顯]여초 김응현,서여기인(書與其人),서예가 김응현,광개토태왕비(廣開土太王碑) 임서(臨書),동방연서회(東方硏書會),서통(書通),여초서예관,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한국근현대서예가1세대들-⑪]여초 김응현‥이론과 실기 병용한 고법의 재해석 중국, 대만, 일본 등 국제서예교류 통해 한국서예 알리는데 힘쓰다 여초 김응현(如初 金膺顯, 1927-2007)은 서울 도봉동 오현(梧峴)의 명문가인 안동 김씨 집안의 넷째아들로 태어났다. 가학으로 한학 경전과 서예를 배웠는데 서예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 것은 해방 이후부터다.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국문초서’로 입선한 후 서예계에 등장한다. 그는 실기와 이론에 탁월함을 보였다. 김응현은 국내외의 서예를 폭넓게 탐구하면서 서예를 보는 시야를 넓혔고, 그것을 독창적인 작품세계로 승화시켰다. 그의 학문과 예술사상을 결집한 「서여기인(書與其人)을 보면, 한국 금석문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물들이 실려 있다. 여초는 조형 연..

[KIM JUNG SOO]김정수 작가,金正洙,화가 김정수,ARTIST KIM JUNG SOO,김정수 작가노트,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 Seoul[통인화랑]

[1974~2020년, 전시로 본 통인화랑 역사-(15)]김정수‥진달래그림을 그리며! 1984년 9월 파리 화랑가의 대표적인 거리인 생 재르망 데프레의 세느가, 22번지의 ‘GALLERY VALMAY’에서 전속작가의 일원으로 첫 전시를 가졌다. 1983년 2월 도불 1년 7개월만이니 무척이나 행운이 따랐던 셈이다. 입체 작업을 주로 했던 내가 파리에서 우연히 만나 이틀 동안 같이 지내며, 평면 작업을하라고 조언해주시던 백남준(白南準, Nam June Paik) 선생님의 말씀대로 평면작업으로 회귀하여 약간 차가운 추상작업으로 갤러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재미있었다. 매달 한두 점씩 작품이 판매되고, 비록 작품 판매 대금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껴서 쓰면 빵을 해결하고 물감을 사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3년 정..

[SUL WON GI]설원기 작가,ARTIST SUL WON GI,薛源基,화가 설원기,설원기 화백,설원기 작가노트,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통인화랑]

[1974~2020년, 전시로 본 통인화랑 역사-⑤]설원기ⓐ‥“드로잉적인 느낌 없어질까 봐 걱정” 요즘 드로잉 작업을 좀 한다. 평소 회화 작업도 드로잉과 별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고 회화 작업 자체도 드로잉적이라고 봐 왔다. 과거에는 드로잉이 중요한 작업과정이었다. 드로잉은 회화작업의 준비 단계로 활용되었고 또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을 시각적으로 실험해보는 도구이기도 했다. 이러한 보조적인 역할 사이에 드로잉 자체의 표현 방법이 장점으로 보이기도 했다. 좀 내 즉흥적이고 순발력도 발휘되어서 순수하고 솔직한 느낌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었다. 요즘 작업을 보면 개념적인 요소의 비중이 커져간다. 그러다 보니 생각을 구체화해보는 작업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 결과는 드로잉 같지 않은데 하는 것은 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