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발자취(年代記)

[MMCA 이건희 컬렉션특별전 한국미술명작-(3)]채용신·이도영·김은호·나혜석·백남순,칠조어진(七祖御眞),석강(石江),서화미술회화과(畵科),간성(看星),화령전작약(華寜殿芍藥), [MMCA Lee Kun-hee ..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2. 1. 27. 17:07

(왼쪽부터)김은호(KIM Eunho)=간성(看星), 138×87㎝ 비단에 채색, 1927. (중앙)박래현=여인A. (맨오른쪽 벽)채용신(CHAE Yongshin)=노부인초상, 98×56㎝ 비단에 채색, 1932. 사진=권동철.

 

 

초상화가 채용신(1850~1941)

채용신은 태조 어진을 제작하는 주관화사로 1900년에 발탁되었고, 이 해에 경운궁 화재로 소실된 칠조어진(七祖御眞)의 모사에 참여했다. ‘석강실기(石江實記)’에는 그가 고종의 어진을 그리면서 석강(石江)이라는 호를 하사받았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평생 이를 영광스럽게 기억했다고 한다.

 

노부인초상1932년 만년기에 그린 작품으로 여성 초상화의 드문 예이다. 옷 주름과 얼굴과 목의 경계에는 명암을 넣어 서양화 기법을 보여주는가 하면, 수많은 극세선으로 얼굴의 요철, 원근, 명암을 표현한 것은 어진화사였지만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자 했던 채용신의 초상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전통 초상화에서 그려지지 않았던 손도 여러 지물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강민기>

 

김은호(1892~1979)

김은호는 문인화가 윤영기가 설립한 최초의 근대적 미술교육 기관인 서화미술회화과(畵科)’에 들어가 당대 최고의 화가인 조석진, 안중식에게 그림을 배우고, 이후 서과(書科)에서도 수학했다. 1912년 서화미술회에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고종과 순종의 어진화사로 발탁되어 일찍부터 재능을 인정받았으나 현재는 순종어진초본만 전하고 최근 1935년에 그린 세조어진 초본이 공개된 바 있다.

 

일본에 유학한 후 1929년 귀국한 즈음에 화실 낙청헌을 개설하고 후학 양성에 힘써 백윤문, 김기창, 장우성, 조중현, 이유태 등 유수의 화가들을 배출했다. 근현대 동양화단의 대표적인 화맥을 형성한 그의 문하생들은 1936년에 후소회(後素會)’를 조직하여 오늘날까지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간성(看星)’은 김은호가 일본에 머물던 시기에 그린 작품으로 제6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하여 입선했다. 한가로이 마작을 하며 그날의 운수를 점치고 있는 여인은 기녀로 추정된다. ‘간성(看星)’은 김은호의 현존하는 1920년대 작품으로 희소성이 있는 중요한 작품 중 하나이다. <=김은주>

 

 

(왼쪽 벽)이도영(LEE Doyoung)=기명절지, 82 30.5cm 종이에 수묵채색, 1920년대. (정면)이상범=산고수장(山高水長). 사진=권동철.

이도영(1884~1934)

이도영은 1922년 총독부에 의해 조선미술전람회가 창설되었을 때 심사위원 자격으로 정물을 출품하였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신라토기, 고려청자 등 우리나라 역사를 나타내는 기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기명절지정물에서 시도된 새로운 변화가 반영되어 있으면서도 보다 간결한 구성과 안정감을 보여주는 점에서 1920년대 중·후반에 그려진 것으로 짐작된다. 이 작품은 중국적이고 복고적인 전통 회화에서 탈피하여 한국적이고 근대적인 표현을 모색한 회화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그림이다.<=김예진>

 

 

나혜석(NA Hyeisuk)=화령전작약(華寜殿芍藥), 33.7&amp;times;24.5㎝ 패널에 유채, 1930년대. (왼쪽사진=권동철),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나혜석(1896~1948)

나혜석은 한국 근대기 최초로 서양화를 전공했던 여성화가이다. 수원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1913년 도쿄여자미술학교(현재 조시비여자미술대학) 서양화과에 입학했다. 화령전작약(華寜殿芍藥)1934이혼고백서를 발표하여 사회적 파란을 일으킨 이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이혼 후 고향인 수원에 내려와 있으면서, 정조의 사당인 화령전(華寧殿)과 그 앞의 작약을 화폭에 담았다. 나혜석 연구의 기준이 될 만한 작품으로 평가된다.<=김인혜>

 

 

백남순(BAIK Namsoon)=낙원, 캔버스에 유채: 8폭 병풍 173&amp;times;372㎝, 1936년경. 사진=권동철.

 

백남순(1904~1994)

백남순은 1923년 일본 도쿄여자미술학교(현재 조시비여자미술대학)에 입학하여 서양화를 전공했던 근대 초기 여성화가이다. 낙원은 백남순의 오산 시절, 전라남도 완도에 살고 있던 친구 민영순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한 선물로 보냈다. 이 작품은 1981년 백남순의 친구 민영순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으며, 미술평론가 이구열과 당시 뉴욕에 살고 있던 백남순의 협의를 거쳐 낙원이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해방이전 제작된 백남순의 작품으로는 유일한 현존 작이다.<=김인혜>

 

권동철=1252022.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