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발자취(年代記)

[MMCA 이건희 컬렉션특별전 한국미술명작-(1)]청전 이상범,靑田 李象範,청전화숙(靑田畵塾),서화미술회(書畵美術會),심전 안중식(心田 安中植),심산 노수현(心汕 盧壽鉉)[MMCA Lee Kun-hee Collection Mas..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2. 1. 18. 17:04

전시전경. 이상범(LEE Sangbeom)=산고수장(山高水長), 종이에 수묵채색:8폭 병풍. 이미지 147×48×(2)㎝ 147×53(6)㎝. 병풍 208×426㎝,1966. 사진=권동철.

 

 

<전문>

세기의 기증 ‘이건희컬렉션 한국미술명작’이 지난해 7월21일부터 올해 3월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성황리 전시 중이다. 20세기 초·중반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주요작가와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MMCA 이건희 컬렉션특별전 한국미술명작’도록에 수록된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편집자 주>

 

 

청전 이상범(靑田 李象範,1897~1972)은 서화미술회(書畵美術會)출신이다. 심산 노수현(心汕 盧壽鉉,1899~1978)과 함께 심전 안중식(心田 安中植,1861~1919)심전(心田)’에서 한자씩 가져와 청전(靑田)’심산()’이라는 호를 각각 하사받을 정도로 사랑받았다.

 

일제강점기 스타작가로 조선미술전람회관전풍 산수화를 주도하였으며, 1933년 설립한 청전화숙(靑田畵塾)에서 후학을 양성하였다. 해방 후에는 설악산이나 금강산을 대관산수(大觀山水)로 그렸을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전원 풍경이나 그곳에서 자연과 일체가 되어 살아가는 촌부를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1950년부터 홍익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함과 동시에 50년대 후반 실경 스케치를 근간으로 한 청전(靑田)양식을 완성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가로의 긴 화면을 따라 근경에 계류(溪流)나 오솔길을 횡()으로 배치하고, 그 뒤로는 나지막한 야산을 등장시키는 것이 공통적이다.

 

산고수장(山高水長)’청전 양식을 대표하는 작품들 가운데 하나이며, 8폭의 왼쪽

하단에 산고수장(山高水長)’, ‘병오신정칠십옹청전사(丙午新正七十翁青田寫)’라는 관지(款識)

적혀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이상범의 산고수장4점이다.<=최경현>

 

 

 

이상범=무릉도원도, 비단에 채색:10폭 병풍. 이미지 159&amp;times;39&amp;times;(2)㎝ 159&amp;times;41&amp;times;(8)㎝. 병풍 202&amp;times;413㎝, 1922.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무릉도원은 화면 상단에 직접 쓴 이상범의 관지(款識)에 의하면 1922년 벽정(碧庭)이라는 인물을 위해 제작된 것이다. 병풍의 제1폭 뒷면에 적혀 있는 청전무릉도원(靑田武陵桃源)’이라는 표제(標題)는 동양의 이상향을 대표하는 도연명(陶淵明)도화원기(桃花源記)’를 그린 시의도(詩意圖)임을 알려준다. 그러나 화면 상단에는 당나라 문인 왕유(王維)가 도연명의 시를 차운하여 지은 도원행(桃源行)’이 적혀 있다.<=최경현>

 

다음은 청전 이상범 무릉도원제발(題跋)에 있는 도원행(桃源行)’ 해석일부이다.

 

漁舟逐水愛山春 兩岸桃花夾去津. 坐看紅樹不知遠 行盡青溪不見人. 山口潛行始隈隩 山開曠望旋平陸. 遙看一處攢雲樹 近入千家散花竹. 樵客初傳漢姓名 居人未改秦衣服. 居人共住武陵源 還從物外起田園. 月明松下房櫳靜 日出雲中雞犬喧. 驚聞俗客爭來集 競引還家問都邑. 平明閭巷埽花開 薄暮漁樵乘水入. 初因避地去人間 及至成仙遂不還.……

 

고기 배 물 따라가니 봄이 든 산을 사랑함이요. 나루터와 떨어진 양쪽 언덕은 복숭아꽃으로 가득하다. 배에 앉아서 붉은 나무 보니 먼 줄을 몰라 맑은 계곡 끝까지 가니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은밀히 지나가니 비로써 후미진 곳 산 열린 곳 널리 바라보며 평지로 나와. 아득히 바라보니 구름이 걸릴 만한 높은 나무가 모인 곳이요 가까이 들어가니 꽃과 대나무로 가득한 수많은 집이로다. 나무꾼 처음에는 한()나라의 백성이라 전했건만 원주민은 진()나라 의복을 바꾸지 않았도다.

 

원주민은 무릉의 도원에서 함께 살며 세상 밖에 사는 듯 밭과 동산을 일군다. 달 밝은 소나무 아래 집은 고요해 해가 구름 속에서 솟아나니 달과 개가 운다. 속세 사람 왔다는 소식 듣고 놀라며 다투어 모이고 경쟁하듯 자기 집으로 데려가 고향 소식을 물어본다. 새벽녘엔 마을이 꽃을 쓸며 열리고 해질녘에 어부와 나무꾼이 물길 타고 들어온다. 처음에 인간 세상 떠난 것은 진()나라를 떠나고 싶어서인데 신선이 되어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듣는구나. ……<호암미술관 청전 이상범’, 1997, p.115~116./‘MMCA 이건희 컬렉션특별전 한국미술명작도록, 2021>

 

전시=2021721~2022313, 국립현대미술관 서울1전시실(MMCA Seoul Gallery1)

권동철=이코노믹리뷰 118,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