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발자취(年代記)

[1974~2022년, 전시로 본 통인화랑 역사-(36)]서양화가 이창남,구상화가 이창남‥‘화가의 실내’,이창남 작가,Artist Lee Chang nam,어맬거 아말감 amalgam,미적직감(aesthetic intuition)[TONG-IN Gallery Seoul]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2. 2. 27. 16:26

오른쪽에서 세 번째 이창남 작가. 통인화랑제공.  

 

 

금호동 고갯길 위 옥탑 작업실의 첫인상은 치열함이다. 탁자에 늘어선 정물, 손때 묻은 화구, 벽에 걸린 조명 도구, 여기 저기 화가의 흔적이 가득하다. 섬세하고 정갈한 작품들이 밝게 맞이한다. 화가 이창남은 유화, 수채, 연필, 목탄 등 전통적인 재료로 사물(object)을 그린다. 그의 작업은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오래된 실내의 벽이나 마루바닥, 그리고 화가의 정물들 . 이러한 낯설지 않은 사물들이 나에겐 중요한 소재들 중 하나다.” 이창남은 눈앞에 펼쳐진 것을 화면에 그린다. 자세히 보면 사물과 배경은 끈적하게 어우러져 아말감(amalgam)처럼 녹아 있고 변화의 흔적들이 많다.

 

 

 

he leather jacket, 54×78㎝ pencil. 통인화랑제공.

 

 

이창남은 사물을 그린다. 그에게 명료한 명제가 있다. “어떤 것보다 내 앞의 것을 그린다. 관념을 그리지 않는다.” 작가 앞에 있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눈 앞 세계와 직접 만나며 그 속에 발생하는 것을 화면에 담는다. 사물을 그리면서 세계의 변하지 않는 실체(實體, substance) 혹은 본질(本質, quiddity)을 표현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사물의 실체를 적정하게 드러내며 즐긴다.

 

이창남은 빛과 그림자가 빚어내는 분위기와 색을 형상화하며 공간과 사물에 머물고 있는 빛의 아름다움을 화면 안에 담는 것을 좋아한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계속 변하는 작업실 상황에서 내밀한 그 무엇을 찾아 그린다. 작가의 사물은 외면할 수 없는 미적 대상(aesthetic object)으로 바뀐다.

 

 

 

A Plant, 27×27㎝ oil on canvas, 2020. 통인화랑제공.

 

 

시간을 그린다. 그의 작업은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시간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그린다. 그에게 사물과 시간은 합쳐있다. 사물과 공존하는 시간에 연속적으로 반응하며, 시간과 실재하는 것 사이의 변화를 그린다. 그의 작품은 시간에 따라 변하는 사물에 반응하는 눈과 손의 기록이다. 같은 장소와 정물도 그릴 때마다 다르기에 변한 곳을 지속적으로 고쳐나간다. 그는 미세한 시간의 변화를 확인하고 재현한다.

 

 

 

Wall clock 2016-2017, 75×66㎝ pencil on paper. 통인화랑제공.

 

 

밝은 날은 노랑이 많이 보인다. 반면 어두운 날이나 흐린 날 청색이 많이 보인다.” 사물의 다양한 색 변화를 재현하는 채색기법은 구체적이다. “오래 그리면 색채 구분이 잘된다. 그래서 그림이 밝아진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사물의 밝은 부분에서 노란색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가 찾은 밝은 흰색은 노랑 색조가 늘 스며있다. 흰색만 사용하면 사물이 후퇴해 보이기 때문이다.

 

 

 

Still life with Table Fan and Fruit, 65×65㎝ oil on canvas, 2016. 통인화랑제공.

 

 

화가는 직감(intuition)으로 그린다. 직감은 비이성적 기능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접할 때 곧바로 느껴서 아는 감각을 말한다. 감각은 감정보다 앞서고 직감은 감각보다 날카롭고 빠르다. 이창남의 직감은 시각의 변화에 반응하는 시각적 직관이다. 작가의 미적직감(aesthetic intuition)은 사물의 감춰진 곳을 섬세하고 내밀하게 보여준다.

 

나의 작업은 일상에서 나의 통찰을 표현하는 시도로부터 나온 결과물이다. 시각적인 요소들은 누구도 예측 못한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화가는 사물의 유사성 너머의 본질에 관한 직감에 집중한다. 그의 손작업은 눈과 사물이 반응하는 직감의 연속이며 조합이다.

 

 

 

전시전경. 통인화랑 제공.

 

 

이창남의 그림은 일상의 소재에서 아름다움을 이끌어낸다. 어떤 사물도 친밀감을 느끼게 만드는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그 속에서 작가는 존재의 성찰과 함께 표현의 기쁨을 누린다. 이창남의 직감은 감상의 보편타당성으로 행복한 공감을 획득할 것이다. 그의 미적 직감은 아름다움의 전이(metastasis)이다. 회화가 추구하던 더 깊은 사물의 이해를 다시 보기다. <=김대신 미술과 문화비평, 문화사박사/전시=11월11~29일 2015년. 통인옥션갤러리>

 

권동철=2262022.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