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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단색화가 신기옥‥“어머니 노동의 수행성에서 발현 된 선율이 나의 단색화”

“유년시절 어머니가 베틀에서 한 나절 일을 해도 조금밖에 안 되는 명주를 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무념의 호흡이 스며든 씨실과 날실의 반복 그 인고의 세월에 깃든 고된 노동의 수행성이 가장 한국적 영혼의 선율이라 믿는다. 나의 단색화 ‘Line Rhythm’의 본령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선(禪)적 세계의 울림과 다름이 없다.” 신기옥 화백을 경기도 성남시분당구 소재 작업실에서 만났다. 화가의 길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나는 종종 험준한 언덕위로 돌을 굴려 올려야하는 참혹한 형벌의 시지프스(Sisyphus)신화를 떠 올린다. 숙명 같은 인고의 세월에서 탄생되는 것이 작품의 생명력이다. 수없이 반복되는 세로와 가로 선(線)의 축적이 비로써 숨을 토해낼 때 나의 단색화는 혼(魂)을 부여받는다. 내..

[권동철의 화가탐방]서양화가 이태현⑦‥주역(周易) 팔괘(八卦), 음양, 동양의 우주관, 한묵 화백, 2020~2024년[Lee Tae Hyun,이태현 작가,이태현 화백,이태현 미술가]

“이 시기 나의 작품은 주역(周易)의 64괘에서 변형시킨 것이다.1)” “2003년경에서 현재의 이태현 작품들은 혼돈을 벗어나 질서에 도달하는 오랜 역정을 반영하고 있다. 혼돈과 질서의 대비적 국면은 사라지고 화면은 이제 어떤 요지부동의 세계로 진입되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 우주공간을 연상시키던 유동하는 공간과 이 위에 일정한 질서의 의지로서 부표를 설정하였던 바로 직전의 작품들과 연계해서 본다면 유동하는 우주공간이 기호로서 질서화 되고 있는 상황임이 분명하다. 그것은 그가 오랫동안 탐구해왔던 화면의 질서가 다름 아닌 동양인의 우주관, 동양인의 인생관으로 귀의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2)” “토막진 검은 선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화면 전체를 덮어가는 구조는 벽돌장을 빼곡히 쌓아올린 형국이다. 토막의 검은..

[권동철의 화가탐방]서양화가 이태현⑥-2‥‘마블링’시리즈 1995~2002년, Conflict and Harmony,오광수 미술평론[Lee Tae Hyun,이태현 작가,이태현 화백,이태현 미술가]

“나는 마블링을 자연으로 본 것이다. 그 다음 막대를 인공으로 본 것이다. 자연과 인공의 대비인 것이다.1)” Conflict and Harmony: Latest Works of Lee Tae Hyun It is often understood that Lee created the contention and harmony between the random and the planned. His work is overflowing with visual attractions created by the conflicting situations between intentions and chances, and the mechanical and the natural. On the other hand, the confl..

[권동철의 화가탐방]서양화가 이태현⑥-1‥Conflict and Harmony: Latest Works of Lee Tae Hyun,‘마블링’시리즈, 1995~2002년[이태현 작가,이태현 화백,이태현 미술가]

“나는 마블링을 자연으로 본 것이다. 그 다음 막대를 인공으로 본 것이다. 자연과 인공의 대비인 것이다.1)” Conflict and Harmony: Latest Works of Lee Tae Hyun The beginning of Lee Tae Hyun's artistic carrier coincided with the most chaotic transitional period in Korean modern art history. His art in other words started when the new generation artists challenged the major trend in the art world focused on naturalism. The sense of challenge a..

[권동철의 화가탐방]서양화가 이태현⑤‥유기체적 유연성 체계이전의 상황성, 동심원(同心圓), 1980~1989년[Lee Tae Hyun,이태현 작가,이태현 화백,이태현 미술가]

“이 시기 나는 우주공간의 원, 움직임에 주목했는데 특히 금속성 같은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다. 이를테면 예리한 금속의 광택이라든가 빛에 의해 변화된 모습 등인데 바탕으로 드로잉작업을 했다.1)” “80년대 후반에 등장하는 동심원의 구성은 원 자체가 하나 또는 둘 이상으로 구현되어 나오는 강한 자체의 운동을 표상하고 있다. 이 같은 자체 내의 에너지는 90년대 오면서 보다 역동적인 구조로의 변모로 이어진다. 동심원의 구조가 역동적이면서도 부동성에 지지된 것이었다면 이 시기의 작업은 원과 그 사이에 존재했던 작은 틈새의 기호들이 화면 여기저기에 난무하는 형국으로 드러난다. 수액의 흐름과도 같은 유기체적인 유연한 곡면의 테두리 속에 난무하는 이들 기호는 화면을 한결 약동하는 풍요로움으로 대변되고 있다. 그..

[권동철의 화가탐방]서양화가 이태현④‥‘미로’연작,‘무한대’협회전, 관훈갤러리, 1970~1985년, 서승원, 최명영, 최창홍, 하종현 [Lee Tae Hyun,이태현 작가,이태현 화백,이태현 미술가]

“1970년대 나의 ‘Space’시리즈 작업은 사회공간이 아니라 우주와 지구에 대한 공간에 대한 표출이었다. 1969년 발사 된 아폴로11호(Apollo 11)가 달에 가고 그것이 국제적인 이슈가 되었던 영향도 받았다. 흑백작업이 많았는데 칼날 같은 선묘(線描)가 지나가는 작업들이 1980년대를 넘어서면서 이어졌다. 나는 빛이 먼동이 트고 다시 저녁이 되면서 해가 사라지는 천체운행을 생각했었다.1)” “‘Space’연작에서 ‘미로(迷路)’작업은 대학 다닐 때 퇴계 이황(退溪 李滉,1501~1570)선생의 친필 발문(跋文)이 있는 무이구곡도(武夷九曲圖)를 여러 번 봤었다. 그래서 언제 한번 작업을 해야겠다고 한 것이다. 당시 내가 본 것도 사실 흑백이었는데 내가 그걸 좋아했다. 단색으로 그리지 않았지만 항..

[권동철의 화가탐방]서양화가 이태현③‥한국청년작가연립전(1967년)-‘명(命)1’,‘명(命)2’[네오다다(Neo-Dada),이승조,Lee Tae Hyun,이태현 작가,이태현 화백,이태현 미술가]

“파리 앵포르멜 열풍이 불고 몇 년 지났을 때였다. 앵포르멜은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이후의 사조였고, 나도 실제로 6.25한국전쟁을 봤기 때문에 앵포르멜에 빠져 들어갔다. 대학에서 기본실기를 충실히 하고 방과 후 추상표현주의 등 실험을 많이 했었다. 나는 1963년 홍익대 미대를 졸업 한 후 군에 입대했다. 66년에 제대를 하고 보니 앵포르멜이 쇠퇴기에 들어갔다. 나는 ‘무동인’, ‘한국청년작가연립전’으로 들어갔다. 당시 군대에서 제대 한지 오래지 않았기 때문에 ‘군과 나’, ‘나와 사회’에 대한 네오다다(Neo-Dada) 예술과 사회에 대한 고뇌를 하고 있었다. 그 때 무동인 2회전(展)이 열린 중앙공보관(1967년, 6월)에서 발표한 작품이 ‘명(命)1’, ‘명(命)2’이다. 그해 1..

[미술서평] ‘비평가 이일과 1970년대 AG그룹’ 발간

지난해 2023년 5월10~6월24일까지 ‘갤러리 스페이스21’에서 열린 ‘비평가 이일과 1970년대 AG 그룹’전시의 일환으로 동명(同名)의 도서가 발간됐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인 1970년대 젊은 평론가와 작가들이 열정적으로 미술운동을 해 나갔던 시대를 관통한다. 책의 구성은 △1960~90년대 한국미술계에 미술비평(미술평론)개념을 인식시키고 한국현대미술의 방향성에 초석을 다진 미술비평가 이일(Lee Yil,李逸,1932~1997)의 6편(篇) 글모음 △오광수, 서승원, 심문섭, 이강소, 최명영, 김구림 등 AG(한국아방가르드협회)그룹 작가인터뷰 △정연심 에세이 ‘AG(Avant-Garde)그룹의 실험미술 전시’ 등이다. ‘갤러리 스페이스21’ 이유진(유족, 딸)대표는 ‘비평가 이일과 1970..

조각가 박석원‥자연과 인공 동·서양 융합의 현상학

“만물들은 서로 의존하는 데에서 그 존재와 본성을 얻는 것이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다.1)” 한국현대기하추상조각 선구자 박석원(1942~)작가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4.19혁명을 거쳐 온 세대다. AG(한국아방가르드협회,69), 한국현대조각회창립멤버(69)로서 70년대 한국미술전환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인위와 자연성의 조화로운 융합사유의 행보를 보인다. 조각과 한지평면작품 전시공간은 정결한 느낌의 아우라를 자아낸다. 박석원 예술의 주요매체인 돌, 나무, 한지, 흙, 철 등 유·무기체를 아우르는 매우 본질적이며 유동적 재료들의 관계성을 통해 생명세계의 충일과 확장을 보여준다. 작품들엔 사물의 최소공간에 오브제를 현시(顯示)함으로써 본질을 더욱 명확하게 부각시키는, 그럼으로써 ..

서양화가 이태현‥생성과 소멸 불멸의 기하학[李泰鉉,Lee Tae Hyun,이태현 작가,이태현 화백,이태현 미술가]

“모든 종소리 잠들었다가 어느 날 꽃으로 피어서……1)” 영원을 품은 하루가 환희처럼 동트고 있네. 부드러운 첼로선율 같이 느릿하게 흘러가는 만곡(彎曲)의 물살이 여명을 껴안는 시각. 마침내 물과 불이 하나 되는 매혹의 공간감, 충만한 겹꽃으로 피어나는 저 부용이 장엄한 화엄(華嚴)을 맹렬히 감싼다. 아 바람 속으로 들어가 바람이 되고 스스로 꽃이 되는 운율이 역동의 기운으로 번진다. 빼곡했던 은하가 자리를 비워준 새벽녘하늘. 저 허(虛)의 공간으로 새 한 마리 높이 날아가누나! “고요함, 그것을 경배하라. 그는 그것으로 와서, 그것으로 돌아갈지니, 그 속에서 숨을 쉬고 있으므로.2)” ◇가없는 빛살과 어둠의 행익 작업은 바탕을 단일하게 만들고 테이프로 완만한 선을 만드는 방법론을 구사한다. 한옥지붕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