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식

[전시장 IN] 통인화랑1974~2024‥한국현대미술변천과 흐름 50년 [‘통인 백년의 고독’展,박서보,이태현 작가,김종학,강경구,권여현 작가,이태현 화백,화가 이태현,이태현 미술가,이동엽 작가,서용선 작가,송광익 작가,화가 송광익,송광익 화백]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4. 10. 10. 19:37

(정면 벽좌우, 오른쪽 벽 붉은 작품과 그 옆)박서보=Ecriture(묘법). 사진=권동철.

 

‘TONG-IN 100 YEARS OF SOLITUDE’展, 2부=9월27~10월27일, 1부=8월7~9월25일

 

한국고미술, 현대미술, 현대공예가 공존하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올해 100주년을 맞이한 ‘통인가게’가 ‘TONG-IN 100 YEARS OF SOLITUDE:통인 백년의 고독’전시를 기획, 단일 화랑으로서 매우 의미 있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 전시는 서울인사동에서 ‘통인화랑’이 출범한 1974년부터 2024년까지, 50년 세월동안 초대전을 가졌던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통인의 시각을 담은 한국현대미술변천과 흐름을 세 개 층에서 관람 할 수 있다.

 

▷5층은 1970~80년대 한국단색화 등 미니멀리즘 작품 ▷3층은 1980~90년대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등을 수상하고 통인화랑에서 거의 동시에 전시했던 작가 ▷지하1층은 1990~현재까지 스토리가 연결되는 작품위주로 선별하였다. 현재 전시2부가 9월27~10월27일까지 성황리 전시 중이며 1부는 지난 8월7~9월25일까지 진행됐다.

 

박서보=‘朴栖甫, 또는 念의 式에 관하여-1974년 동경에서 이우환(李禹煥) 글 중’

“붓이나 연필의 움직임은 캔바스의 탄력성과 손끝에 집중된 감각으로 하여 한층 더 흥분되기 마련이려니와. 이렇게 발랐다 긁었다 하는 되풀이의 행위가 리드미컬한 메카니즘의 궤도에 올랐을 때, 은연중에 손은 멈추게 되고 작품은 그때부터 정지된 상태에서 영원히 반복의 구조를 드러내면서 자동화하는 것이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이동엽=Interspace-Musing. 김기린=안과 밖. 김구림=음양. 박서보=Ecriture(묘법). 사진제공=통인화랑.

 

김기린 작가는 단색화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작품은 가장 한국적인 정신을 반영한다. 회화를 화면 위에 그려진 시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며, 단색조 화면 너머의 독창성을 주목하도록 만든다. 표면과 점을 같은 색채로 표현해 그림 전부를 단색조로 구성하여 촉각적 차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김구림 작가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하였다. 한국의 전위예술1세대이자 한국

실험미술선구자이다. 초기부터 실험과 부정정신으로 부단히 자신의 작업을 해체함으로써 자신과 예술에 대한 근본적 질의를 지속해왔다.

 

이동엽 작가는 한국단색화대표주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극도로 절제된 화면 묘사를 통해 동양적 감수성과 우주의 조화로움을 표현하여 무수하고 다양한 사색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이태현=SPACE. 사진=권동철.

 

이태현 작가는 홍익대 미대 학부시절에 수화 김환기 예술세계로부터 점과 선, 획의 절묘한 운용 및 한국적 정서와 신비로운 함축미를 그리고 이경 조요한의 예술철학으로부터 한국인의 미의식과 미적 정서의 저변에 자리 잡고 있는 균제(symmetry)와 비균제(asymmetry) 사이의 적절한 긴장과 조화를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김기린=안과 밖. 박서보=Ecriture(묘법). 김구림=삽(석판화). 김구림=음양. 황성준=Pause. (아래 왼쪽부터)김구림=Still Life. 송광익=지물(紙物). 사진=권동철.

 

송광익 작가의 노동과 공들임이 누적되는 작업방식은 순수한 미학적 태도로 보이지만 제작 과정에 스며든 수많은 내러티브와 짙은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것이다. 종이조형작업이 엄청난 파토스의 힘과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왼쪽 벽)정복수=심판. (정면)권여현=The pond of veiled Ophelia. (오른쪽 위 왼쪽부터)김종학=설악일경. 김종학=설악산 풍경. 김명희=마지막 학기. 사진=권동철.

 

김종학 작가는 2011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조선일보사의 제23회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하였다. 자연을 객관적인 대상으로서만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작품 속 사물들은 마치 숨 쉬고 있는 듯 강한 생동감을 지니고 있다.

 

김명희 작가 작품엔 잃어버린 시간과 공간에 대한 ‘자리 매김’과 ‘뿌리 내림’을 통찰하는 작가의 예술적 사색과 고뇌가 내재되어 있다. 김명희의 다름은 다분히 빛에서 기인한다. 그의 그림에서 표정이 예사롭지 않게 흥건한 또 하나의 연유다.

 

권여현 작가는 제9회 한국평론가협회 수상 작가이다.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방법은 패러디이자 패스티시(pastiche)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 혼성 모방은 아무렇게나 긁어모았지만 분열된 자아란 특이성(idiosyncrasy)에 근거를 둔 일종의 백일몽, 환영, 환상, 악몽, 가위눌림이다. 핵심 개념으로 그는 통합구문(syntagm)과 혼성(hybridity)을 합성한 ‘신탬브리드’란 신조어를 제시하고 있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강경구=뜻 없는 생각. 서용선=도시. 공성훈=촛불소년-폭포. 정복수=심판. 사진제공=통인화랑.

 

정복수 작가는 조선일보사의 제31회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작품에는 두 가지의 상반된 정서가 지배하고 있다. 철저한 자기 소외와 자기애 나아가 휴머니즘의 고양된 감정이다. 그는 인간의 본능에 대한 집요한 질문과 그것의 수용과 부정을 통해 인간의 참모습을 발견하고자 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공성훈=파도. 권기동=After Hopper Sunday Morning. 사진=권동철.

 

공성훈 작가 작품에 반영된 현실성 즉 리얼리티는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메타-모방(Meta-Mimesis)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예술이라는 ‘인공’으로 인공적인 현대사회와 풍경을 비판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왼쪽부터)김정수=잔설. 서용선=도시. 서용선=송씨 부인. 사진=권동철.

 

서용선 작가는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조선일보사의 제26회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인물, 풍경, 역사, 전쟁 신화 등 다양한 소재와 내용을 바탕으로 하지만 역사의 흐름 속에서 왜곡되고 소외된 약자의 시선을 반영하고, 팽창하는 도시의 공간적 압박감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한 내면을 투영하고 있다.

 

(오른쪽 위 왼쪽부터)고진한=곡선적인-그림. 양성훈=Memory9. (오른쪽 아래 왼쪽부터)민경숙=주머니-사과. 강경구=뜻 없는 생각. 김성호=volume tower-cover. 사진=권동철.

 

고진한 작가 그림에는 과일이 등장한다. 멀리서 보면 선명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림이 흐릿하다. 작가는 이처럼 명확하지 않은 이미지를 통해 세상의 불확실성을 나타낸다.

 

민경숙 작가는 일상적인 소재인 과일, 꽃, 인형, 장난감 등이 투명한 비닐 포장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오브제들이 표현되어지고 있다. 형상의 모방을 넘어 눈에 본질까지 수용하는 격상된 오브제의 재현을 보여주고 있다.

 

(왼쪽 위)이화자=남이섬의 가을.(오른쪽 위아래)김성호=남도기행, 유월. (왼쪽아래 왼쪽부터)임만혁 작. 강경구=인왕별곡-수성. 사진=권동철.

 

이화자 작가는 천경자, 박생광의 제자로 한국화단에서 채색화의 명맥을 이어나가는 대표 작가이다. 우리들에게 친숙한 전통적인 소재를 전통적인 기법으로 화면에 재현시키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시대감각에 맞는 작가의 신축성 있는 개연성을 느끼게 하고 있다.

 

강경구 작가는 조선일보사의 제12회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하였다. 자기의 삶, 자기의 얼굴, 자기의 궤적을 그는 그림을 통해 조화롭게 묘사한다.

 

(왼쪽 위 왼쪽부터)진민욱=Stroll and see191139. 김광문=책걸이풍경. 박영길=Wind-roa. (오른쪽 왼편)김덕기=백야(푸른 들로 가는 길). (오른쪽)이철규=독도무진도. 사진=권동철.

 

김성호 작가 작품은 화려하고 눈이 부실정도로 장식적이다. 특히 조선시대 책가도의 일부 또는 민화의 부분이 책과 같은 비중으로 화면에 자리하면서 책가도와 민화의 일부를 묘사하는 것으로, 회화의 기본적인 원칙을 사용하지 않고도 그림을 그림이게 하는 방식의 회화는 배우 독창적이면서 새롭다.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한 이계선 통인화랑 관장. 사진=권동철.

 

한편 이계선 통인화랑 관장은 이번 전시의미를 이렇게 부여했다. “통인화랑(1974~2024)은 지난 반세기의 역사 속에서 역량 있는 작가들과 함께 호흡한 현대 미술의 변천과 흐름을 담은 ‘통인백년의 고독(TONG-IN 100 YEARS OF SOLITUDE)’전시를 기획하였다. 지난 50년 동안 초대전시를 묵묵히 실행해 왔으며, 한국 미술의 정체성의 확립과 한국 화단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 애정 어린 시선이 담긴 전시로 보아주기를 소망한다.”

 

[참고문헌=통인미술(TONG-IN ARTS), 2024 가을, 통인 100주년 특집호]

 

[글=권동철, 10월9일 2024, 인사이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