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많은 우주들 중에는 생명체에게 가장 적합한 우주가 반드시 존재하며, 우리가 바로 그곳에서 살고 있다.‥그러나 지구의 궤도는 완벽한 원이 아니다. 즉, 가장 이상적인 궤적에 약간의 무작위성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다.‥또한 이것은 우주가 우연한 사건에 의해 무작위로 탄생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1)” 화면의 이미지는 자유로이 움직이고, 호흡하고, 세포의 유사분열(有絲分裂)같은 어떤 상징성의 기운을 내비친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새벽안개 속 꿈틀거리는 듯 생명체, 동굴 속 발광하는 희고 푸른 무엇, 혹은 해안선을 따라 증식하는 어떤 기하(幾何)의 무늬너머에 장엄한 우주의 역사를 읽어가는 커다란 울림이 들려오는 듯하다. 류영신 작가가 2015년 발표했던 ‘Forest-Black Hole(숲–블랙홀)’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