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INSIGHT FINE ART]서양화가 김태영,김태영 미술가,니체극장,風のように(바람처럼),필립 글래스,Philip Glass,작품 ‘Etude no.2’,여류중견화가 김태영,Kim Tae Young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2. 8. 17. 17:06

사랑이야기-오로라, 55×46㎝ Mixed media, 2022

 

라이트블루 말간하늘 가늘게 떨리는 꽃잎

 

“삶을 사랑하는 내게도 나비와 비눗방울이, 그리고 나비와 비눗방울과 같은 자들이 행복에 관하여 그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들 경쾌하고 어리숙하며 사랑스럽고 발랄한 작은 영혼들이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날아다니는 것을 보노라면 차라투스트라는 눈물을 흘리며 노래 부르면 된다.<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1부 일기와 쓰기에 대하여/니체극장, 고명섭 지음, 김영사 刊>”

 

그날은 잠깐씩 개이다 다시 소나기 쏟아질 듯 잔뜩 찌푸리기도 하고 실재로 간간히 가는 비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분주하게 했다. 라이트블루(light blue) 말갛게 높은 하늘의 뭉게구름이 몇 번의 열병을 바람으로 잠재우고 평온의 날들을 선사했다.

 

회화나무 부러질 듯 휘어진 가지엔 하얀 쌀밥처럼 소복하게 피어난 황백색 꽃들이 상처를 어루만지듯 소낙비 같이 대지에 낙하(落下)했다. 잡힐 듯 아른거리는 바람의 자취. 성큼 어떤 이별이 온 듯, 훅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가슴으로 들어와 버리던 날. 일본뉴에이지그룹 ‘S.E.N.S.’のように(바람처럼)’선율이 가슴 속에서 출렁 거렸다.

 

 

꿈속의 사랑, 55×38㎝, 2022

 

 

광활한 초원을 달리는 야생마(野生馬) 갈기처럼 흰 구름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끝이 날카롭고 우아한 띠를 형성하며 지나갔다. 노란 하늘말나리 꽃들은 키 큰 몸짓을 흔들며 산책자를 멈추게 했다. 오늘하루 넉넉한 먹거리의 축복이었을까. 제 몸짓보다 몇 곱절이나 큰 넓은 잎사귀가 거칠게 흔들릴 만큼 새는, 가지를 박차고 창공을 가로질렀다.

 

초록정원은 너그럽게 펼쳐있고 오후의 햇살은 야생화 꽃들 위에 내려앉아 더욱 선명한 색깔을 부각시켰다. 미니멀리즘(Minimalism) 현대음악거장 필립 글래스(Philip Glass)작품 ‘Etude no.2’ 리듬이 미묘한 물결의 반복흐름처럼 서로를 위무하며 마음의 기억들을 쓰다듬었다.<김태영 작가 글 >”

 

 

우릴 찾아봐, 55×46㎝, 2021

 

◇밤바다, 다시 꽃이 되는 시간

저 먼 높은 곳, 성당종탑을 받치고 있는 성모상 너머 비 그친 뒤 흰 구름 지나간다. 새들은 꽃밭을 지나 풀숲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산봉우리 같은 지독한 슬픔이 암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가까이서 들렸다. 그 포말(泡沫)로 녹여낸 비애의 자국이 다시 끈적이는 물기로 파도에 휩쓸리며 내게서 멀어진다.

 

검은 밤. 바다는 저 먼 희미하고도 아득한 수평선을 종종 보여주곤 한다. 소리 없이 출렁이는 물살. 눈 덮인 겨울 산협(山峽) 짐승의 울음 같은 저 심연(深淵)에서 끌어올려진 물의 소리가 밤이면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물과 물이 부딪히면 그 아우성 같은 탄성은 어두운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런 때 강물을 따라 마침내 바다에 이른 꽃잎들이 일제히 하나로 모여들었다. 형형색색의 거대한 꽃 한 송이. 물 위를 떠오르는 저 불꽃같이 찬란한.

 

=권동철, 822022. 인사이트코리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