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은 현상학자들이 말하듯 세상에 있음이다. 나는 감각 속에서 되고 동시에 무엇인가가 감각 속에서 일어난다. 하나가 다른 것에 의하여, 하나가 다른 것 속에서 일어난다. 결국은 동일한 신체가 감각을 주고 다시 그 감각을 받는다. 이 신체는 동시에 대상이고 주체이다.1)” 화면은 어떤 찰나가 포착된 스틸 컷 같은 동시간성의 이미지다. 실제의 형체는 즉각적으로 인지하여 경험적인 정서로 안내하지만 그 아래지점에서 생성되는 간극, 바로 찢겨진 공간에 눈길이 꽂힌다. 미증유(未曾有)의 꽃봉오리, 부조리의 흔적이 갈피에 말려진 듯 그곳은 완전히 열려있거나 그렇다고 닫힌 것도 아니다. 주류(主流)도 아니며 정형화된 법칙도 없는 다분히 촉각적 느낌의 기호, 물방울을 투과한 오묘한 빛살, 때마침 그곳을 지나가다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