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김기태
서울 영하의 강추위가 최고 절정이던 휴일 날, 영등포구 양평역 인근 오래 된 붉은 벽돌 공장 건물의 작가 작업실을 찾았다. 얼음들이 마당 바닥에 매끄러운 양초마냥 반들거려 겨우 2층으로 오를 수 있었는데 뜻밖에도 화실은 햇볕이 들어 따스했다. 꽤 넓은 암실이 있었고 작업 중인 작품들이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작품은 그려진 풍경이 아니라 흑백사진을 활용한 것이다. 사진은‘과거를 재현하고 있는 현재’라는 측면에서 그 자체로 초현실적이며 그러한 사진적인 존재론을 회화에 차용하고 있다. 여기저기 다니며 찍은 이미지를 암실에서 현상하고 캔버스에 인화 후 아크릴릭(acrylic)과 유화로 한 겹 한 겹 여러 번 덧칠로 마무리하는데 작업 자체가 상당히 손이 많이 간다.
작가는 “카메라를 메고 그때그때 가는 장소의 냄새와 분위기 등에서 영감을 얻는다”며 뉴욕에서 얻은 성과 중“ 이전에 내가 그토록 찾던, 표현하고 팠던 것들과 사진의 성격과의 유사성을 발견했다는 것”을 꼽았다. 작품 감상 포인트를 묻자“따뜻함과 쓸쓸함, 아름다움과 슬픔, 부드러움과 차가움 또는 날카로움, 포근함과 외로움, 익숙함과 낯선 이 모든 감정이 동시에 작용하는 풍경과 감흥을 느꼈으면 하며 부유하는 듯한 아우라는 곧 우리들의 초상”이라고 말했다.
왜 자신의 작품 주제어를 ‘Unknown Artist’(작가미상)라고 하느냐고 물었더니 “우연히 발견되는 오래 된 민화에서 사람들은 의도나 작업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유추를 하듯 담담하게 나의 작품도 그렇게 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덧붙였다.
김기태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회화전공 졸업하고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대학을 졸업했다. MBC미술대전 대상과 파멜라 조셉 예술상(Henry Schein, Inc.뉴욕) 등을 수상했고 The Respectable lightness of the Being(Hill wood S.A.L 갤러리, 뉴욕)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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