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발자취(年代記)

〔나의그림 나의생애|화가 조향숙,③ 2000~2009년〕자연의 성숙과 섭리(JO HYANG SUK,趙香淑,조향숙,조향숙 작가,심우도,尋牛圖,심체(心體)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7. 15. 16:42

 

 심우(尋牛), 종이 위에 실크스크린, 90×60, 2008. 현실 밖의 세계와 현실에 반쯤 걸쳐있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관망하는 모습의 여인. 필자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예술적 삶을 추구하지만 현실 속 많은 장애물을 가진 예술가의 정체성이 내재되어 있다.

 

 

 

 

누구나 꽃의 시기를 그리워하고 꿈을 꾼다. 여자가 붓을 들고 꽃이 배경이 되어있는 작품은 가장 절정의 순간으로 식물도 사람도 꽃에 비한다면 청춘의 아름다운 시기이다. 식물의 성숙기를 들여다보면 소멸의 시기를 준비한다. 가장 아름다운 때 그것을 대비하는 자연의 성숙과 섭리에 감탄하게 된다.

 

 

일심 한 길로 가고 싶어 하는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심우(尋牛)는 나의 본성(本性)을 찾아가는 시간여행이다. 내가 산속에서 자아를 찾았다고 해서 그 산 속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그것을 가지고 다음 갈 길을 찾아가는 수행인 것이다.

 

필자가 처음에 목판 심우도(尋牛圖)를 제작했던 시기는 1997년 무렵이었다. 옷을 벗은 여자는 가장 순수하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맨몸으로 부딪히고 있는데 나의 심우는 동자(童子)들도 다 옷을 벗었다. 이것저것 생각하며 무엇을 걸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일심(一心)으로 한 길로 가고 싶어 하는 순수한 를 표현한 것이다.

 

이후 2008년 심우도 연작은 필자의 석사졸업 작품이기도 했다. 이전 작품과 동일한 주제를 선택했는데 그 주제를 잘 표현할 수 있다면 방법은 개의치 않았다. 재료를 바꿀 수도 있지만 주제는 일관되게 지금까지 해 왔다.

 

경계 그리고 인간적인 수행그림

심우도는 불교의 소재이면서 가장 인간적이면서 수행방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다. 작품에서 보면 여인은 어떤 틀 바깥에 있다. 바깥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라는 심체(心體)와 정신을 가지고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나를 객관적으로 찾는 동시에 보는 것이다. 안에서 밖으로 보는 것, 안에서 밖을 보는 경계이기도 하다.

 

필자는 어릴 때 소()에게 떠밀려 언덕으로 떨어진 기억이 있다. 일만하는 짐승으로 생각했던 나는 그 이후로 소가 굉장히 크고 극복할 수 없는 두려움의 존재로 부각됐다. 훗날 성장해서 다시 그 곳을 가보았는데 낮은 논두렁 같은 곳이었다.

 

나는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다. 자연 속에서 두렵지 않은데 이상하게도 인파속에서 조심스러워하게 된다. 이 심우도 작업 시기는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것을 찾은 시기이다. 개인적으로 어떤 면에서 인간관계의 두려움도 극복된 시기이기도 하다.

 

 

 

   

 심우도, 10점의 연작 중 9작품, 아크릴 위에 실크스크린, 각각 90×60, 2008. 동일한 이미지들이 표현 형식만 다르게 제작된 작품으로 한 판 한판 따로 찍어 책꽂이 형태의 액자로 구성되어 있다.

 

 

 

 

평상심 찾아가는 버림의 형상

현대사회는 너무 정보도 많고 이미지도 많다. ‘내 것도 아닌 것이 떠돌고 복잡하니까 보이지 않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찾을 길이 없다. 자아를 찾아가는 심우의 시간여행을 가져보길 권한다. 불안한, 불확실한 미래에의 자아에 대한 평상심을 찾아가는 길로서 심우의 철학을 한 번 되새겨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우에서 선택한 것은 버림이다. 심지어 그림에서는 형상(形像)마저 다 버렸다. 그랬더니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눈을 감아도 그 이미지가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비우려면 한 가지 생각을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심우도는 작가로서 내가 원하는, 참으로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 한 작품이기도 하다. ‘붓 한 자루 잡고 의지하고 살았는데 붓의 결실을 봐야 하지 않겠나라는 간절함에 배어있기도 하다.

 

 

 

 

 

출처=정리-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1224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