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발자취(年代記)

〔나의그림 나의생애|화가 조향숙,⑤ 2011~2013년〕석굴암, 석가십대제자(JO HYANG SUK,趙香淑,조향숙,조향숙 작가,토함산,십대제자상,불교적세계관)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7. 15. 21:17

 

석가십대제자, Woodcut 140×500, 2001. 이 작품은 석굴암의 십대제자가 모티프가 되고 있는 작품이다. 십대제자 연작은 긴 시간 속에서 인간 염원의 반복으로 동일한 형상과 주제를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기억이 비의도적 기억을 통해 되살아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여고시절 이야기이다. 경북 경주 친구네 집에 갔었는데 신선한 충격을 하나 안고 돌아왔었다. 바로 토함산(吐含山)의 석굴암(石窟庵)이었다. 당시엔 관람을 할 수 있었는데 가까이서 상세하게 들여다 본 것이 아니라 길게 줄지어 선 채로 한 바퀴 둘러보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러나 순수한 소녀의 눈엔 석굴암 부조(浮彫)의 온화함과 아름다움은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고 강한 인상으로 줄곧 나의 마음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나무와 작업의미의 긴밀한 교감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어느 날 우연히 석굴암 십대제자상(石窟庵 十大弟子像, 이하 십대제자상)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오랜 세월 묻어온 그리움처럼 그 때 불현 듯 이것을 작품으로 해야 겠다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던 것이다.

 

그러나 작업을 시작도 하기 전에 문제에 봉착했다. 목판(木版)이니 당연히 나무를 구해야 하는데 이 작품을 할 만한 크기의 나무를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생각 끝에 서울 성동구의 장안평 일대 목재소에 갔었는데 그곳에서도 못 구한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무를 잘라서 십대제자상 작품을 하려면 10판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큰 목판을 쉽게 구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 것은 무리였다. 결국 고민하고 생각한 끝에 그곳 목재소 주인에게 나무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구했고 결국 인천에서 수입목재가 들어올 때 한번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주문한지 몇 달 뒤에 작업에 필요한 나무를 구할 수 있었다.

 

그때 상당히 고가(高價)의 비용을 지불했다. 왜냐하면 작품에 필요한 나무를 확보하기위해 사지 않아야 할 나무들도 함께 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통나무를 다시 2년여 묵혀놓았다가 틀어지지 않게 건조했는데 그렇게 나무와 필자는 작업의미를 충분히 교감한 꽤나 긴 시간의 대화를 공유했던 것이다.

 

 

 

 

 

      

 

 

苦行精進의 바른 지침 배울 수 있기를

십대제자는 목판이다. 석굴암 본존불 뒤에 있는 십대제자상을 스케치 한 작품인데 사실은 이 작업을 할 때는 내가 십대제자가 된 기분으로 작업을 했다. 그런데 작업에 필요한 먹이 걱정이었다. 장지에다가 먹을 갈아서 썼는데 요즘은 갈아진 먹이 있으나 나는 직접 먹을 갈아서 내가 원하는 먹색이 나올 때까지 갈았다. 그렇게 갈아진 먹은 일정하고 결이 곱다.

 

그런데 직접 갈아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정진하는 마음으로 먹을 갈았지만 워낙 많은 량()의 먹이 필요했기 때문에 힘겨움이 없지 않았다. 그런 때면 두 아들이 열심히 엄마를 위해 협조해주었는데 아들과 먹을 갈며 작품과 예술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또 하나의 행복이었다.

 

이렇게 나의 작업여건에 맞게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최선을 다해서 목판작업을 시작한지 2년에 걸쳐 완성했다. 그러니까 나무가 오고 건조하고 작업하고 그리고 작품으로 완성이 되기까지 4년여 세월이 흘렀던 것이다. 나는 수도(修道)하는 마음으로, 평안한 마음으로 작업했다. 되돌아보면 이 십대제자상 작업할 때가 마음이 편안하게 가라앉았던 시기였다.

 

십대제자상은 3000년 불교 발자취의 부처님 메시지가 다 들어있다. 고행정진(苦行精進)의 십대제자는 왜곡하지 않는 바른 지식, 삶의 지혜를 전달한다. 왜곡이 많은 세상이다. 바른 지침을 십대제자상에서 배울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현재화된 사유로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순수 기억이 의 현재시간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비의도적 기억을 통해 정체성이 시각화 되는 작품세계를 추구하는 화가 조향숙(Artist, Jo Hyang Sook).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판화전공(미술학 박사)했고 우리나라의 전통목판화가 가지고 있던 정신, 불교적 세계관을 종합된 사유로 계승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리-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1224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