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 32

서양화가 장현경‥순수의 기억 색동미학 여정[장현경 작가, Chang Hyun Kyung, 장현경 미술가]

순수의 기억 색동미학 여정 한국전통의 색동을 독자적 미의식으로 해석해 나가는 장현경 작가 ‘Living memories’시리즈는 삶의 동경과 희망에 대한 길상(吉祥)의 음양오행설을 기저로 하는 상징성을 드러낸다. “고궁의 단청과 명절 색동저고리의 추억 그리고 가족에 대한 기억은 내 작업의 근원”이라고 작가가 말한 것처럼 유년의 추억과 그리움을 풀어간다. 장현경 작가는 울릉도와 독도 등 전국의 자연을 탐방하면서 느낀 감흥, 겸재 정선(1676∼1759)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에서 영감을 얻은 ‘신인왕제색도’연작 등을 제작함으로써 시대를 뛰어넘는 숭엄한 시간의 역사에 작가의 직관을 융합해 펼쳐 보인다. 작업은 석고를 바르고 마대를 붙인 후 다시 석고를 바르고 찍는 방식으로 밀도를 높이는 등 서양화재료를 수묵..

전시 소식 2023.11.07

[1년 one year]사진작가 이현권‥“1년은 반복됩니다!”[사진가 이현권,이현권 작가]

1년 one year △글=사진작가 이현권 내가 서 있는 곳. 이곳 작업의 시작은 먼저 계획된 무엇인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반복된 나의 삶의 궤적 중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모여진 곳. 수년간 나는 같은 곳을 보고 있었지만 내가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곳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그냥 지나쳤지만 관심이 집중되었던 이 장소를 아무 계획 없이 사진을 찍기 시작한 순간도 내가 왜 이곳을 바라보는지, 내가 이곳에 나의 시선과 관심, 또는 모아지는 감정의 우물과 같은 이곳에 대해 몰랐습니다. 이곳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곳입니다. 옆에 고속도로, 위에 국도가 있어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시선들에 보아지지만 전혀 기억할 수 없는 장소, 즉 이곳은 어떻게 보면..

화가 윤종득‥선의 기운 자연의 위엄

“달을 기다리나니 매화는 학이런가. 오동을 의지하나니 사람도 봉황이네. 온 밤 내내 추위는 그치지 않아 집 둘레의 쌓인 눈 산봉우리 되었네. 待月梅何鶴. 依梧人亦鳳. 通宵寒不盡 遶屋雪爲峰.1)” 대숲서 발현한 대지의 혼이 국화 향을 애처로이 읊는다. 아득하고 느릿한 대금산조가 산울림을 유희하다 수묵안개를 만나는 청량한 설산(雪山)이다. 하얀 빛에 반사되는 선(線)의 운율이 능선을 감돌다 암벽과 골짜기에 쌓인 낙엽에 둥지를 튼다. 뭉쳐있던 눈꽃송이들이 수줍게 낙하하는 명암의 쌍폭포. 호랑이 한 마리가 벌컥벌컥 물을 마시며 허연 입김으로 파란(波瀾)을 내뿜는 겨울밤…. ◇홍몽, 절대공간의 변주 때 묻지 않은 상태의 내면 이른바 천지자연이 막 창조된 아직 어떤 명칭이 없는 원기(元氣)로서의 절대공간 카오스(c..

[인터뷰]화가 윤종득, “대립과 화합의 통섭을 표현하려 했다”[윤종득 작가,윤종득 화백]

“가장 압축된 조형의 형태를 통해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보고 느끼게 하려 노력했다. 작품의 바위와 무수히 작고 많은 공간들에서 관람자가 자신의 언어를 만나고 공감과 동화의 힐링이 되기를 소망한다.” 서울동대문구 소재, 전각준법(篆刻皴法)의 산하 윤종득 작업실을 찾았다. 작업은 병풍처럼 펼쳐진 배경과 굵은 선을 이용해서 하나의 뼈대를 구축한다. 그 속엔 한글자모음과 한자 등의 문자를 비롯한 인간과 자연의 형태가 녹아들어 삼라만상 어울림을 지향한다. 선(線)을 통해 경계를 지우고 대립과 화합을 통섭하는 동양학이 깊게 배어있는 것이다. 윤종득 화백은 “화면에 가까워질수록 희로애락이 내포되어 있다. 선의 변화를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과 자연의 형상들을 축약시켰다. 나의 성정과 잘 맞아떨어져 작업 내내 ..

[인터뷰]사진작가 이현권…“교차하는 마음의 흐름을 포착하려 했다.”[사진가 이현권]

“정신과 전공의 시절이던 2007~2009년 동안 1961년 개원한 국립정신병원(현, 국립정신보건센터)에서 촬영한 흑백사진이 ‘복원(Restoration)’연작이다. 지금은 현대적 건물이지만 당시엔 과거 정신과가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박물관’과 같았다. 그곳에서 일상은 종종 다른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는데 환자들도 병원과 도심 사이 경계의 공간에서 삶의 대부분을 지내셨다. 나와 환자 그리고 공간에 맴도는 여운의 흔적 등이 교차(交叉)하는 마음의 흐름을 포착하고 싶었다.” 한여름 빛살이 초록풀잎에 부드럽게 내려앉으며 강인한 생명력을 선사하는 오후의 명동성당에서 이현권 작가를 만났다. ‘복원’필름 절반정도가 손실되는 아픔을 겪었고 10여년이 흐른 뒤 아주 우연히 사진과 필름들을..

[INSIGHT FINE ART]사진작가 이현권‥고통과 희망 경계의 자국[사진가 이현권,이현권 작가]

“시대가 존재하는 것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시대는 흘러가면서 반드시 칼로 새긴 듯한 흔적을 남기고 어떤 시대는 뜬구름이 흘러가듯 평범하고 담담하게 별로 이상할 것 없이 지나가기도 한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것처럼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약간의 맛만 남길 뿐이다.1)” 강물에 닿을 듯 낮게 무리지어 맴도는 하루살이들이 오므려지다 펴지는 풍선처럼 허공을 자유롭게 유동했다. 햇빛사이 슬로 모션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명랑하게 튕겨 오르는, 번짐의 공간이 짓궂게 퍼져갔다. 미숙했던 ‘나’의 분신이 물 위에 어른거릴 때 암울했던 불안이 버림받은 채 당당히 흘러가는 물살위로 스러져갔다. 에릭 사티 ‘짐노페디(Gymnopedie No.1)’ 피아노 선율이 풋-의식으로 배회하는 가냘픈 영혼의 축축한 ..

[전시]사진작가 이현권 ‘한강_고요’개인전, 9월8~10월4일, 큐아트스페이스[이현권 작가,사진가 이현권,LEE HYUN KWON]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사진가 이현권 9번째 ‘한강_고요’개인전이 9월8일부터 10월4일까지 경기파주탄현 헤이리마을길, 큐아트스페이스(Q-art space)에서 열린다. 작가는 서울한강을 10년 넘게 찍어오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구도와 색감으로 현대의 한강을 예술적으로 재조명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번 한강 전시는 2021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했던 ‘한강 10년’개인전의 연장선에 있는 작업으로, 그간 찍었던 한강 작업 중 ‘고요’한 무게의 사진들을 한 자리에 모아 전시 공간에 펼친다. 이현권 작가가 선택한 ‘고요’는 단순한 풍경의 느낌이 아닌 그의 심리적 역동성 내에서의 고요함이 내포된 작품이다. 관객들은 이 작품들을 통해 객관적인 한강이 아닌 작가의 예술적 필터를 거친 한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작가..

전시 소식 2023.09.07

[후지츠카와 난학(藤塚と蘭學)]추사박물관 개관10주년기념 특별기획전, 6월3~8월6일 2023

근대학문으로서 동양학을 연구한 후지츠카 가문 19세기 초 동아시아에 끼친 추사 김정희(Kim Jeong-hui,秋史 金正喜,1786~1856) 학예의 대업연구에 일생을 바친 일본역사학자 후지츠카 지카시(Hujitsuka Chikashi,藤塚鄰,1879~1948) 가문의 자료중심인 ‘후지츠카와 난학(藤塚と蘭學)’전시가 오는 8월6일까지 과천시 ‘추사박물관 개관10주년기념 특별기획전’으로 성황리 전시 중이다. ‘난학’은 에도시대(江戸時代) 서양의학과 과학지식을 연구한 학문으로 후지츠카 가문은 그 영향을 받았다. 후지츠카 가문은 일본 동북 미야기현(宮城県) 시오가마시(塩竈市)에 있는 시오가마신사(塩釜神社)의 신관(神官)집안으로, 후지츠카 치카시에 이르러 12대째 계승되었다. △제1부 난학(蘭學)과 후지츠카 가..

전시 소식 2023.07.19

[후지츠카와 난학(藤塚と蘭學)]추사 김정희와 후지츠카 치카시, 민족과 시대를 초월한 숭고한 만남[Chusa(Wandang) Kim Jeong-hui,秋史(阮堂) 金正喜,Hujitsuka Chikashi,藤塚鄰]

“청·조선의 거대한 문화 교류를 일본의 학자가 천명(闡明)해 낸 것은 하늘의 오묘한 조화입니다.1)” 후지츠카 치카시(Hujitsuka Chikashi,藤塚鄰,1879~1948,이하 후지즈카)는 동경제대 중국철학과를 졸업했고 중국청조학계와 추사 김정희(Kim Jeong-hui,秋史 金正喜,1786~1856)의 학연을 추적하여 1936년 ‘조선에서 청 문화의 이입과 김완당’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청조고증학·경서(經書)문헌연구에 일생 전념한 인물이다. 후지츠카 아키나오(Hujitsuka Akinao,藤塚明直,1912~2006)는 부친이 경성제대 교수로 재직할 때 한국에 와 5년간 머물렀고 도쿄대학 중국철학과 졸업했다. 1942년 ‘황청경해(皇淸經解)의 편찬과 그 영향에 관한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

[인터뷰]사진작가 이현권‥“나는 한강서 변함없음과 변화를 동시에 느낀다.”[이현권 사진가,이현권 작가]

“나는 한강서 변함없음과 변화를 동시에 느낀다.” 최근 ‘2010-2020 서울, 한강을 걷다’ 10주년기념 사진작품집을 낸 이현권 작가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났다. 그는 강물에 녹아있는 삶과 죽음, 시대격랑과 상흔, 꿈과 사랑, 글로컬(Glocal)도시 서울의 젖줄, 21세기 하이브리드 한 융합흐름 속 용트림하는 저력 등 역사와 존재의 문화코드를 껴안은 시각문화로서의 한강에 주목해 왔다. 그렇게 순례자처럼 카메라를 메고 10년 세월을 한강에 발품 팔았다. -10년의 ‘한강’작업느낌을 정리해 주시지요. 객관적인 변화도 분명 있습니다. 건축되고 있었던 건물은 어느새 자리를 잡고, 한강 공원도 10년의 시간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인 한강의 모습은 여전합니다. 오히려 현장에 서면 변화의 중심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