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 119

서양화가 고영훈‥정적에 떠오르는 저 허공의 불가해[제주출신화가 고영훈,高榮勳,Ko Young Hoon Painter,고영훈 작가,고영훈 화백,달항아리,극사실화가 고영훈,제42회 베니스비엔날레]

“만약 세계가 진실로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한 덩어리의 모습(一合相)일 것인데….1)” 저 무량한 우주질서를 끌어안은 허공중 극사실화 ‘몽중호(夢中壺)’가 떠 있다. 무문(無紋)이 빚는 넉넉한 젖빛양감 둥그스름한 선이 천연스러움으로 방실거린다. 겹겹 인연법의 얼룩이 아렴풋한, 미묘하게 어긋나 있는 모순의 밸런스. 그 결속의 호흡에 흐르는 오오 시간의 무게여!    ◇한국인의 마음 그 존재론적 시각문화화면은 가장 한국적 조형미를 꽃 피웠던 조선후기 ‘백자 달항아리(白瓷壺)’가 작업의 모티브이다. 마치 하나의 장면처럼 저 광대무변에 띄워 다의적 해설의 맛을 열어놓아 장자의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새 붕(鵬)이로 변하여 남쪽바다 천지(天池)로 날아간다는 기막힌 스토리와 오버랩 된다.  “붕이 남쪽바다로 움직여..

[인터뷰]서양화가 고영훈‥“이상향 찾아가는 완전한 자아 만나게 되길”[제주출신화가 고영훈,高榮勳,Ko Young Hoon Painter,극사실화가 고영훈,고영훈 작가,고영훈 화백]

“내 그림에서 이상향을 찾아가는 완전한 자아 만나게 되길” “나는 이 세상이란 무엇이며 궁극적으로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존재에 관한 사유를 그림으로 표출하는 예술철학을 하는 화가이다. 방법적으로 구체적인 상(象)을 가지고 추상을 하며 그것들을 일루전(Illusion)을 가지고 제작한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른 후 도착한 곳은 서울종로구 산꼭대기 동네 고영훈 작가 화실이었다. 세 그루 소나무가 서로의 영역을 배려하며 가지를 뻗고 있는 정원에 서서 바라본 해맑게 푸르른 초가을 하늘이 정말 손에 잡힐 듯 했다.  고영훈 작가는 이일 미술비평가가 커미셔너로 첫 물꼬를 튼 1986년 제42회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대표작가로 출품 참여했고 한국현대미술이 세계로 뻗어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기에 방점을 찍은 ..

[권동철의 화가탐방]목판화 특유의 단순명료한 칼날 ‘자국’[Thoughts on the woodcut of Jo Hyang Sook,임영길 평론②,화가 조향숙,조향숙 작가,Yim Young Kil]

목판화 특유의 단순명료한 칼날 ‘자국’ 한국현대판화는 1950년경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고판화 기술이 발달되었기 때문에 근대판화 이래로 단절되었던 현대판화를 순조롭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한국의 현대판화는 몇 가지 갈래로 전개되었는데, 초기에 일본의 창작판화를 수학한 최영림과 같은 작가들에 의해서 받아들인 것과 조금 더 늦은 시기에는 자생적으로 생겨난 모더니즘 계열의 작가들이 서구에서 수학한 작가들과 함께 활동한 것이 있다,  주로 회화작품을 병행한 이들은 판화를 복수성보다는 표현 기법적인 측면으로 인식한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1970년대 후반에는 중국의 신흥목판화운동에서 영향을 받은 민중판화가 있는데 이들은 판화가 가진 표현상의 특성과 복수성을 적극 활용해 대중과 소통하..

[권동철의 화가탐방]박석원 조각가‥한국아방가르드협회(A.G)주최 ‘제1회 서울비엔나레’ 1973년[朴石元,South Korea Sculptor Park Suk Won,박석원 작가,최명영,김태호,하종현,서승원,홍용선.

“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는 전위작가가 모인 그룹이다. 창립 때부터 국제화에 대한 갈망이 많았다. 1973년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에서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주최 제1회 서울비엔나레가 개최되었다. 이때는 국내작가들을 추대해서 전시 개최했고 차기행사부터 대규모 국제행사로 발전시킨다는 전제하에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한번으로 끝난 것은 우리미술문화발전을 위해서는 불행한 일이라 생각이 들고 아쉬움이 남는다. 당시 젊은 작가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었고 가능성을 통해서 이상향을 꿈꾸었던 좋은 계기가 되지 않았나한다. 한 번의 전시로 끝났지만 그러나 많이 전파가 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여긴다.  [박석원 작가의 말, 고양 도내동 박석원 작업실에서, 대담=권동철, 2024.9] ”

[권동철의 화가탐방]바렌과 전통방식[Thoughts on the woodcut of Jo Hyang Sook,임영길 평론①,화가 조향숙,조향숙 작가,Jo Hyang Sook Painter]

우리나라는 일찍이 삼국시대부터 목판을 이용한 인쇄술이 발달하였다. 고려시대에는 대장경을 출간하였으며, 조선시대에도 국가 차원에서 목판을 이용한 출간사업을 하였다. 예조에 속한 교서관과 주자소가 있어서 목판을 새기는 일(각자장), 찍는 일(인출장), 책을 묶는 일(줄장)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조향숙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판각과 인출(hand printing)을 하는 몇 안 되는 현대의 목판화 작가다. 준비한 먹이나 채색물감을 먹 솔로 판재에 적당량 칠하고 고르게 편 후, 먹을 잘 찍기 위해 닥풀을 먹여 잘 다듬은 순지를 먹을 올린 판재에 놓고, 작가가 직접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제작한 ‘인체(밀대)’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고유의 바렌으로 문질러 인출 한다.(조향숙, 도판01.1. 인체, 도판01.2. ..

[권동철의 화가탐방]박석원 조각가‥한국현대조각회 창립전 1969년[朴石元, South Korea Sculptor Park Suk Won,박석원 작가,박종배,최기원,김찬식,이승택.이도영,박서보]

“ 1969년에 한국현대조각회가 창립이 되었는데 홍익대 출신 대표작가로 구성이 되었다. 현대조각의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기 위해서 그룹을 만들었다. 당시 홍익대 쪽에서는 마땅히 진취적 조각그룹이 없던 때 새로운 미술운동을 통해서 조각문화를 발전시킨다는 취지하에 발족된 조각그룹이었다. 처음엔 박종배, 최기원, 김찬식, 이승택, 박석원 다섯 명이 출발했다. 학교에서 자주 만났고 현대조각에 대한 공동체의 필요성에 대해 거의 다 공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 졌다. 누가 제안을 했다기보다는 묵시적으로 그런 마음을 갖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출발했다. 생각해보면 답답한 현실에서 탈출구를 찾는 뭔가 새로움을 찾아가는 몸부림이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박석원 작가의 말, 고양 도내동 박석원 작업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