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일찍이 삼국시대부터 목판을 이용한 인쇄술이 발달하였다. 고려시대에는 대장경을 출간하였으며, 조선시대에도 국가 차원에서 목판을 이용한 출간사업을 하였다. 예조에 속한 교서관과 주자소가 있어서 목판을 새기는 일(각자장), 찍는 일(인출장), 책을 묶는 일(줄장)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조향숙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판각과 인출(hand printing)을 하는 몇 안 되는 현대의 목판화 작가다. 준비한 먹이나 채색물감을 먹 솔로 판재에 적당량 칠하고 고르게 편 후, 먹을 잘 찍기 위해 닥풀을 먹여 잘 다듬은 순지를 먹을 올린 판재에 놓고, 작가가 직접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제작한 ‘인체(밀대)’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고유의 바렌으로 문질러 인출 한다.(조향숙, 도판01.1. 인체, 도판01.2. 인출하는 장면)
인체에는 밀랍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인출 할 때 종이와의 마찰을 줄여주고 먹이 번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목판화의 제작과정은 판화 자체의 예술적인 것에 더해 인내심과 고도의 숙련이 필요하다. 거의 10년에 걸쳐 집요하게 판각하고, 최근에 집중적으로 인출한 것들을 모아 전시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행복한 기억들” 연작에서 우리 고유의 목판화기법의 정수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글·도판제공=임영길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 교수, 2020.12.
Writing and fig=Yim Young Kil, professor of printmaking College of Fine Arts Hongik University, 2020.12.
▲[한글평론 원제목]우리 전통의 정신과 형식에서 지속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행복한 기억들”연작–조향숙의 목판화에 대한 단상(斷想)들-
[English criticism title]The Series “To Find Lost Time-Happy memories”, Continued in the Spirit and the Form of Korean Tradition–Thoughts on the woodcut of Jo Hyang Sook-
▲자료출처= Jo Hyang Sook, To Find Lost Time-Happy memories(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행복한 기억), 2020. 12.2~7. 선 아트센터(SUN ART CENTER)개인전 도록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