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품을 말하다

화가 조향숙(JO HYANG SOOK)┃TO FIND LOST TIME-ANNAPURNA①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4. 8. 19. 15:55

 

  

 

 - 전문 -

이 글은 화가 조향숙 선생이 지난 44~14일까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HIMALAYA-ANNAPURNA)를 트래킹 하면서 스케치한 작품을 해설형식으로 곁들여 구술(口述)한 것을 정리했다. 작가는 직접 발로 현장을 걸어가며 얻은 영감과 생생한 체험적 산물을 화폭에 담고 있다. 연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TO FIND LOST TIME)’ 작품세계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점에서 울림이 깊다하겠다. <편집자 주>

 

                  天地間, 경건한 시간의 반추               

 

산등성이엔 종()을 엎은 것 같은 초가집 모양들이 옹기종기 있었다. 마치 도래미파~ 노래를 부르는 듯 앙증맞고 귀여웠는데 그 모양새가 볼수록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했다. 우리나라 원두막 같은 그곳을 가까이 가서 보니 그 속엔 긴 겨울을 나야하는 삶의 지혜가 쌓여 있었다. 정성 것 잘라 놓은 나무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겨울을 나기위한 장작용 나무집이었던 것이다. 지상에서 약간 떠 있게 만들어 통풍을 고려했고 실용과 미적 감각이 멋스러운 짚으로 꼭대기를 엮었으며 산기슭을 일구어 만든 밭에 햇빛이 지나가는 것을 감안한 위치에 세워놓은 듯 했다. 특히 이 지붕의 종모양이야말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심성과 단조로울 수 있는 삶의 형식에 위트를 가미한 정겨운 지혜가 스며있었다.

 

 

   

 

 

히말라야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집 인근 공간엔 작은 돌을 쌓아서 만든 기다란 석축(石築)같은 돌담들이 높게 쌓여 있었다. 그 아래로 난 길을 가면서 바라 본 풍경은 단순히 아름답다는 것 이상의 지난한 삶과 경건함이 깃들어 있음 가슴 깊이 일깨워졌다.

  

가파른 땅에서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이 돌담위에 나란히 앉아 있는 그곳 사람들의 모습은 주변자연과 너무나 자연스럽게 조화로워 보였다. 아낙들이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동안 노을과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마차푸차레(Machapuchare) 봉우리를 닮은 모자를 쓴 남정네들의 수다와 웃음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자연과 하나 되어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아련히 먼 옛날 정겹고 순수했던 존재를 눈앞에서 재회하고 있는 듯 한 감회를 순간 불러 일으켰다. 그 모습이 신선((神仙)처럼, 운무(雲霧)위에 노는 듯 하늘과 땅이 완전한 일체로 삶의 진정한 행복의 교감을 나누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바로 이들이 천상의 사람들이 아닐까?

 

 

   

 

 

히말라야로 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휴식과 안락을 제공하는 히말라야 롯지(Lodge)의 모서리 풍경이다. 시설은 불편하지만 그러나 숙식 등 산행에 꼭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는 곳이다. 막상 그곳을 들어가 보니 멀리서 막연히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깨끗했다.

 

음식을 주문을 했는데 메모하면서 의사를 확인하고 거래방식도 계산서를 발급하는 등 정확했다. 그리고 롯지에서 매너는 매우 인상적인 것이 있었다. 아침에 산행할 사람들을 위해 깨워주었는데 모닝 콜 대신 사람이 직접 와서 노크를 하고 아침 차()를 건네주었다. 그 작은 배려가 여행자에게 훈훈한 마음과 산행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생명의 경이로움 시간의 반추

경사 60~70도에 이를 정도로 깎아지른 경사지에 끝도 없이 펼쳐진 생명의 공간을 눈앞에서 목격하면서 필자는 차라리 엄숙함이 전해져 왔다. 삶은 어떠한 조건에서도 유지된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경이로움이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켰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한 뼘 정도 넓이만 있어도 농사를 짓기 위해서 끝없이 돌담을 쌓아 올려 개간했다. 그렇게 수 십 미터에 달할 정도로 긴 계단식 다랭이 천수답을 만들어 놓은 것을 바라보며 삶과 생명과 인간의 능력에 감탄하게 되었다.

 

어떤 악조건의 공간도 내 것으로 만들어 놓은 인간의 지혜와 도전의 생생한 현장이 펼쳐졌다. 감자, 양파, 양배추 같은 농산물을 재배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현대도시의 집 위에 집이 있는 아파트가 불현 듯 겹쳐 스쳐갔다. 그것은 아마도 삶의 진정성을 반추(反芻)하게 한 의식의 저변에 흐르는 연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TO FIND LOST TIME)’와 무관하지 않았기 때문 일 것이다. 필자에겐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 (2014818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