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 쉬는 생명의 존재
수줍게 꽃망울을 드러내는 캠퍼스엔 청춘의 활기찬 발걸음만큼이나 봄기운이 완연했다. 100~200호 대작(大作) 25점이 중심을 잡고 꽃 너머 피어오르는 생명의 경이로운 존재감의 향기가 대형전시공간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안영나 작가 ‘Flower No Flower-꽃이 피다!’개인전이 3월22일부터 4월1일까지 세종대학교 광개토관 ‘세종아트갤러리(Sejong Art Gallery)’에서 성황리 전시 중이다. 봄 정취의 전령인가. 홍매(紅梅)와 익명의 노랑, 블루칼라와 잔잔한 붓 터치의 하모니가 앙증스러운 해맑은 꽃 잎의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덕성여중시절부터 사군자 그리기에 심취했던 안영나 작가는 사실성이 가미된 꽃잎 이파리들을 골법용필(骨法用筆)의 유연한 붓놀림으로 그려내고 있다. 꽃과 새의 자리가 보드랍게 흔들리는 연못가 정경을 떠올리는 화폭은 살아 숨 쉬는 생명의 존재를 알린다.
삶이란 진정 뜨거움인가. 붉게 타오르며 만개한 열정의 꽃은 풍격(風格)과 정취의 생동감으로 관람시선을 단숨에 끌어당긴다.
100호 크기 네 점으로 춘하추동 폭포의 느낌을 표현한 화폭은 화가 안영나 특유의 힘찬 필력(筆力)이 응집된 골기(骨氣) 넘치는 빼어난 작품이다. 세 작품 중 맨 오른쪽 ‘겨울폭포’는 폭풍한설에 꽁꽁 얼어붙었지만 물의 속성을 간직한 육중한 산하(山河)의 물줄기가 맨 살처럼 드러나 웅장하고도 숭엄한 울림을 선사한다.
봄과 가을, 노랑과 블루 등 ‘꽃이 피다’의 단아하면서도 격렬한 꽃의 핌이 어떤 엄숙한 감성으로 밀려든다. 그런가 하면 화폭의 옅은 회색빛 화이트칼라와 핑크의 조합 그리고 점·선·면의 조화로움이 발돋움하는 봄날의 상큼함으로 배어나온다.
물위 연꽃들과 둥둥 떠 있는 어떤 존재들, 오리와 물 속 생명들…. 죽필(竹筆)로 그어내고, 번지고, 뿌리고, 긁는 등 자연의 본성표현을 자유로운 손맛으로 형상화했다. 한국화 진수(眞髓)의 맛을 전하는 화폭은 멀리서 보면 추상적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아기자기한 사물과 생명의 움직임을 만날 수 있다.
종이를 잘라내어 꽃 위에 앉은 새들의 형태를 흔적으로 표현해 냈다. 휘영청 달빛아래 꽃 그림자마저 교교(咬咬)하고 새가 앉았다 날아간 잔영(殘影)은 시공(時空)을 초월한 고결한 침묵의 흔적으로 밤안개처럼 밀려든다. 또 청색베이스로 핑크와 노랑 등 다채롭게 표현한 꽃의 화면은 바람과 물방울의 언어로 승화되고 있다.
△권동철=3월24일 2022. 인사이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