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나무에 못을 박는다면, 나무는 당신이 어디를 치느냐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그때 우리는 나무가 등방성(Isotrope)이 아니라고 말한다. 텍스트 역시 등방성이 아니다. 그 가두리며 틈새는 예측불허의 것이다.…구조적 분석(기호학) 역시 텍스트의 가장 미세한 저항이나 그 결의 불규칙한 모양을 인정해야 한다.1)” 화면은 고요하지만 내적으로 어떤 뉘앙스가 일렁인다. 심연으로 들어 온 한 줄기 빛살에 청록의 해초가 하늘거리듯 미묘한 컬러의 율동이 호흡의 시그널을 보내온다. 캔버스 위 3㎝이상 튀어나온 ‘날’은 두껍고 얇은, 희고 검은 등 색한지 겹침을 통해 구축된다. 작가는 여러 겹으로 두터운 물성을 만들고 다시 얇은 한지를 붙여 일정하게 솟아오른 군집형태를 만드는 노동에 집중한다.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