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발자취(年代記)

〔Kim Chung Sik〕 한국화가 김충식③|바다와 파도(김충식, 김충식 작가, 화가 김충식, 김충식 화백, 목선,포구,보은읍 누청리,金忠植, 정자,亭子)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6. 29. 14:14

 

십이월스무사흘날에 포구의 표정, 142×363한지에 수묵담채, 1998

 

 

 

필자는 충북 보은군 보은읍 누청리에서 자랐다. 나의 고향은 농촌이라 성장하면서 바다를 보면서 자라지는 못했다. 성장 환경과 너무나 멀리 있는 바다였었기에 동경심(憧憬心)이 컸다. 인천교육대학에 강의를 나가던 시절, 수업이 끝나면 소래포구에 많이 들렀다. 나는 시간만 나면 바다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漁夫와 배

목선(木船)이 많았다. 목선은 시간이 가면 시간이 흐른 흔적을 나타낸다. 거기에 탔던 어부들이 무슨 생각을 했으며 무슨 고기를 잡았을까 등을 떠올렸고 어촌(漁村) 사람들과 대화도 나눴다.

 

청춘처럼 활기로 빛나는 배와 닻에 둥실둥실 떠 있는 배. 외롭게 떠 있는 배. 만선(滿船)의 화려한 시절을 보내고 은퇴해서 다 부서져 정박해 있는 배. 그들이 모여 있는 항구(港口) 엔 생()을 마감하고 뒷전에 남아있는 배도 있다.

 

정박(碇泊)해 있는 배. 그들은 서로 오랜 인연처럼 끈으로 모여 있다.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한 시간의 즐거움 그리고 기다림 같은 것이 뱃머리에서 흔들거렸다.

 

그들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그런 배의 모습에서 인간 삶의 궤적과 다를 바 없는 배를 바라보곤 했었다. 배에 매료되어 정말로 많이 그리던 시절이었다.

 

 

 

 

 

    고가의 해질녘, 40×70

 

 

 

, 운율의 리듬

()은 감정이다. 배와 바다는 실제로 모양은 있지만 모두 선으로 표현했다. 팍팍한 선, 아주 부드러운 선, 풍요로운 선 등 선들의 조합이 배의 그림이다. 파도도 다 선으로 그렸다. 선은 속도와 그러한 것들의 감정을 나타낸다.

 

물론 필자의 감정을 나타내고자했기 때문에 내 감정의 집합체가 배이자 바다이며 파도였다. 율동과 흔적이 붓으로 하면 선이다. 그 선들은 이야기와 운율의 리듬을 내포(內包)하고 있다. 그 배들이 노래하는 선이 파도소리이자 물결인데 그것이 곧 조형언어인 것이다.

 

 

 

 

 

    소나기 오는 날의 풍경 47.5×124

 

 

 

십이월 스무사흘 날에 포구의 표정작품은 삼십 리()를 그린 것이다. 시각적으로는 한 번 에 볼 수 없는 거리의 여러 장면을 한 화면에 담은 것이다. 배들이 있는 곳 그 뒤는 배를 수리하고 정박한 곳이고 삼십 리 쯤 걸어 나가면 바다가 나온다.

 

이처럼 그림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음으로 보는 것도 시각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111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