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발자취(年代記)

〔Kim Chung Sik〕한국화가 김충식⑥|음과 양은 하나(김충식, 김충식 작가, 화가 김충식, 김충식 화백, 도척면,방도리,金忠植, 노자, 나비)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6. 29. 13:35

 

눈을 맞다, 360×140한지에 수묵담채, 2009

 

 

 

살아가는 동안 순간순간 감정과 생각 그리고 어떤 느낌의 이야기를 마음의 그릇에 담아 둔다. 그릇에 담긴 감정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주 오랫동안 머무르기도 하고 잠깐 스쳐가기도 한다.

 

잠시 머물다 간 소중했던 감정들도 시간이 지나면 퇴색되고 그 의미가 희미해지기도 한다. 고마움, 감사함, 좋아하는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둔다.

      

여백은 흰색만이 아니다. 먹색도 여백이 되는 것이다. 그린 것과 그리지 않은 것의 차이일 뿐이다. 바로 흑()과 백() 배경이 그러한데 주인이 따로 없는 것이다. 결국 음()과 양()은 하나인 것이다.

 

 

 

 

 

    시와 눈이 있는 마을에서의 만남, 70×93, 2006

 

 

 

눈 덮인 볏짚의 희망과 미래

마을 앞 논에는 농사지어 알곡은 거두어들이고 쌓아놓은 볏 집 위에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다. 자연에 순응하고 살아가는 농부의 마지막 흔적위에 내년의 풍년을 기약하는 듯이 따뜻한 눈이 덮어주었다.

      

나는 겨울의 눈과 습한 기후의 무드가 있는 분위기를 사랑한다. 매년 반복되는 화실 앞 논의 짚가리를 아끼고 사랑한다. 농부의 한해 결과의 모습으로 쌓인 모습은 또 다른 자연스러운 조형물이다. 무서운 강풍과 추위를 막아주는 흰 눈의 모습들은 우리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볏짚은 현재의 를 말하는 것이다. 주변 환경을 등장시킨 것이다. 전체가 아니라 드러나 보이는 것은 눈이 녹으면서 보이는 시간을 말한다. 드러남은 희망, 그 속의 아름다움은 미래일 수 도 있다. 나는 그것을 아름다움이라고 하는 것의 오묘한 자연의 진리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섣달의 외출, 48×48, 2006

 

 

 

아버지 모습, 기억의 일깨움

눈 쌓인 정자(亭子)에 앉아 많은 생각을 뒤돌아보는 정경은 내 모습이기도 하며 또 다른 사람들의 그것이다. 따뜻하며 아름답고 포근하며 누구도 용서하겠다며 덮어주는 눈을 가슴으로 끌어온다.

      

가까이서 보아야 보이는 쑥부쟁이는 자연과의 조화를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농부의 모습과 흡사하며 마치 내 아버지의 모습으로 보인다. 그래서 더욱 사랑하고 아끼며 가슴에 오래오래 담아 화면위로 옮겨 본다.

 

 

 

 

 

    나비로 거닐다, 360×140, 2009

 

 

 

눈이 내린다. 소리 없이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의 흔적을 하얗게 감싸 안아간다. 눈은 내 가슴 구석에 남아 있던 따스한 기억을 깨우고 살아 움직이게 한다. 그것은 겨울의 축제이며 환희이고 만남이다.

     

논바닥에서 발견하고 만끽한 하얀 눈의 포근함을 화선지위로 하얗게 끌어 올리고 있는 나는 축제의 주인공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 가슴속에 내재되어 있는 부드러움과 포근함이라는 감성을 시각화시키려 했다. 그 포근하고 부드러우며 낭만적인 나의 작품 설경 속에서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의 자아(自我)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111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