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하고 가지런하고 건강하고 둥근 것은 필(筆)의 네 가지 덕이다.1)” 여명의 시각. 전시장에 들어서자 쉰 새벽 깨우는 범종(梵鐘)의 울림이 묘한 긴장감으로 다가와 공명되었다. 연극의 1막(幕)이 오르며 서서히 밝아오듯, 높은 천장에서 비춰지는 옅은 불빛아래 승전을 알리는 혹은 만장(輓章)이 바람의 소리에, 펄럭였다. 천위로 그어진 먹빛, 천진한 유희의 자국에 종소리가 박히고 하나 둘 기억의 파편들이 모래알처럼 쌓이며 어떤 기호학으로 드러났다. 이윽고 단비 내린다. 모래밭에 새겨지는 발자국으로 마음의 심층이 물처럼 배어나오고 심호흡의 맥박에 또렷해지는 저 획(劃)의 기운 속으로 오색찬란한 새 아침이 열리고 있었다. ◇기운생동의 음양에너지선(線)의 행로를 따라가다 노란수선화 만발한 낙원에서 서법(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