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정혜연
서양화가 정혜연 작가는 “나는 물감냄새가 좋습니다. 스스로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 한 번 앉으면 4~5시간이 훌쩍 지난다”고 했다. 그리고 “그림이 잘 되면 흥분되고 학창시절 존경하던 선생님이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침이 꿀떡꿀떡 넘어 간다’라고 하셨는데 저도 ‘종종 밥 먹을 시간도 놓친다”며 웃었다.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에 소재한 정혜연 화가의 작업실은 조그맣지만 찬찬히 둘러보면 요모조모 있을 건 다 있는 알찬 화실이었다. 손수 내려 받은 커피향이 일품이었다. 꽃, 숲, 호수, 새, 나무 그리고 인간. 크게 생각하면 세상 모두는 자연 속에 있다는 그녀는 우리 산하의 맨드라미, 연꽃, 국화 등 동양적인 소재를 찾고 그린다.
정결스럽게 느껴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모자이크 작업과 생기발랄한 기운’으로 함축했다. “특징은 모자이크 작업입니다. 작은 조각이 모여 커다란 형상을 만들죠. 작은 조각일지라도 만약 그 자리에 없으면 곧 이상합니다. 그렇게 존재 의미는 강렬합니다.
그것은 공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모름지기 자기만의 언어로 빛나는 것의 아름다움인데 변화무쌍한 환경의 극복과 오랜 시간 응축된 생명의 경이로움”이라고 말했다.
Nature, 72.7×72.7㎝ Oil on canvas, 2013
모자이크는 작가가 세필로 하나하나 그려 완성한다. 유화(油畵)이기 때문에 같은 면 같은 줄이라도 몇 번 반복을 해야 표현하고자 하는 꽃의 깊이와 시각적 맛을 그려낼 수 있다. “완전한 노동력을 요구합니다. 한번 말리고 두 번 말리고 세 번 말리고….
그렇게 작업은 계속 이어집니다. 이렇듯 쉽게 그릴 수는 없는 것이지만 몰입, 치열함, 환희 등 자연과 나와 내면이야기를 끊임없이 교감하는 작업의 병행”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화면이 밝아지는 희망적이고 진취적 느낌의 역광기법을 즐겨 표현한다. “숲을 그릴 때는 이 기법을 적용합니다. 숲길을 지나면 호수의 수면이 햇빛에 눈부시게 반짝이고 꽃 그림자가 투명하게 찰랑이는 등 관람자로 하여금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자연의 세계로 이끄는 힘이 있다”고 했다.
△출처=글-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년 7월4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