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프로 점을 찍어가면서 봄의 환상을 화폭에 담고 있는 서양화가 차정숙(ARTIST, CHA JUNG SOOK)작가. “밖에 나가면 온 들판이 꽃들의 세계가 되고, 꽃비가 뚝뚝 내리는 길을 걷는 몰아(沒我)의 세계. 한 점 한 점 찍어가는 나의 작업도 그러한 세계와 다르지 않다. 아직은 미완이 작품이지만 곧 꽃밭, 숲, 내 마음의 노래가 어우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서산이 고향인 작가는 산과 들, 자연 가까이에서 성장했다. 그러한 환경에서 자란 것이 작가로서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이름 없는 들풀이 길게 줄지어 선 오솔길 산책은 정말 좋았었다. 고향엔 커다란 저수지가 있었다.
친구와 걷던 그 방죽 길 석양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지난 2010년 ‘내 마음의 노래’ 첫 연작이후 솟구치는 열정엔 또랑또랑한 유년의 서정이 나의 생각과 붓을 일깨운다고 지금도 믿는다.”
내 마음의 노래, 350×170cm, Acrylic+Mixed Media on canvas, 2013
작가는 즐겁게 작업 한다. 손과 어깨에 무리가 오지만 고통스럽게 생각해 본적은 없다.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그러니까 고통스러운 가운데 작업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녀의 대작 앞에서 ‘아!’ 하는 탄성이 메아리치는 것도 이런 심상의 표현이 발휘하는 치유(healing)의 형용(形容)이 바로 ‘내 마음의 노래’ 연작의 깊이일 것이다.
53×45.5cm
◇순수감성 點들의 하모니
점(點)이라는 것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점이 모여서 물체도 될 수 있고 자연을 만들 수 있다.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작업을 그녀는 ‘무념무상(無念無想)’이라고 정리해주었다. 그렇다면 점은 단순히 한 개씩 나열하듯 찍는 것이 아니라 불순물을 없앤 정제된 순수감성의 점인 것이다. 점의 합창, 군무, 노래…. 하모니를 이뤄 울려 퍼지는 이른바 일체의 관념을 떠난 점의 변주(變奏)가 화면에 넘실거리는 것이다.
40.9×31.8cm
“내가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가끔은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점 하나하나에 시름과 고난이 사라지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것도 그 시간과 바꾸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만큼 그런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가슴 설레고 즐거워진다.”
△출처=글-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년 8월23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