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화가의 아틀리에

〔JEONG HYEON SOOK〕화가 정현숙, 아틀리에①]르포,다마미술대학(多摩美術大學),정현숙 작가, 정현숙 교수,대진대,Jeong Hyun Sook,Hyun Sook Jeong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6. 21. 20:01

 

화가 정현숙

 

 

 

유난히 길었던 장마가 거의 끝날 즈음의 날씨였다. 서울 태릉입구역 인근 하천 숲엔 매미소리가 힘찼다. 장마와 더위에 힘겨운 시민들이 작은 라디오 음악에 휴식을 취하는 오후의 시간. 인근의 정현숙 작가 작업실을 찾았다.

 

꽤 높은 고층아파트 창밖으로 축축한 물기가 오른 희뿌연 무늬들이 넘실대며 허공을 오갔다. 서로의 경계 허무는 열린 만남이 소리 없이 이뤄지고 있는 공간의 발견이었다.

 

작가가 미국 팬실바니아대학교 미술대학원 시절이었던 1985년경, 보수적인 학풍이었기에 커리큘럼은 유화의 인물작업 위주 서양미술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테크닉적인 것들은 어느 정도는 습득했지만 뭔가 한국적인, 테마를 찾으며 간절하게 잡고 싶었으나 매칭이 안 되어 고뇌했던 시기였다고 했다. “그것이 가장 큰 갈증이자 결핍의 고뇌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Before and After, 60×72cm Mixed Media, 2000

 

 

 

지도하신 선생님들은 대부분 뉴욕의 미술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시던 지명도 높은 교수 분들이셨다. 알렉스 카츠(Alex Katz)교수는 전통과 아방가르드가 맞닿아있는 초상(肖像)을 주로 그린 유명 화가이다. 그 분을 보면서 부러워했다. 나는 학생으로서 너무나 작은 존재였으나 뉴욕에서 오신 교수의 활동을 보면서 작가의 길을 가는 것이 멋진 일일 것이라 확신했다.”

 

 

 

 

 

    154×150cm Acrylic, crystal and Mother of Pearl on Canvas, 2013

    

 

 

()이 들어간 작업을 하라

그리고 기억에 남는 한분이 지도교수인 히토시 나카자토 교수였다고 했다. 일본 다마미술대학(多摩美術大學)출신으로 그 대학의 이우환 화백의 제자였다. “부연하자면, 이우환 선생님 제자가 미국에서 나의 스승이었다. 그런 대가(大家)들 사이에서 나의 존재는 미미했으나 다만 나는 젊었었고 두 시간 거리 뉴욕의 미술관과 거리를 활보하며 작가로서의 안목과 열망을 키워나갔다.”

 

그런데 일본인 교수의 지도는 같은 동양인이라 정서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점점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 분이 이우환, 김창렬 화백 얘기를 하면서 너는 한국 사람이니 한국적인 것을 찾아야 돼. 서양적인 작법의 붓을 휘둘러서는 찾을 수 없고 공()이 들어간 작업을 해야만 한다. 이우환의 동양적 점, , 면과 김창렬의 물방울을 생각하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 당시 그것이 안 찾아지는 것 이었다고 되돌아봤다.

 

 

 

 

   

    90×90cm, 2011

 

 

 

지금 생각해 보면 유학시절, 서양미술의 본토에서 서양공부를 하는데 지도교수가 일본 작가였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었다는 것을 세월이 많이 지난 후에 깨닫게 되었다고. “그땐 공들이는 작업이 무엇이며,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라고 무던히도 고뇌했었는데 지금에 와서 나를 보니, 내가 그런 세계를 작업을 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웃었다.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822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