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화가의 아틀리에

〔Park Eun Sook〕서양화가 박은숙 아틀리에①] 유연하게 연합하는 공명! (르포, 화가 박은숙, 박은숙, 박은숙 작가, Origin-Ecstasy, 근원,태초에)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6. 24. 22:00

 

서양화가 박은숙

 

 

 

 

지루한 중부 장마전선이 남쪽으로 내려갔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던 날이었다. 정말이지 신기하게도 날이 개었고 간간히 강렬한 햇살이 계절의 위용을 일깨웠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화가의 화실 가는 길엔 울창한 숲과 도랑의 깨끗한 물줄기가 반겨주었다.

 

약간 낮은 언덕길을 따라 올라 위치한 주택의 작업실 창을 열면 앞 산 아래 드문드문 자리한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원의 평온과 고요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화실입구에 동생이 만들어주었다는 자그마하게 나무를 조각한 박은숙 갤러리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소박하지만 정성이 흠뻑 묻어있었다.

 

 

 

 

 

    Origin-Ecstasy 112.1×146.5Mixed media on canvas, 2007

    

 

 

넓은 작업실에는 미완의 작품들이 작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하나 선 하나의 밀도와 각도의 미학은 그 자체로 육체와 정신의 고된 노동이다. 붓을 들고 화폭에 작업을 막 시작하는 작가에게서 몰입의 강력한 모습이 풍겨 나왔다. 평소의 친절하고 밝은 이미지와는 또 다르게 오랜 시간 그리고 자신의 세계에 몰입해온 치열한 정신의 표정 그 자체였다.

 

대학 3학년 때 즈음인가 봅니다. 교정에 조경을 하려고 나무를 비스듬히 쭉 눕혀놓았는데 나무뿌리가 인상 깊게 눈에 들어왔었죠. 그때 뿌리를 극사실로 그렸었죠. 그런데 그것을 보고 사람의 심장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지인의 얘기를 들었는데 자꾸만 귀에 맴돌았어요. 그것이 인간 나아가 우주생명 근원에 천착((穿鑿)하게 된 계기였지요. 저의 작품세계에 흐르는 근원은 학창시절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이어져 오는 셈입니다.”

 

 

 

 

 

    근원-태초에,72.7×60.6, 2012

 

 

 

결합과 환희 그 의 여행길

작가는 90년대 미국 뉴욕에서 가까운 뉴저지(New Jersey)()에서 1년여 거주한 적이 있었다. 캐나다 로키산맥의 방대한 자연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소박하고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느꼈고 데스밸리(Death Valley) 사막의 밤하늘, 뉴욕플로리다의 아름다운 비취색 바다를 스케치했다. 그 여행에서 내 작업의 영감을 강렬하게 얻었는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작업을 하다가 혹은 마무리를 하고 붓을 정리할 때 캔버스에서 종종 공명(resonance)이 들려오는 듯 할 때가 있다고 했다. “서로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연합하는 공명(共鳴). 생명은 그러한 고귀한 결합에서 탄생할 것인데, 서로 닮은꼴들이 제 각각의 색깔과 개성으로 연결되는 그 이음매에는 자족(自足)이라는 지극히 평범함의 친밀감이 그들에겐 스며있는 것이지요. 스스로 혁신하며 개체와 전체가 공영하는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를 떠 올리게 된다고 했다.

 

별과별사이, 성간(星間)에서 별은 탄생한다. 별빛에 증발하는 먼지의 황홀한 춤사위는 새별을 축하하는 그들의 인사법인지도 모른다. “가벼이 여기던 그 먼지가, 인생의 여행길을 비추는 안내자가 될 수 있다는 법칙을 이해한다면 우주는 훨씬 신비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경이의 세계일 것입니다.”

 

 

 

 

 

   ◇화가 박은숙=1층 화실 옆 한 공간엔 화가가 손수 대나무를 심고 그 아래 옹기종기 키 작은 꽃들이 소곤대는 작은 정원이 있었다. 나무가 쭉쭉 뻗어나갈 수 있도록 윗부분을 높고 투명하게 공간을 처리해 햇살이 눈부시게 부서지며 들어왔다. 별빛 반짝이는 밤이면 은하수가 쏟아져 내려오고 눈 내리는 밤이면 송이송이 눈발이 가슴에 안기는 꿈의 정원이 될 것이다.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83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