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조향숙
끊임없는 시간의 변화 속에서 동시에 자아 모습 역시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자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변치 않는 어떤 본질적인 정수가 자아에게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기억을 우리정신의 본질이라고 본 철학자 앙리 베르그손(Henri Bergson, 1859~1941)은 독특한 개념은 기억으로 ‘순수기억(mémoire pure)’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기억은 두뇌의 신경 생리학적 체계로 환원될 수 없는 무의식이다.
즉 두뇌에 저장되지 않고 ‘스스로 존속’하며 단지 ‘유용한 것이기를 그만 둔’ 기억인데 잠재적인 것(le virtuel)이며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demeure immobile)’이기도 하다.
순수기억은 ‘이미지-기억’을 통해 현실화함으로써만 자신의 존재를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이미지-기억은 순수기억에 기초하여 현재의 지각과 결합하려는 성향을 띤다. 순수 잠재성으로서 순수기억의 현실화·물질화된 상태, 즉 지각을 닮아가고 있는 상태가 이미지-기억이기 때문이다.
르네 마그리트 作, 하늘의 새, 1966, 캔버스에 유화,
68.5x48cm, sabena Artist's nationality, Belgian
베르그손의 시간성에서 과거는, 순수기억으로 보존되며 결코 사라지지 않고 현재화되어 새로움을 창출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한다. 과거와 현재는 동시간적으로 공존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베르그손의 시간은 매순간 스스로를 보존하는 과거와 연속적으로 생성되는 현재로 자기 분열하면서 미래를 향해 흘러가는 것이다.
조향숙 作, TO FIND LOST TIME, 2011,
Woodcut and Serigraphy on Chine Collé, 40x90cm
필자의 작품세계 ‘TO FIND LOST TIME’ 기저에 흐르는 ‘비의도적 기억’에서의 ‘순수기억’은 현재와 만남으로써 이미지로 표상화(表象化)된다. 순차적 시간과 물리적 공간을 초월하여 현재와 동시간적으로 나타나고 화면이 분할되고 이미지의 조합, 병치, 중첩 등을 통해 표현됐다.
말하자면 이는 과거와 현재가 시공간을 초월하여 동시간적으로 공존하고 있는 것을 나타낸 것이며 ‘자아발견‘이라는 일관된 주제의 형상화와 다름 아니다.
▲글=조향숙(趙香淑, Artist Jo Hyang-Sook)
/미술학 박사(홍익대학교 대학원/from Hongik university, Ph.D)
△출처=이코노믹리뷰 2013년 5월14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