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승오
작품 앞에서면 종이를 겹겹이 말거나 썰어 쌓아올려 표현한 화면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반복과 나열로 펼쳐진 새로운 평면성에 놀라고 다시점(Multiview)회화의 시각화를 경험한다. 그러다 ‘작업자’입장에서 보면 그 노동집약에 경탄한다.
“나는 노동자처럼 일 한다”는 작가의 말은 노동자체가 예술의 실천이자 세계의 발현이라는 의미와 통하겠지만 스스로 할퀴며 다가간 의무 또는 기꺼이 쏟아낸 수고라는 말이 훨씬 인간적일 것이다. “자신을 구원하는 자유의 만끽”이라고 고상하게 얘기했지만 그것을 쟁취하고 허무를 달래는 방법을 터득하는 또 다른 해석이리라. 그러나 이러한 말들의 골자에 예술가의 굴레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여기서, 그의 작품은 왜 주목받는가. '낯설게 하기‘ 때문이다. 우선 누구나 버리거나 소각할 법한 파지(破紙) 등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디지털 글로벌 시대 세계인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독자적 언어획득이라는 쾌거가 있다.
종이의 진가는 천년을 견뎌낸 한지(韓紙)서 이미 증명됐다. 부조(浮彫)와 양감(量感), 원래로 돌아오지 않는 가소성과 가변성 등 유기적 통합의 물성을 그가 재발견해 작품화한 것이다. 여기에 한국인 핏줄과 정체성의 맥(脈)이 어찌 없겠는가.
종이연작(連作)은 1997년 종로갤러리 전시에서 시작, ‘적(績)’으로 명명된 1998년 동아미술제수상 이후 숨 가쁘게 진화해 왔다. 단순미와 천진한 서정성의 민화와 종이산수화, 일상전경의 풍경화, 마릴린 먼로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의 팝 아트, 과거의 것을 현재에 새로이 매만져 미래와 연결하는 포스터(Poster), 초상화, 정물작품 등 그는 늘 소통코드를 중심에 놓고 더욱 무르익은 작품들을 발표해 왔다.
한 작가의 생애를 들여다 볼 때 몇 작품으로는 알 수 없듯 수많은 시련의 극복과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한 점 한 점 나열된 그 무엇들은 작가정신을 웅변한다. “나의 그림은 나를 대신하는 작은 목소리이자 대변자”라는 그의 말엔 대중과의 공감을 중시하는 철학이 담겨있다.
미술인 이승오는 중앙대 회화학과 및 일반대학원 서양화학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30회와 단체전 200여회를 통하여 꾸준히 작품을 발표를 해오고 있다. 2006, 2007년 뉴욕 크리스티와 2012년 홍콩경매서 세계인으로부터 관심을 모으는데 손색이 없을 정도로 낙찰 받은 블루칩 작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출처=글-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년 1월2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