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기하학적 추상화가 김재관(KIM JAI KWAN, 金在寬)|유연한 흐름의 운동성(김재관 작가, 화가 김재관, 한국추상회화 1958~2008년展 44인 선정)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5. 9. 01:50

 

Cube-Secretness 12-2001, Acrylic on canvas, 193.9x259, 2012

 

 

 

실제지만 비가시적인 이면(裏面). 이것은 배후가 아니라 회화적 세계를 이끌어 내는 지속·순환성의 완벽한 창조적 세계 그 자체다. 이 관점에서 자연은 조형언어의 창조와 재창조의 보고(寶庫).

 

바둑판처럼 짠 전통 문살격자(格子) 형식의 무늬를 일컫는 그리드(Grid). 대지의 수평선과 중력의 수직성이라는 이 망목(網目)은 자연에 내재된 일관된 질서다.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모든 물체와 공간은 이 그물 관계성의 원리에 적용된다. 평면으로 붙잡기 어려운 공간을 시각적으로 파악하게 하는 동시에 평면의 확대를 통해 감각을 분명하게 드러내 보이게 한다.

 

뿐만 아니라 십자가의 종교적 기호처럼 다양한 상징성을 내포하며 신비성을 불러일으키는 구조로써 미술의 조형정신과 수학정신의 원형이자 우주 생성원리를 지닌 자연법칙이기도 하다.

 

 

 

   

Distorted Cube from Image 12-01,Chrome Aluminium on steel, each 20x25x50cm, 2012

 

 

 

보이지 않는 씨실을 시각적 언어화로 일궈내다

인간이 상하좌우라는 공간감각을 체감하는 것은 그리드의 씨실 속에서 생활한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이것은 이지적이고 정신적인 것이며 동력이자 실재(reality)이다. 나와 너 모두에게 존재하는 이것이 없다면 현실을 측정할 수 없고 어떤 시선도 존재하지 않는데 작가는 이 보이지 않는 씨실을 볼 수 있는 시각(optical) 언어화로 일궈냈다.

 

그러나 그리드라는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예술적 풍성함으로 전환시킨 성공에 이르기까지 1979년 첫 개인전 이후 작품세계는 진화를 거듭해 온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1992~95년까지 관계’-두 개의 상황’, ‘관계-Fiction’, ‘관계-제어와 일탈관계시리즈에서 그리드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변형이 시도된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했다.

 

1996~98년에는 작품 ‘Personalities’에서 교차(cross)의 기호화를 강조했는데 시간성, 평면성 그리고 공간에서의 교차에 의해 이뤄지는 특성과 가치를 회화의 중요한 조형적 요소로 성립시켰다.

 

  

 

   

Cube-Secretness, 06-601,117.0x117cm

 Acrylic on canvas, 2006

    

 

 

2000년대의 방형신화(myth with cube)’에서 돌출과 후퇴, 겹침과 일탈, 정형과 착시, 2차원과 3차원의 빈번한 교체를 통한 방향적 행동을 일으키는 추진력인 벡터(vector)를 통해 창조신화를 시각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했다.

 

최근작 ‘Cube-Secretness’에는 평면이라는 고유성에 제약받지 않고 3차원, 4차원의 세계를 자유롭게 반영해내고 있다. 작품 화면엔 유연한 흐름의 운동성이 전달된다. 측면, 표면, 그리드, 공간속 등은 평면을 넘어 상호작용한다. 그리드는 수직과 수평과 대각선이 결합되어 풍부한 조형적 잠재력을 담고 있고 굴절된 공간에 세 가지 유형의 선()과 나란히 놓은 색() 면은 더욱 선명해 이면에서 색채들이 엮어내는 하모니가 곧 들리는 듯하다.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223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