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Korean painting painter,한국화가 송지호, SONG JI HO〕연가(戀歌), 그대 연노란 흔들거림(송지호 프로필 및 작품세계, 송지호 작가)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5. 9. 21:06

 

 

 

 

 

 

 

 

80×80, 2012

 

  

  

두 손 모으면 야생(野生)의 잔잔한 바람 한 움큼 꼼지락거리는 듯하다. 홍자색 제비꽃이 낯간지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연인을 깨우려는듯 귀엣말로 소곤댔다. 강남 간 제비, 돌아왔다구!

 

   

작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봐. 갓 돋아난 연둣빛 새순 하늘거리면 귀여워 귀여워라 쓰다듬고 싶네. 공연스레 삐죽이는 실바람 달래려 나지막한 벤치 하얗게 새 단장도 하구. 그렇게 다감하게 보살펴주려 마음 쓰면서도 수직으로 꼿꼿이 서서 애써 태연한 척.

   

 

그러다가 약속이나 한듯 어느 순간 비스듬히 기우는 몸, . 그러면 그렇지. 짜르르 다홍색 전율이 혈맥을 타고 가지의 꼭대기까지 올라갈 때, 하얀 실크 스카프 바람에 휘날리듯 아침 안개 걷힐 때 똑같은 증상의 출렁거림.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처럼 쏟아지는 은빛 실타래에 끊임없이 풀려나오는 저 파릇한 흠모(欽慕)의 줄기.

 

안개비는 어제의 육중한 외투를 벗겨내고 밀물처럼 대지에 촉촉이 스며든다. 망각은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하얀 양떼구름 사이 청청(靑靑)한 하늘도 아이처럼 들떠있네. 타악기처럼 경쾌한 분홍꽃신 발자국, 혹 들으셨나요? 아침을 깨운 새들의 핑크빛 메아리, 단숨에 삼켜버릴 것만 같은 내 연가(戀歌) 그리고 그대의 연노란색 흔들거림.

 

 

 

 

    늘 푸른 나무-, 200×110황촉규 종이 위에 세필, 2012

 

 

 

 

나무, 시련과 고통서 지켜주는 수호천사여!

 

오후햇살 생기 넘치고 건반 위를 활주하듯 피아노 선율 발랄했죠. 멘델스존의 무언가(無言歌) 봄의 노래가 흐를 때 들꽃들의 생명 찬미 퍼포먼스 행진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정말 감동했어요. () 그 이상을 노래할 수 있는 음악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 건 행운이었죠. 암수 왕벚나무 꽃들이 톡톡 팝콘처럼 튀겨져요. 연두와 노랑이 어우러진 색깔의 새순아래 난 숲길을 아장아장 소풍가는 노랑 병아리도 그려 넣었답니다.

 

  

   

   100×100, 2011

 

 

 

시정(詩情)은 운치 있게 흐르고 나무 그늘엔 꽃향기 가득합니다. 짙은 홍색의 패랭이, 귤색 애기똥풀과 벼룩이자리 꽃 어린순은 맨땅에 드러누워 볕을 즐깁니다. 하얀 수선화는 무리지어 다함없는 이웃으로 뽀얀 손을 입술에 대며 함박미소 짓는군요. 아참, 그리고 우연일까요. 그대와 처음 머물던 자리 노랑 민들레꽃이 명랑한 문장의 편지를 읽듯 뺨을 맞대고 유난히 짙게 피어올랐습니다.

   

 

또 생각나는 게 있네요. 종종 그 벤치가 떠오르곤 하죠.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나무는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 되어 시련과 고통으로부터 지켜주는 수호천사라던 사람. 그 나무아래 둘이서 뿌렸던 연보라꽃씨. 오늘 보니 달아오른 봉오리 곧 터질 것 같네요. 그래 너처럼 강인해지길. 그런데 여전히 그대 없으면 내일이 필요 없는 나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238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