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촛불, 290×203㎝, 나무와 유리에 채색, 2008(전시전경)
역사 속의 광장은 인간의 모든 욕망이 수렴되고 확산되는 공간이었다. 근대 이후 광장은 권력의 의지가 강하게 작동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자유의 열망이 충돌하는 곳이었다.
‘광장의 벽화’ 프로젝트 역시 삶의 실제 모습에 바탕을 둔 실경 모색의 연장에서 소통할 수 없는 우리들의 상황 자체를 모티브로 삼은 것이다.
광장의 벽화, 259×532㎝, 나무와 유리에 채색, 2008
내게 있어 광장에 대한 경험은 2008년의 촛불집회로 야기된 소통불가능 한 상황에 대한 미술적 해석을 재구성한 것으로, 전시 현장과 작품 속 화면의 관계를 미리 설정하여 불투명한 유리와 거울을 통해서 반사된 감상자의 몸이 화면 안으로 수용되게 설정하였다.
이는 확장된 화면으로 전시공간을 실제 우리 삶 속에 있는 광장으로 치환시켜보고자 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작품이 벽에 ‘기댐’ 으로써 생기는 그림자로 인해 작품은 설치와 평면 개념을 흔들어 놓았다. 이러한 모순적 배치를 통해서 회화의 숙명인 보여주기 방식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전시 현장성을 강조하기 위한 실험적인 모색이었다.
뒤엉켜진(Entangled_spot), 70×70㎝, 석분, 나무에 염료, 흑색유리, 2012
‘뒤엉켜진’, ‘뒤엉킨 여기’연작은 광장의 벽화프로젝트 연장선에 있는 우리의 삶의 변화를 주제로 한 것이다. 인터넷으로 인하여 개인의 환경변화, 물리적 거리의 소멸, 공간의 재구성, 자본화된 공간 재배치 전략을 보여주고자 한 작업이다.
거리 없는 거리는 새로운 양식의 네트워크 양식들이 폭발적으로 증대되면서 우리의 삶이 공간적으로 분명 가까워졌으면서도, 다시 멀어지는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공간 속에 오늘날 우리들의 모순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실재 현실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오래된 별, 90×90㎝ 나무와 석회에 채색, 2010
무엇이 ‘선(善)’인가
돌이켜 보면 우리들의 삶이 어느덧 강압적으로 들어 닥친 폭력적인 근대성을 넘어 이미 다문화적인 가치들이 각기 자기 독자 영역을 구성해가는 포스트-모던적 방식으로 이미 진행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나는 어떻게 한국화를 ‘해야 할 것’인지가 계속된 고민 중 하나였다.
이렇듯 쉼 없이 파괴되고 다시 재구성되어온 우리 현실적 삶에서 과연 진정한 ‘실재’는 무엇인지를 추구하는 과정이 ‘실경’의 모색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실경’은 단순히 현재의 상태 있는 그 자체만을 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근대성의 시대에 있어 가장 궁극적인 질문은 과연 우리는 누구이고 진정한 우리 것은 무엇인가를 규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포스트-모던의 시대에 있어선 무엇이 한국적인 것인가? 라는 질문 못지않게 과연 무엇이 ‘선(good)’인지의 문제가 더불어 고민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 문화는 결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조건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촌의 너무도 다양한 삶의 방식을 접하게 된 오늘날 한국적인 것이란 단지 우리 앞선 세대들의 삶을 구성했던 방식이었다는 이유 보다는 현재 우리에게 ‘선(good)’에 더욱 근접한 삶의 방식을 모색해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소통에 대한 열망을 바탕으로 구성 된 필자의 작품들은 오늘날 한국적인 것이 될 수 있는 선이 무엇인가라는 진지한 고민과 맥이 닿아있다.
▲최익진(CHOI EEK JIN)
중앙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2004년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14회의 개인전과 70여회의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현재 국립 인천대와 중앙대에서 강의하며 작업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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